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와 첫 대결 英 노동당 신임 당수..'격돌' 예상 빗나가

코빈, 지지자들에게서 받은 질문 그대로 읽어내려가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제러미 코빈(66) 영국 노동당 신임 당수가 의회에서 열린 총리에 대한 질의 시간에 현지 언론들의 예상을 빗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일정은 복지 축소와 파업을 억제하는 노동법 개정 등을 신랄히 비판한 '강성 좌파' 코빈이 당수에 선출된 이후 맞는 총리와의 첫 대결 무대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격돌을 짐작한 현지 언론들의 예상과는 거리가 먼 장면이 연출됐다.
단상에 오른 코빈은 "총리에 대한 질의가 너무 과장됐고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면서 달라지기를 바란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내 첫 번째 총리에 대한 질의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질의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자 4만명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면서 마리라는 이름의 지지자가 전한 주택공급 부족에 관한 이메일, 주택조합 직원 스텐이 전한 감원 우려를 담은 이메일, 폴이라는 지지자가 전한 세금공제 축소에 대한 우려를 담은 이메일을 그대로 읽어내려 갔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내가 고결한 신사의 당수 선거 승리를 축하할 수 있을까요? 앞줄에 나와 의견을 나누는 것을 환영할 수 있을까요?"라며 답변을 시작한 뒤 "우리가 의견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국익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총리에 대한 질의나 답변을 더욱 진지하게 할 수 있다면 나만큼 기쁜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주택공급 부족에 대해선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면서도 "우리 경제를 계속 성장시키지 않는 한 영국 경제가 주택을 짓지 못할 것"이라며 경제성장이 수반돼야 복지도 가능하다는 보수당 원칙에 입각한 답변을 내놨다.
세금공제 축소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로가 대가를 얻는 나라"라며 근로를 중시한 복지개혁을 추구하고 있다는 보수당의 가치를 되풀이했다.
이에 코빈은 "총리의 답변에 감사하고 우리가 과거 해온 것보다 더 성숙하게 총리에 대한 질의에 임하겠다는 총리의 약속에 감사한다"고 했다.
코빈은 전날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서 열린 영국본토 항공전 75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국가 '하나님 여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Queen)를 부르는 동안 침묵을 지켜 비난을 받았다.
영국본토 항공전은 1940년 영국이 독일과 벌였던 치열한 공중전이다. 코빈은 왕실에 반대하는 공화주의자이자 반전 평화주의자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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