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폿@이슈] '사도' 유아인, 이쯤되면 하나의 장르다

김수정 2015. 9. 16. 07: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V리포트=김수정 기자] 유아인, 제대로 물 올랐다.

영화 '사도'(이준익 감독, 타이거픽쳐스 제작)가 오늘(16일) 기대 속 뚜껑을 열었다.

'사도'는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음을 맞이한 사도세자를 재조명한 작품이다. '왕의 남자', '평양성',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등 사극 장르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여온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조는 송강호가, 사도세자는 유아인이 연기했다.

이준익 감독은 사도 세자의 이야기를 비극적 가족사로 풀어냈다. "나랏일이 아니라 가족 일"이라는 대사로 시작해 "우리는 왜 왕과 세자로 만났는가"로 끝나는 영조의 대사는 그래서 의미 깊다. 영조, 사도, 정조로 이어지는 부자(父子)간의 갈등과 정을 스크린에 꾹꾹 눌러 담았다. 2015년 충무로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사극이다. 감정과 감동이 내내 요동친다.

무엇보다 '사도'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 하나만으로도 125분이 훌쩍 지나간다. 그중에서도 사도세자를 연기한 유아인은 한 배우 인생의 정점을 목도하는 쾌감을 관객에게 선사하며 제대로 물 오른 연기력을 스크린에 수놓았다.

2003년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유아인은 반듯한 외모로 데뷔와 함께 스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팬시한 스타의 자리를 스스로 거부하고 한동안 대중의 곁을 떠났다. 2007년 독립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돌아온 그는 청춘의 비릿한 풋내를 잔뜩 풍기는 얼굴로 그해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을 받으며 배우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이틴 스타의 자리를 거부하는 그의 배우로서 고집은 작품 선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의 시선은 줄곧 고민하는 청춘, 표류하는 청춘, 삶과 생활의 고단함에 나부끼는 청춘으로 향했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연민이 꿈틀대며 마음이 동한다. 영화 '좋지 아니한가',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하다못해 로맨스 연기를 펼친 '성균관 스캔들'과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마저 그의 눈빛은 왠지 모를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제 운명에 고민과 회의를 품는, 그래서 남들 눈엔 반항아로 보이는' 연기는 어느 순간 유아인의 전매특허가 됐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한계가 되기도 했다. 영화 '완득이'가 그의 이러한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라면, '깡철이'는 그의 새로운 연기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다소 실망감을 안긴 영화다.

자신이 지닌 특유의 소년 이미지에 피로도를 느꼈다는 그는 청춘의 막연함을 매 작품 조금씩 변주하며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 시발점은 동시기 촬영한 JTBC '밀회'와 영화 '베테랑'(류승완 감독)이요, 정점은 '사도'다. 유아인은 이번 '사도'에서 강압적 아버지 영조와 갈등하며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는 사도세자 그 자체가 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유아인은 광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도의 유약함과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채워지지 않는 인정 욕구, 부정을 향한 갈망에 결국 미쳐버리고야 만 사도 세자 역에 유아인이 아닌 다른 배우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간 수많은 배우가 이 캐릭터를 연기했으나, 아마도 당분간 사도세자는 유아인의 얼굴로 기억될 듯 하다.

발성에는 힘이 들어갔고 어깨엔 힘이 풀렸다. 제 머리를 바닥에 내리치며 아이처럼 울고 "이게 임금이 할짓이야"라며 울부짖는 그의 모습에서는 슬픔과 황망함, 처연함마저 느껴진다. 영특했던 사도의 말간 얼굴부터 모든 것을 체념하고 스스로 뒤주로 걸어들어가는 대목까지 큰 진폭의 연기를 유려하게 펼쳐냈다. 단연코 유아인 인생 최고의 연기다.

이준익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사도세자 역에 유아인을 떠올렸다고 했다. '사도'를 보고나면 이 말에 십분 공감하게 된다. 버거운 운명을 짊어진 이의 불안한 눈빛과 광기를 동시에 표현할 배우는 그리 많지 않을 터. 이 분야 베테랑은 단연 유아인이다. 이쯤되면 하나의 장르라 불러도 과장이 아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사도' 포스터 및 스틸

Copyright © TV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