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태근의 축구이상] 헤딩 백패스, 골키퍼가 잡을 수 없다?

채태근 2015. 10. 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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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채태근 기자= "잡아도 돼!" 축구에서 골키퍼를 향한 동료의 헤딩 백패스가 나오면 들리는 전형적인 말이다. 프로에서부터 아마추어까지 대다수가 머리로 한 백패스는 잡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과연 맞는 말일까? 이번 편은 축구규정에 관한 이야기다.

2015년 1월 24일 적도 기니의 수도 말라보에서 열린 201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D조 예선 코트디부아르와 말리의 경기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전반 39분 코트디부아르의 수비수 에릭 바일리(21, 비야레알)가 공을 발로 뛰운 뒤 머리로 백패스를 했고, 골키퍼 그보호우(27, 마젬베)가 손으로 잡았다.

모두가 문제 없는 플레이라 생각하고 넘어갈 찰나, 모로코 출신 엘 아라흐 주심은 간접 프리킥을 선언했다. 주장 야야 투레를 비롯해 코트디부아르 선수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주심에게 달려들었다.

바일리는 주심을 향해 자신의 이마를 툭툭 치며 '헤딩'이었다고 강조했지만 아라흐 주심은 단호했다. '헤딩 백패스는 골키퍼가 잡을 수 있다'는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판정. 주심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을까.

# 정상적인 플레이로서의 헤딩 백패스, 골키퍼가 잡을 수 있다

정확한 정의를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가 발행, 대한축구협회(KFA)가 번역한 2014/2015 경기규칙서를 참고했다. 12항 반칙과 불법 행위, 간접 프리킥이 주어지는 반칙에 흔히 말하는 '백패스 금지 조항'에 연관된 문구가 있다.

'볼이 팀 동료에 의해 골키퍼에게 의도적으로 킥이 된 후 손으로 볼을 터치한 경우' 간접 프리킥이라고 적혀 있다. 영어 원문으로도 'kicked'라 표기되어 있으니 헤딩 백패스는 해당사항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 규칙을 역이용하기 위한 의도적인 헤딩은 '반스포츠적 행위'

문제는 규칙을 역이용하기 위한 바일리의 '의도'였다. 헤딩 여부보다 상위 개념인 반스포츠적인 행위가 기준이었다. 경기규칙서 '경기 규칙의 해석과 심판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설명이 부가되어 있다.

'볼이 인 플레일 때 규칙을 역이용하기 위해 자신의 머리나 가슴, 무릎 등으로 자기편 골키퍼에게 볼을 패스하는 의도적인 속임수(deliberate trick)를 사용한다면, 골키퍼가 손으로 볼을 터치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이 반칙은 경기 규칙 12를 역이용한다면 플레이를 간접 프리킥으로 재개한다.'

엘 아라흐 주심은 골키퍼가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억지스럽게 '발로 차 올려서 머리로 백패스'를 한 바일리의 행위를 의도적인 속임수로 판단하고 휘슬을 불었다.

# K리그에서도 엘 아라흐 사례 같은 '좋은 판정' 공유해야

현재 KFA 1급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A는 이 장면에 대해 "자연스러운 플레이가 아닌 게 문제인 것이다. 수비수가 의도를 갖고 공을 차 올린 걸 반스포츠적 행위로 본 것이다. 조금 더 파고들면 간접 프리킥도 백패스를 잡은 골키퍼가 아니라 행위가 발생한 수비수 위치에서 줄 수 있을 것이다"라며 명쾌한 해석을 덧붙였다.

해당 영상은 6일 기준 SNS에서 93,000 여 회 조회됐다. 1,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한글은 물론 다양한 언어로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심판의 '판정 하나'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의견을 이끌어내고 공유되고 있다는 뜻이다.

심판 판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논란만 불거지는 K리그에서도 이같이 '흥미로운 판정'을 발견하고 공유하는 문화를 기대할 순 없을까. "찾아보면 판정만 가지고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뿌리깊은 불신도 있고 실수만 부각되니 긍정적으로 박수 주고 받기가 쉽지 않은 문화가 문제 아니겠나"라는 A심판의 자조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축구인들에게 아리송했던 '상식'을 실사례로 증명한 모로코의 엘 아라흐 주심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SNS캡쳐, 2014/2015 경기규칙(FIFA발행)

동영상URL= https://www.facebook.com/chtae14/posts/957010177690571?notif_t=like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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