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글'에서 '전학생'으로 산다는 것

2015. 9. 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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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사춘기때 전학 한다고 모든 학생이 빈 교실에서 부탄가스통을 터뜨리는 범죄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의 학생이 전학가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경우 우울증 등 정신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 ‘가정ㆍ학교ㆍ친구’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예민한 사춘기 학생들에게 학교를 옮기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를 바꿔 처음부터 새로 적응해야 하는 환경은 학생들을 극도의 불안 속으로 몰고 간다.

‘왕따 고민’부터 우울증, 과대망상증, 돌발행동까지 그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헤럴드DB

서울 양천구 중학교에서 부탄가스로 폭탄을 터뜨려 큰 충격을 준 이모(15) 군은 경찰 조사에서 “전학 간 학교에서 친구들이 잘 어울려주지 않아 불만이었다”고 진술했다.

이군의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인 양지훈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이군은 지난해 2월 서초구 B중학교로 전학간 후 왕따를 당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세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이날 변호인과의 면담에서 이군은 B중학교에서 물리적으로 폭행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등 왕따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수경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한창 예민한 시기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의 의지로 학교를 옮기게 돼 절망적인 기분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진단했다.

4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의 전국 전입생 수는 초등학교 18만1961명, 중학교 4만4955명, 고등학교 2만527명으로 총 24만7443명이다. 하루 평균 678명이 새 학교, 낯선 환경에 던져진다.

‘학교 정글’에 전학생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들은 등교 초반에 왕따나 투명인간이 되기 일쑤다. 학기 초인 4~5월만 지나도 확정이 되는 친구 무리나 단짝이 학년 내내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있는 학생들은 저마다 왕따 고민을 늘어놓는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전학 가게 됐는데 왕따 안 당하는 법좀 알려 주세요”라며 고민 상담글이 올라온다.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 전학을 했던 이모(19ㆍ여) 씨는 당시를 “이미 다 친해져 있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힘들었고 텃세가 심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씨는 “처음 왔다고 알아서 챙겨주고 밥 같이 먹어주는 그런 게 없어서 힘들었고 담임선생님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결국 3학년에 올라가 반이 바뀌고 나서 생활이 나아져 그때서야 좀 살만 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학생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와 주변의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친구관계가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청소년기에는 학년이 바뀌는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데 새 학교에 혼자 던져지는 것은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라며 “한자녀 가정이 많아지면서 형제자매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이 부족해 새 친구 사귀는 법을 잘 모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허유정 팀장은 “새 학교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겉돈다는 생각이 들면 울분이 쌓여 돌발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며 “또래들의 지지는 물론이고, 학교나 가정에서 보다 전문적이고 빠른 상담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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