"글씨 왼쪽인데 좌편향 아닙니까" 전쟁터된 朴 대통령의 페북

우성규 기자 입력 2015. 11. 10. 16:32 수정 2015. 11. 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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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한 달여 만에 페이스북에 재등장했다. 오는 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자필로 된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글이 올라온 지 한 시간도 안돼 페북 친구들은 400개가 넘는 댓글을 달았다. “사랑스런 격려말씀”이란 감동이 한 쪽에 있고, 다른 편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의식한 듯 “미래보다 과거 역사부터 제대로 알고 말씀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지난 8월 청와대 진돗개 5마리 이름 페이스북 공모에서 발견된 댓글 전쟁이 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박 대통령은 10일 가지런한 글씨로 “수험생 여러분,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여러분은 통일시대를 이끌어 갈 대한민국의 기둥입니다”라며 “새로운 미래는 여러분이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의 꿈과 희망이 이뤄지길 응원합니다”라고 했다. 그저 수능 덕담이었다. 청와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비서관들을 앞에 두며 정색하고 작정해서 말하는 정책적 설득 혹은 정치적 공세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페북은 전쟁터다. 고마운 덕담이란 의견만큼이나 “수능을 대국적으로 치러보겠다”거나 “글씨가 왼쪽으로 틀어졌는데 좌편향 아니냐”는 놀림도 있었다. 정작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반응은 발견하기 힘들었다. 공부 때문에 페이스북을 들여다 볼 시간이 부족한 탓으로 추정된다. 이렇다면 페이스북으로 수험생 응원 메시지를 남긴 의미가 반감된다.

차라리 이날부터 개인용 페이스북 운용을 선언하며 ‘지구를 살리자’는 주제를 담고 백악관 뒤뜰을 거니는 동영상을 선보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본받았으면 어떨까하는 느낌도 든다. 미국에서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탄소배출규제는 찬반 대립이 극심한 영역이다. 정책적 찬성과 반대가 있는 주제를 대통령 개인 SNS에서 줄곧 외면하다가 갑자기 수능 응원 메시지를 올리니 이용자들은 내용과 상관없이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마구 쏟아내는 것이다. SNS는 덕담이나 주고받는 곳이 아님이 명확해지고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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