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붉은 등 '팔판정육점'
최근 통계에 의하면 자영업자 숫자가 줄어든다고 한다. 철물점, 지물포, 전파사, 전기상, 쌀가게, 사진관 등을 구경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인터넷쇼핑몰과 마트에서 뭐든 살 수 있는 데다 임대료 상승도 이들의 폐업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주요 상권에서는 식당 등의 유흥업종에 밀려 자리를 지켜내기 힘겹다. 정육점도 그렇다. 빨간 등을 켜고 고기를 팔던 푸줏간의 기억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다.
|
|
고기는 곡물과 함께 도시를 이루는 식량의 핵심이었다. 곡물수송차량은 교통순경도 피해가는 특권이 있었듯이, 고기를 운반하는 차도 ‘지육운반차’라고 딱지를 붙이고 다녔다. 보통 화물이 아니니, 다들 좀 알아봐달라는 유세였다. 그럴 만도 했다. 추석만 되면, 뉴스에선 서민생활과 직결된다는 고깃값 단속 소식이 올라왔다. 물 먹인 소도 단골 기사였다. 그래도 그때는 고기 반 근을 사더라도 사람 사이의 소통이 있었다. 이제 우리는 바코드를 붙여 랩으로 얌전하게 포장된 ‘붉은 살’을 사서 요리한다. 그것이 본디 살아 있는 생명의 어떤 부위였다는 인식 따위는 중요치 않다.

북촌 한쪽에 팔판동이라는 멋진 이름의 자그마한 동네가 있다. 그곳에는 1940년부터 고기를 팔아온 팔판정육점이 있다. 3대 노포다. 엉덩이를 슬슬 쓸어보기만 해도 고기 질을 알아맞혔던 전설적인 정육 명장 이경수 선생에 이어 아들 준용씨가 칼과 고기를 거는 고리를 이어받았다. 대형마트가 막강한 구매력과 시장장악력을 앞세워 고기 시장에서 큰손이 된 이 바닥에서 개인 정육업자로 고군분투 중이다. 여전히 최고의 고기만을 다룬다는 자부심과 프로의 칼솜씨로 윤기있는 가게를 만들어가고 있어서 반갑다. 마실 가듯 삼청동과 북촌 구경을 갈 일이 있거들랑 들러서 고기 ‘한 칼’ 끊어가는 것도 좋겠다.
<박찬일 | 음식 칼럼니스트>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대통령 멘토’ 이해찬 민주평통 부의장 베트남서 별세
- 반독재 투사이자 ‘킹메이커’···민주진영의 ‘정치적 대부’ 이해찬 전 총리 별세
- [속보]경찰, 이 대통령 흉기 테러 TF 45명 투입···부산청장 지휘·보고 배제
- 이 대통령, 이혜훈 낙마로 ‘탕평 인선’ 실험 실패…통합 인선 기준과 인사검증 과제 남겼다
- [현장]전광훈 없이 열린 광화문 ‘전광훈 집회’···실내 행사 전환, 도로가 열렸다
- 120억원 캄보디아 ‘로맨스 스캠’ 30대 부부 구속···“도주 우려”
- 쿠팡이 소환한 ‘슈퍼 301조’ 악몽···통상당국 “차별 없었다” 정면돌파
- [단독]숭실대 전 총장이 대표 재직 언론사, ‘김병기 차남 편입 의혹’ 기사 일방 삭제 논란
- ‘혈액 보릿고개’ 단숨에 뒤집은 ‘두쫀쿠’···헌혈 예약률 5배 치솟고 ‘오픈런’까지
- 조갑제 “한덕수 판결은 국민의힘에 대한 정치적 사망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