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시리아 내전..러시아 개입 확대 조짐에 서방 우려 고조(종합)
서방, 난민문제 근원지 시리아 공습 준비…러도 무기·병력 지원 늘리며 개입 확대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이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최근 유럽이 겪고 있는 난민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시리아 내전이 지목되면서 서방 각국들이 시리아에서의 공습 방침을 밝힌 가운데 서방과는 뜻을 달리하는 러시아 역시 시리아 내전에 더욱 깊숙이 개입하는 모양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정권 축출을 목표로 한 온건반군,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지부인 알누스라전선 등까지 복잡하게 얽혀 안그래도 꼬여가던 시리아내전이 서방과 러시아의 개입 확대로 한층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프랑스·호주·영국, 시리아서 IS 공습 참여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IS를 격퇴하고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지 않는 한 난민 문제의 해법은 찾을 수 없다"며 내주 의회에서 시리아내 공습 계획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공습을 앞두고 지난 8일 라팔 전투기를 동원해 시리아 상공에서 첫 정찰 비행을 시작했다.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주도의 IS 격퇴전에 참여하고 있는 서방국가들은 그동안 이라크에서와 달리 시리아에서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IS에 대한 공습이 자칫 아사드 정권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 탓이다.
그러나 최근 사상 초유의 난민 위기를 겪으며 난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을 밖으로 내몬 시리아 내전을 종식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고 시리아전에도 동참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도 이날 "미국의 요청을 수용해 IS에 대한 공습을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넓히기로 했다"며 "IS를 물리치는 것만이 중동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끝낼 뿐 아니라 호주와 세계에 대한 위협을 해소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역시 시리아 공습 재개를 위해 의회의 지지를 구하고 나섰다.
이들 국가들은 모두 유럽으로 몰려오는 난민들을 수용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난민 수용이라는 일시적인 부담을 감수함과 동시에 추가 부담을 차단하기 위해 난민 위기의 근원인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이다.
발스 총리는 "난민 위기는 난민을 수용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4백만∼5백만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사드정권 지지자 러시아, 내전 직접 개입하나
연합군의 전력이 강화된다면 내전 조기 종식의 기대를 품어볼 수도 있으나 변수는 아사드 정권의 든든한 지지자인 러시아 역시 개입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9일 AFP통신은 익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최근 러시아 상륙함 두 척이 시리아 타르투스항에 도착했으며 시리아 공항에 십여 대의 러시아 병력수송차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수십 명의 러시아 해병대가 시리아가 도착했고 대형 수송기도 공항에 착륙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앞서 복수의 레바논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이미 시리아 정부군 편에서 반군과의 지상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시리아 정부군이 이들리브 지역의 마지막 군 기지를 시리아의 알카에다 지부인 알누스라전선에 내주는 등 패색이 짙어지자 러시아가 지원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서방 언론들은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러나 러시아군이 시리아 사태에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러시아는 시리아와 군사기술 협력 협정을 맺고 있고 공식적으로 무기와 군사 전문가를 지원해왔다"며 "새로운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러시아 군수산업분야 관계자는 10일 자국 일간 '코메르산트'에 "현재 시리아로 총기, 수류탄, BTR-82A 장갑차, 군용트럭 등 지역 전투와 군인 수송을 위한 무기와 장비들을 제공하는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고 전했다.
무기 공급 대금은 시리아가 앞서 러시아제 방공 미사일 S-300 구매를 위해 선금조로 지불했다가 계약이 무산되면서 러시아 측에 남아있는 돈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러시아 국영무기수출업체 '로스오보론엑스포르트' 대표 아나톨리 이사이킨은 "시리아와의 군사기술 협력 계약은 철저히 합법적인 것으로 시리아로 공급된 러시아제 무기는 전적으로 국경 방어와 테러리스트들과의 전쟁을 위한 것이며 타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방은 러시아의 시리아전 개입 확대에 깊은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개입은 갈등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세르게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화해 우려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제재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IS 격퇴를 명분으로 시리아 군사 개입을 타진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발스 총리는 CNN에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지만 정치적 해법 또한 원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리아 사태와 관련한 서방과 러시아 간 이견이 심해지면서 IS 격퇴를 위한 미국 주도 동맹에 시리아 정부를 끌어들이자는 러시아의 제안이 힘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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