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안 봐서 편향됐다니.."'국정교과서 확정' 한숨짓는 시민들

이원광 기자 입력 2015. 11. 3. 15:10 수정 2015. 11. 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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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 교수 "승복할 수 없어", 교사들 "자괴감 빠진 동료들 여럿"..학부모들 "통일된 교과서 제작해야"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이이화 교수 "승복할 수 없어", 교사들 "자괴감 빠진 동료들 여럿"…학부모들 "통일된 교과서 제작해야"]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정부가 예정보다 2일 앞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최종 확정한 가운데 시민들은 정부의 전격적 발표에 대체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시민들은 이같은 정부의 결정이 국정화 교과서의 찬·반 논의를 떠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회사원 신모씨(29)는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려는 최소한의 성의도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신씨는 "정부는 국정화 반대 세력을 향해 시종일관 같은 의견만 반복 주장하고 있다"며 "토론이나 합의가 아닌, 일방적 의사결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모씨(45)는 "반대 여론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면서도, 정부가 국민의 의사에 반해 국정화를 결정했다"고 했다.

역사학자들과 일선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이화 전 서원대 석좌교수(77)는 정부의 전격 발표에 대해 "이번 정권이 규정과 절차를 지킨 적 있나"라며 "결코 승복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역사학계에서 장외집회와 강연 등의 형태로 국정화 반대 투쟁을 이어가는 한편 대안교과서를 제작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고등학교 수학교사 A씨(31)는 "학교에 국사 선생님이 많지는 않지만, 국정화 소식에 회의적인 건 분명하다"며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야 하나, 자괴감에 빠진다는 동료 교사들도 여럿"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현행 교과서가 편향됐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 중 교학사를 선택한 3곳을 제외한 99.9%가 편향적 교과서를 선택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고등학교에서 검정 교과서인 금성출판사 교과서로 근현대사를 배웠다는 대학생 오모씨(25·여)는 "북한이 남침해서 6·25 전쟁이 일어난 점을 분명히 배웠다"며 "검정 교과서로 역사 교육을 받으면서도 스스로도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컸는데, 교학사를 안 봐서 편향됐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대학원생 이모씨(28·여)는 "교학사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오류가 많기 때문"이라며 "그런 교과서를 채택해야 다양성이 존중된다는 발언은 앞으로 나올 국정화 교과서의 신뢰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교과서 국정화는 현 정부의 입맛에 맞는 역사 교육을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시민들은 우려했다. 신모씨(56·여)는 "역사는 관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필요하고, 이를 학교에서 선택하게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현 상황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관점에 공감하는 학자들만 책을 쓰게 되고, 그 내용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관점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학생들의 혼란을 막고, 정치적 중립의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정화에 찬성하기도 했다. 주부 정모씨(53·여)는 "교과서마다 내용이 다르면 학생들이 헷갈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역사학자 대부분이 야권 정치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정 단체의 뜻이 아니라 자기 소신에 따라 역사가 서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자영업자 김모씨(45)는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역사관이 '우리 때와 많이 다르구나'하고 느낀다"며 "심지어 북침, 남침에 대해 물어도 '그게 중요한가'라고 되묻더라"라고 했다. 이어 "학교마다 다른 교과서를 쓴다는데 우리 때는 그런 게 없었다"며 "저자마다 성향이 다르지 않나. 국가가 중심을 가지고 통일된 교과서를 제작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중·고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확정 고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과목을 기존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며, 학생들은 2018년 3월부터 이른바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고교 동아시아사와 세계사는 현행 검정제를 유지한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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