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투성이 주택임대소득 과세
지난해 2월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부로 임대소득 과세체계 개선안이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조세 저항이 심해지자 정부는 6월 당정협의를 통해 일단 월세 비과세 유예기간을 기존 2015년까지 2년에서 2016년까지 3년으로 연장하며 시간을 벌었다.
사실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는 소규모 월세 임대소득(생계형 임대소득)에 대한 분리과세(특정 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해 과세하는 것으로, 누진세율에서는 분리과세를 하면 조세 부담이 적어진다), 전세금에 대한 간주임대료(전세금이나 보증금에 일정 이율을 곱해 계산한 금액) 등 수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발표 시기가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급등으로 임대차시장이 불안정하던 시기라 국민으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유예기간을 늘렸을 뿐 제도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다. 당시 논란이 됐던 조세정책 이슈들을 살펴보고 1년여밖에 남지 않은 마감시간에 맞춰 이제 ‘바른 답안지’를 내놓아야 할 때다.
2000년부터 시작된 주택소유 챗수와 고가주택 여부에 따른 주택임대소득 과세 기준에 익숙한 사람은 “9억 원 넘는 고가주택 소유자라면 1가구 1주택 소유라도 세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니야”라거나 “2주택 소유자면 다주택자인데 전세, 월세 상관없이 임대소득에 과세를 해야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가주택이냐 다주택 소유냐와 관계없이, 올바른 주택임대소득 과세란 ‘임대소득이 많은 사람은 임대소득세를 많이 내고 그렇지 않으면 적게 내도록 설계’돼야 한다. 즉 소득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타협
이러한 기준에서 살펴볼 때 우리의 주택임대소득 과세제도는 소득세 원칙에 충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먼저 주택소유 챗수를 기준으로 한 과세제도의 변화를 살펴보자. 비과세 대상이 2000년부터 3주택 이하였던 것이 2004년 2주택 이하로 조정된 이후 2006년 다시 1주택으로 제한돼 주택임대소득 과세 대상 범위가 확대됐다. 비과세 대상 주택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해오다 2011년부터 ‘1개 주택 소유자의 9억 원 초과 고가주택과 해외 소재 주택의 임대소득은 과세하고 그 외는 비과세’라는 원칙이 법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는 이상과 현실이 타협한 결과다.
소득세법 제12조는 ‘1개 주택을 소유하는 자의 주택임대소득은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다’고 과세기본원칙(baseline taxation)을 밝혔다. 다만 1주택 소유자라도 기준시가 9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이나 거주자의 외국 소유 주택 임대소득은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과세한다고 단서를 달아서 원칙에 대한 예외(exception)를 정하고 있다. 즉 국내 소재 주택의 경우 기준시가 9억 원 이하는 고가주택이 아닌 것으로 보고, 그 한 채를 소유하면서 생긴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한다는 원칙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셈이다.
그러나 주택임대소득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자동적으로 과세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적 충돌이 발생한다. 즉 고가의 1주택 소유자가 받은 월세는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사업소득으로 보고 종합소득세에 따라 과세할 수 있지만, 월세가 아닌 전세로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기준시가 9억 원 이하 주택 하나만 소유한 임대주는 아무리 많은 월세를 받아도 과세 대상이 아니다. 주택임대소득도 소득의 일종인데 소득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임대 유형과 주택소유 챗수에 따라 과세 여부 및 세금 부담이 달라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주택임대소득 과세 기준의 일관성에 의문이 생기면 이를 이용한 수많은 절세 전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왜 주택임대소득의 과세 여부를 소득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주택의 크고 작음이나 고가, 비고가를 기준으로 삼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결국 당국이 과세 대상 주택을 선정할 때 소유주의 임대소득 액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현실, 즉 ‘집값이나 공부면적(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 건축물대장에 기록된 면적)은 알지만 정작 중요한 임대 조건, 특히 월세에 대해 모른다’는 현실적인 고민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또 납세자 처지에서 보면 주택임대소득이 발생하는 주택소유자들이 본인이 과세 대상자인지 여부를 판별하기가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통상 임대소득 과세 여부는 임대사업 투자수익률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데 그 기준이 너무 자주 변경됐다. 이로 인해 임대주택을 1~3채 소유한 개인사업자들이 일관성 있고 안정적인 세제의 틀 내에서 주택임대사업을 기획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들로부터 성실자진납부 같은 납세협력(tax compliance)을 기대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특히 ‘몇 채 이하의 주택을 소유한 자(고가주택 제외)’와 같은 법조문의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택임대소득이 개인 단위로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과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납세자들의 예상과 달리, 주택소유 챗수에 따라 과세 여부가 결정된다는 기준은 마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처럼 주택임대소득보다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차별적으로 과세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 결과 공동소유에 따른 지분 문제, 특히 부부 공동명의 소유에 대해 가구 단위로 주택소유 챗수를 판정하는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따로 마련해야 했다.
지금은 시행령으로 정리됐지만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합산 전세금 9억 원 초과에 대한 간주임대소득 과세 문제를 살펴보자. 상업용 부동산이나 월세 주택과의 세 부담 형평성을 이유로 2010년 간주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이 마련돼 2011년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납세의무자들의 성실신고 및 자진납부를 담보할 세정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해 실질적으로 세금을 걷는 데 실패했다. 주택임대차계약서의 내용을 모르는 과세당국이 무신고 및 불성실신고를 제재할 방법이 없었던 것. 2년 뒤인 2013년 초 과세자료제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세청과 국토교통부가 2011년부터 3년간 400만여 건의 전세 계약서 확정일자 자료를 공유함에 따라 임대보증금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전세금 과세 무리, 월세부터 제대로 과세해야
간주임대소득 과세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임대보증금의 성격을 어떻게 규명하느냐에 있다. 전세를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금전 대출을 해주면서 주택을 담보로 잡은 것’으로 해석하면 ‘빚에 대한 간주임대소득 과세’가 된다. 즉 집과 전세금을 서로 맞바꿔 임대 기간 중 서로 사용수익한 후 만료하면 되돌려주는 것이 전세의 본질이라면, 집주인이 차입금을 활용해 어떠한 투자수익을 냈느냐에 따라 과세가 달라질 수 있다. 만일 집주인이 그 돈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뒀거나 주식투자를 했다면 이미 원천징수된 이자 및 배당소득세는 이중과세라 볼 수 있다.
주택임대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소득 과세는 2010년 조문화됐는데, 과거에도 존재했다 문제가 많아 2001년 폐지된 적이 있다. 옛 소득세법 제25조 및 동법 시행령 제53조에 해당 규정이 폐지됐던 당시 세법 개정 배경 설명으로 조세당국이 ‘임대보증금을 사용하여 다른 소득(예 : 이자 배당소득)이 발생한 경우 그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면 되고 별도의 간주임대료를 의제하여 과세하는 것은 실질과세원칙에 맞지 않다’고 기술한 부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전세보다 월세 임대소득부터 제대로 과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월세를 받는 임대소득자에 대해 분리과세든, 종합과세든 소득세제를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특히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고 있는 최근 몇 년간 월세를 받는 집주인의 성실자진신고 여부는 세무조사를 강화해서라도 담보돼야 한다. 궁극의 목적은 전세와 월세 간 완전히 중립적인 세제 설계라 해도, 현재의 저이자율과 전셋값 급등 등 주택임대차시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과세원칙에 충실하게 접근할 경우 세수 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세금에 대한 간주임대소득 과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결국 지금까지 임대소득 문제는 과세당국은 걷고 싶어도 못 걷고, 납세자는 내고 싶어도 못 냈다는 것이 결론이다. 앞으로 전세와 월세 임대소득이 노출되도록 세제를 설계하고 세정이 이를 얼마만큼 뒷받침하느냐가 임대차시장에서 조세정의를 실천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Copyright © 주간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