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천재 피아니스트 윤디 리, 그대는 아직 멀었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영화 '그랜드 피아노'(감독 유지니오 미라·2013) 초반, 일라이저 우드(34)가 연기한 주인공 피아니스트 '톰 셀즈닉'은 연주 도중 치명적인 실수로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과장이 일부 섞인 영화라 해도 클래식음악 연주자들이 콘서트를 대하는 태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최고의 기량과 완벽함을 갖춰야 하는 클래식 연주자들은 젊더라도 '거장'이라는 수식을 달 수 있다. 그만큼 무게감과 책임감이 따른다.
'쇼팽 스페셜리스트'인 중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윤디 리(33)가 10월30일 시드니 심포니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실수투성이로 연주한 뒤 페이스북에 핼러윈 의상을 입은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식의 태도에 비난이 잇따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셈이다.
연주자도 사람이므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 그것마저 프로페셔널의 몫이여서 감당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로봇이 아닌 이상 매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선의 공연을 선보이는 건 힘들다. 그래도 윤디에 앞서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한 연주자들을 살펴보면, 그의 안일함과 거만함의 도가 얼마나 지나쳤는지 확인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2011년 3월27일 중앙선데이 연재칼럼에 당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거장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73)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 도중 있었던 일을 썼다.
그때 바렌보임은 윤디 못지 않게 실수투성이로 음악회를 마쳤나 보다. 하지만 거장은 윤디와 달랐다. 화난 표정으로 무대에서 퇴장한 그는 청중의 의례적인 박수에 다시 등장, 피아노 앞에 앉아 예정에 없던 곡들을 연주했다. 이후 환상적인 연주를 거듭하며 본 공연의 실수를 완벽하게 만회했다. 연주 뒤 커튼콜을 한 번만 하고 곧장 호텔로 가버린 윤디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57)이 지난해 10월13일 오스트리아 빈의 콘체르트하우스에서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벌인 협연은 피아니스트의 자세를 이야기할 때 두고두고 회자된다. 연주회 당일 아침 손가락을 베어 치료를 받은 브론프만은 상처가 깊었음에도 관객을 실망시킬 수 없다며 연주회에 나섰고 결국 연주 도중 상처가 벌어지면서 피를 흘렸다. 그럼에도 완벽하게 연주를 마쳤고 앙코르까지 들려줬다. 정신력의 승리다. 이후 그의 피가 잔뜩 묻은 피아노 사진이 LSO 단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터넷에 퍼지기도 했다.
현악기 연주자들은 줄이 끊어지는 돌발 상황에 항상 대비를 해야 한다. 2008년 10월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불새' 연주 도중 첼로 수석의 현이 끊어져 너덜너덜해졌다. 그는 옆자리에 앉은 부수석과 첼로를 바꿨고, 익숙하지 않은 악기를 켰음에도 멋지게 연주했다. 부수석은 여분의 줄을 주머니에서 꺼내 급히 줄을 교체했다.
15일 내한공연을 앞둔 거장 바이올리스트 이차크 펄만(70)은 뉴욕에서 장애인 후원 음악회 도중 바이올린 줄 하나가 끊어지자 "남은 것에 대해 절망하지 말고 소중히 생각하자"고 말하며 남은 석 줄로 감동 어린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연주회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대비를 철저하게 하는 것도 거장의 자세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정명훈(62)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올해 8월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프리미엄 실내악II : 정명훈의 피아노 앙상블' 2부에서 자신이 연주할 예정이던 메시앙의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를 목 컨디션 난조로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대신하자 1부 시작 전 무대에 직접 나가 연주자를 바꾸게 된 것에 관해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목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자 대비 차원에서 3~4일 전 이 프로그램에 연주 경험이 풍부한 손열음을 미리 섭외했다.
거장들의 자세는 이렇다. 갓 서른을 넘은 윤디의 나태함에 비난이 쇄도할 수밖에 없다. 그는 거장들이 대거 심사위원으로 나선 최근 '제17회 피아노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으나, 대회 도중 중국 톱스타 안젤라베이비(25)의 결혼식에 참석한다며 잠시 자리를 비워 구설을 자초하기도 했다. 클래식평론가 장일범은 윤디의 서울 공연을 본 직후 페이스북에 "정진하지 않는 자에게 퇴보가 따라온다는 무서운 사실을 정직하게 보여줬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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