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야놀자] 디자인계의 살아있는 전설, 알레산드로 멘디니展
“좋은 디자인이란 시와 같고, 미소와 로맨스를 건네주는 것이다.”
‘알레산드로 멘디니’.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들어봤을 이름이다.
가구·생활용품·건축·회화·설치미술까지, 그가 손대지 않은 영역은 없다.
팔순이 넘은 이 이탈리아 거장은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멘디니의 작품 600여 점이 이번 달 한국에 왔다.
40년 작품 인생의 대표작들이, 그가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공간에서 전시되고 있다.
와인 오프너에 생명을 불어넣다
안나 G (Anna G, 1994)
와인 애호가라면 누구나 알 법한 와인 오프너. 멘디니의 대표작이다. 여자 친구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단순한 와인 오프너에 인간적인 감성을 불어 넣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멘디니는 9년 뒤 <안나 G>의 짝꿍 격인 <알레산드로 M (Alessandro M, 2003)>을 내놓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매년 새로운 옷을 갈아입힌 버전이 나온다.
낡은 가구의 환생,
프루스트 의자 (Proust armchair)
1978년, 멘디니는 바로크 양식으로 만든 낡은 의자를 하나 산다. 그 위에 수많은 점을 찍고 초현실적인 느낌으로 색을 입혀 전시회에 내놓는다. 멘디니의 또 다른 대표작, <프루스트 의자>의 탄생이다. 이 작품으로 멘디니는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이너의 대표주자로 부상한다. “낡은 물건도 조금만 손질하면 얼마든지 새로 탄생할 수 있다”는 멘디니의 철학이 빚어낸 작품이다. ‘기능성이 최고’라는 기능주의의 시대, 무조건 신상품만 만들려는 기능주의 디자이너들을 겨냥한 작품이기도 하다.
프루스트 의자,
한국 전통 옷으로 갈아입다
<프루스트 의자>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될 만큼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멘디니는 이번 전시에서 한국 전통의 색감과 직물 등을 활용한 ‘한국형’ <프루스트 의자 (Proust armchair - Korea, 2015)>를 선보인다.
‘청자’ 프루스트 의자 (Proust chair – Celadon, 108번뇌)
멘디니가 ‘도자기의 고향’ 이천에서 한국 도예가들과 함께 작업한 ‘세라믹 청자’ 버전의 <프루스트 의자>다. 108개의 미니어처 청자를 만들었는데, 평소 청자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멘디니는 “한국과 이탈리아가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 접점을 놓치지 않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가장 좋은 제품은 인간적인 따뜻함을 지닌 것이다.
제품 본연의 기능에 시적(詩的)인 디자인을 더해
인간미를 불어넣으려고 노력한다.”
멘디니의 디자인 중에는 사람 형상을 하고 있거나 실제 인물의 이름을 붙인 작품들이 많다. 작품마다 특별한 성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의 손을 거치면 물건이 ‘인간적’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디자인으로 쓴 시 – 알레산드로 멘디니展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
“험악한 현대 사회에서 테크놀로지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행복감을 주는 작품을 하는 게 나의 임무이다.”
멘디니의 작품은 파격적이고 반항적인 성격이 짙다. 그런데 어떻게 이토록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멘디니 특유의 ‘어린아이 감성’에서 발견할 수 있다. 멘디니 작품은 천진난만하다. 보는 사람에게 ‘동심’을 떠오르게 하는 경우가 많다. 고급스럽고 묵직한 분위기의 물건도 그의 디자인을 거치면 발랄하게 변한다.
지오스트리나 (Giostrina, 2000)
멘디니의 천진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이탈리아 주방용품 업체 알레시(Alessi)에서 생산되고 있는 여러 제품을 모아 회전목마 모양으로 재탄생시켰다.
디자인, 예술의 영역으로
“기능이 아니라 이미지를 기반으로 디자인하라.”
‘벨 디자인(Bel Design)’은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멘디니를 비롯해 기능주의를 비판하는 이탈리아의 산업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이들은 친근함, 따뜻함, 아름다움 등 인간이 느끼는 감정적 요소도 기능성만큼 중요하다고 외친다.
“삶은 아름다운 것과 연결되어 있고, 그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이며 예술가. 193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났다. 소년 시절 화가가 꿈이었던 멘디니는 1959년 밀라노의 한 대학 건축학부를 졸업한 뒤 디자인 비평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1970년 이후에는 <까사벨라>, <모도>, <도무스> 등 3대 건축 전문지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89년에는 동생 ‘프란치스코 멘디니’와 함께 <아틀리에 멘디니>를 설립하고 예술, 가구, 건축 등을 아우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유머와 변신, 협업, 색채 배합의 마술사’로 불리는 멘디니의 작품들을 전시장에서 감상해보자.
디자인으로 쓴 시 – 알레산드로 멘디니展
http://www.mendini.co.kr/
위치 :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전시관
전시 기간 : 2015년 10월 9일(금) ~ 2016년 2월 28일(일)
관람 시간 : 오전 10시 ~ 오후 7시 (수/금 오후 9시)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저작권자(c) MBC (www.im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