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토의 장으로 변한 '동물원 동물복지 토론회'

이병욱 기자 2015. 9. 1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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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동물원 동물 매각 논란 이어져.. 동물단체 회원·시민들 강력 항의
14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한 긴급 시민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시민토론회에서는 동물원 동물들의 복지와 농장동물 관리방안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2015.9.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한 시민 토론회가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최근 서울대공원 동물원(원장 노정래)이 전시동물을 도축농장에 매각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후 대공원 대강당에서는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한 긴급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전시동물 매각 문제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동물보호단체 회원 및 시민들이 강하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측은 이날 동물원 동물복지와 농장동물 관리방안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이끌었다.

7명의 패널들 가운데 일부만 논란이 된 전시동물 매각 내용을 잠시 언급했을 뿐 나머지 주제발표에서는 동물 복지와 거리가 먼 일반적인 동물원 역할과 기능 설명, 프로그램 소개 등이 이뤄졌다.

이에 주제토론 시간에는 토론회 참여 시민들이 전시동물의 도축농장 매각에 대한 동물원장의 해명과 향후 계획을 밝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소연 동물보호단체 케어 공동대표는 "오늘 이 자리가 긴급 시민토론회인지 서울대공원에서 하고 있는 일을 홍보하고 설명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며 "토론회에 시민들이 참여한 이유는 동물원장의 책임감 있는 대답이 듣고 싶어서 인데, 사슴 매각문제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고 엉뚱한 내용을 강의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하루전까지 전시된 동물들이 도축농장으로 끌려가 죽어가는 비정상적인 일을 정상으로 만들려 하는 것"이라며 "만약 동물원에서 두 배가 넘는 (재매입) 비용이 문제라면 시민들이 모금해 동물들을 구조할 것이다. 동물원은 문만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박창길 생명체학대방지연합 대표(성공회대 교수)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사슴 매각행위는 비도덕적 행위"라며 "개체 동물에 대해 동물원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 동물원이자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의 회원인 서울대공원은 동물복지와 관련한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정래 동물원장은 "동물원에서는 지난해 종관리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종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또한 동물복지 측면을 고려해 일부 동물들의 매각을 결정한 것인데 팔려간 곳이 도축농장이었다는 사실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동물원에 남아 있는 개체들을 고려할때 재매입 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노 동물원장은 "앞으로는 이런 일(도축농장으로 매각)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21세기 동물원은 왜 존재하는가'란 주제로 발표한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세계의 유수한 동물원들은 자신들을 멸종위기 동물의 '노아의 방주'로 자처하는데 이는 시민단체, 철학자들의 공격으로부터 동물원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동물원 역시 왜 존재하느냐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이 꼭 필요하다"면서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동물에게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동물에게 강요할 권리가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멸종되어 가는 종들을 대변하는 일종의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그런 외교관을 학대하고 감옥살이 시키선 안된다"며 "사회가 발전할수록 동물원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이 커지는데 보전에 충실하고 동물복지에 최선을 다하는 동물원이라면 그만큼 거부감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14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한 긴급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시민토론회에서는 동물원 동물들의 복지와 농장동물 관리방안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2015.9.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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