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맥주..'세금이 너무해'
국내 하우스맥주 업체수가 10년 새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우스맥주에 붙는 세금이 대기업 맥주나 수입맥주에 비해 단가당 3배 이상 많아 가격 면에서 경쟁이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 등 대기업들이 직접 생산 외에도 맥주 수입을 늘리면서 중소 맥주업체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9일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맥주기업 규모별 면허수 현황’을 보면 하우스맥주 업체는 2005년 112곳에서 지난해 49곳으로 10년 동안 절반 이상 사라졌다. 지역별로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 권역 하우스맥주 업체수와 출고량이 크게 줄었다. 서울의 경우 2010년 17개 업체에서 907㎘를 생산했지만 지난해에는 11개 업체, 399㎘로 줄어들었다. 부산도 같은 기간 9개 업체에서 482㎘를 생산하다 6개 업체, 270㎘ 생산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우스맥주 업체들이 대도시 시장에 진출했다가 대기업 자본에 밀리면서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

하우스맥주가 위축된 이유는 상대적으로 과중한 세금 부담 때문이다. 현행 주세법상 모든 맥주는 출고가격 또는 과세가격(수입금액+관세)을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 즉 1ℓ를 생산하든 100ℓ를 생산하든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대량 생산 설비를 지어 생산비를 낮춘 업체는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을 적용받게 된다. 대기업들은 카스, 하이트, 클라우드 등을 대량 생산·공급하면서 세금 부담을 낮췄다. 대기업들은 수입맥주도 앞다퉈 들여왔다. 대량 수입으로 단가를 낮출 수 있어 낮은 세금만 물면 된다. 최근 엔화 약세로 수입량이 크게 늘어난 일본 맥주의 경우 산토리는 오비맥주가, 기린은 하이트진로가 수입하고 있다. 롯데칠성도 롯데아사히를 통해 올 상반기까지 아사히맥주를 수입했다.

홍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350㎖ 기준으로 한 대기업 생산 맥주의 세금(주세+교육세+부가세)은 449.28원, 한 대기업 수입맥주의 세금(관세 포함)은 334.00원에 그쳤다. 반면 한 하우스맥주는 세금이 1097.34원에 달했다. 낮은 세금은 그대로 판매가에 반영돼 수입맥주의 가격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종 출고가 기준으로 하우스맥주는 2068.95원으로 수입맥주(566원)의 4배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격 차이는 판매로 이어져 지난 4년간 수입맥주 판매량은 연평균 26%나 늘어났다.
하우스맥주의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유럽연합(EU)에서 수입되는 맥주에는 15%의 관세가 붙지만 하반기에는 11.2%로 낮아지고, 내년 상반기에는 7.5%로 떨어진다. 2018년 7월부터는 제로(0%) 관세가 된다. 미국 생산 맥주도 올해는 12.8%의 관세가 붙지만 내년 8.5%, 2017년 4.2%, 2018년 제로 관세다. 홍 의원은 “국내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주세법을 개정해 중소 규모 맥주는 주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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