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종이에 담고 마음에 담다..나를 다독이는 시간 '라이팅북'

수많은 유명 작가들은 그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좋은 작품을 읽고 쓰기를 반복하며 마음에 새겼다. 문학가나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문장 실력을 넓히기 위한 연습과정 ‘필사’.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 필사는 ‘좋은 글귀를 정독하고 손으로 쓰며 마음에 담아 메마른 감성을 다독이는,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하나의 방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출판업계 역시 필사용 라이팅북을 ‘컬러링북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형태’로 이야기한다. 컬러링북이 시각의 자극을 통해 생각을 비워나가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필사는 ‘문학’이라는 농밀한 콘텐츠를 운반하며, 생각의 속도를 조절해 주는 미덕을 겸비했다는 것. “생각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쓴다. 생각의 속도가 필사의 속도와 보조를 맞추면 비로소 숨통이 트인다. 필사는 내게 숨 고르기다”라는 아트디렉터 홍동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흰 종이와 검은 펜 하나만 있다면

▶손으로 읽는 시, 에세이, 소설
컬러링북의 주요 구매 고객이 2030대 젊은 여성들이었다면, 라이팅북은 보다 넓은 층에게 다가간다. ‘색칠연습’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컬러링북 매대 앞에서 서성이기만 했던 남성들이 있다면 반가운 소식일지도 모른다. 라이팅북은 가장 일반적으로 시문학 도서부터 에세이, 소설, 영어 성경까지 넓은 장르에서 선보여지고 있다. 글을 옮겨 쓰는 과정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문학 장르, 글들을 통해 남녀노소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라이팅북을 찾는 사람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팅북의 이러한 선전에는 ‘명시 필사’의 재조명이 힘을 보태고 있다. ‘섬진강 시인’이란 별칭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이 직접 엄선한 시집 라이팅북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와, 서정과 서사의 깊이를 함께 아우르는 시인 고두현이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시와 명문장 글들을 골라 모은 <마음필사> 등은 ‘필사’와 ‘시’가 만나 이루는 짧은 문장의 힘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도서 <미움 받을 용기>로 아들러 심리학 열풍을 낳은 알프레드 아들러의 핵심 주장을 담은 <오늘, 행복을 쓰다>(상단, 우측이미지)나 생텍쥐페리의 글을 옮겨 써보는 <필사의 힘-생텍쥐페리처럼, 어린 왕자 편> 등 세월의 정점에 서 있는 문학가들의 감성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다.
Tip감성회복을 위한 라이팅북, 100배 즐기는 방법
① 책의 왼쪽엔 글의 전문이, 오른쪽엔 독자가 필사를 할 수 있는 감성 여백이 편지지처럼 디자인돼 마치 나를 위해 혹은 누군가에게 좋은 구절을 선물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② 문장의 띄어쓰기, 구절, 마침표까지 명시에 쓰인 요소를 따라 쓰며 작가와 함께 호흡해본다.
③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라이팅북 #쓰는재미 #만년필 #필사집 등을 해시태그로 올려 정성스레 쓴 손글씨를 공유한다.
④ 만년필을 이용해 캘리그라피를 하거나, 혹은 글씨체, 색감과 그림, 여백의 자리구성을 변경해가며 다양한 필사를 해본다.
⑤ 눈으로 읽고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내려 간다. 처음 시작하는 문장부터 찬찬히 음미하면서 읽어본다. 그리고 마치 내가 생텍쥐페리인 것처럼 따라 써보자. 어린 왕자를 따라쓰기 하며 관계를 맺는 순간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필사의 힘-생텍쥐페리처럼, 어린 왕자 편> 머리글 中

라이팅북은 ‘참여형 독서문화’의 발전적 진화를 가져왔다. 라이팅북에서 진정한 힐링 효과를 얻기 위해 저자와 함께 호흡하고, 작가가 쉼표를 찍으면 같이 쉬고, 말 줄임표를 하면 그 여백을 따라가보자.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을 입으로 읽어보고, 천천히 손으로 써내려 가며 다시 한번 읽으면 ‘정독의 과정’을 부담 없이 배워나갈 수 있다. 디지털 세대로 스마트폰에 익숙한 우리에게 연필과 펜을 이용한 작업은 이제는 ‘아날로그 감성’이 되어버렸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라이팅북은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새기는 과정을 통해 공감과 소통의 길을 만들어준다.
손으로 생각을 하는 필사는 단순히 글자를 옮겨 적는 행위에서 벗어나 사람들에게 글을 쓰면서 느끼는 특유의 손맛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촉촉한 감성을 담거나, 정교하게 다듬어진 글을 읽고 쓰며 독자들은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동시에 작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일치시키는 과정에서 가지는 시간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덧 눈 앞의 결과물에 작은 성취 또한 느낄 수 있다.
마음에 닿는 글귀 ‘이곳’에서 얻다

97명의 시인이 써내려 간 101편의 사랑시를 수록한 이 책은 시를 손으로 직접 필사하며 그 동안 소홀했던 자신에게 작은 여유를 선물해 줄 수 있는 라이팅북이다.

김소월, 이육사, 윤동주, 백석 같이 친근한 작가의 작품은 물론, 한 시대를 풍미한 문인의 시, 외국 작가의 메시지까지 다양하게 수록했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따라 써봄으로써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이고, 내 삶의 목표와 역시 스스로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이며,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행복해진다’는 아들러의 주장을 가장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로 전한다.

총 91편의 시, 명문장, 에세이와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20여 장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기억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그리고 삶의 애환과 이별 그 너머를 돌아보게 한다.

하루 한 줄, 감성 가득한 글을 따라 써보면서, 그리고 빈 페이지에 다시 자신의 글씨로 채워나가는 일기장 같은 책. 매일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내서 소중한 하루하루를 기록할 수 있다.

우리 인생의 그리움과 추억과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사랑을 담은 에세이 라이팅북이다. 삶의 성찰이 필요한 순간, 가만히 나를 들여다 볼 기회와 위로를 선물한다.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한 고전, 영원한 스테디셀러 어린 왕자. 한 문장, 한 문장 차분하게 생텍쥐페리의 문장을 필사하며 탐미하다 보면 감성 치유와 동시에 문장력을 또한 키울 수 있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교보문고, 티몬 홈페이지 스크린 샷,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97호 (15.10.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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