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달은 아빠(개그맨 조정현씨)와 닮은꼴..광대의 길 걸어요"
8살 때 아빠를 따라 간 방송국에서 판소리 한 소절을 뽑았다. 주위에선 아빠의 ‘끼’를 이어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TV 출연도, 판소리도 싫었다. 돈 버는 데 정신없던 아빠가 미웠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어느 날 40대 아빠는 뇌출혈로 쓰러졌다. 제대로 걷지도, 말도 못했다. 이럴려고 그렇게 발버둥쳤느냐고 소리쳤다.
배우이자 소리꾼인 조아라씨(35)의 몸은 땀범벅이었다. 지난 6일까지 일주일간 자전적 1인극 <어쩔 수가 없어>에서 그는 ‘싸이코 무녀’가 되고, 희극인이자 사업가인 아버지, 철부지 딸 그리고 방황하는 청춘이 돼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며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공연장인 서울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최근 만난 조씨는 “아버지를 이야기하면서 ‘나’를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 연극을 통해 아버지 조정현씨(아래)를 이해하게 됐다는 조아라씨(위)는 “나를 가둔 틀을 깨고 새로운 마음으로 관객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몸소리말조아라 제공 |
그의 아버지는 1980~1990년대 인기 개그맨 조정현씨(55)이다. 언제나 바쁘고 엄했던 아버지다. <어쩔 수가 없어>는 조씨가 아버지를 탐구하며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극으로 다큐멘터리, 연극, 판소리, 비디오 등 여러 장르와 매체가 어우러져 관객들의 혼을 뺐다. 지금도 몸이 불편한 조정현씨는 사진과 영상으로 등장했다. ‘어쩔 수가 없어’는 조정현씨가 히트시킨 유행어다.
“지난해 불현듯 ‘어쩔 수가 없어’란 말이 떠올랐어요. 때가 됐다 싶었죠. 진짜 배우의 길을 가려면 내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과 마주하기로 결심한 조씨는 아버지가 보관 중이던 스크랩북 16권과 180여개의 비디오 자료들을 바탕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자신의 치부를 꺼내는 듯해서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딸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 지원사업 다원분야에 선정되기도 한 <어쩔 수가 없어>는 “새 출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조씨는 강조했다.
“어쩔 수 없이 광대가 된 나를 닮은 한 사람이 아빠입니다. 아빠를 탐구하니 이해되더군요. 그전까지는 마냥 ‘트라우마’였죠.”
작품을 준비하면서 조씨는 처음으로 “아빠, 나도 힘들었어”라고 털어놨다고 한다. 그는 “광대란 자신의 비극도 희극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용기를 갖고 아빠한테 다가갔다”며 “이번처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 관계도 좋아졌다”고 했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채 청춘을 방황 속에서 보낸 그는 “틀을 깨기 위해” 달려왔으며, 그 틀이란 “아빠일 수 있고 내 안에 있는 어린 아라일 수 있고 세상의 잣대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 매번 “작두 타는 심정으로” 무대에 선 것도 이 틀을 깨기 위해서였다.
국립국악고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에서 판소리를 공부한 조씨는 연극에 흥미를 느끼고 이 학교 대학원에서 연기를 전공하면서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2011년에는 “몸·소리·말로 다양한 이야기와 형식을 탐구”하는 극단 ‘몸소리말조아라’를 창단, <불러주는 이야기>(2011)와 <춘향가 반창>(2012), <싸이코시스-커튼을 여세요>(2013), <수궁가가 조아라>(2014) 등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2011년 국제아동청소년 연극협회 ‘서울어린이연극상 연기상’과 2013년 서울연극제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을 받았다.
오는 17일에는 <어쩔 수가 없어> 제작 과정을 담은 책을 펴내는 조씨는 “이제부터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특히 사람을 볼 것”이라며 “더 용감하게, 재밌게, 사람들이 ‘좋아라’ 하게 연기하고 창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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