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528) 식용 소금과 과학

음식에 짠맛을 내기 위해 쓰는 소금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천일염은 우리의 전통 소금이고, 죽염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한다. 세계적 명품인 천일염과 죽염은 마음 놓고 먹으라고 하는데 식약처의 입장은 다르다. 소금이 건강에 좋지 않으니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야단이다. 우리의 전통 음식인 국·찌개·김치·젓갈·장아찌가 경계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소금의 40%가 천일염이다. 물론 우리에게도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만든 천일염의 전통이 있다. 제주도 구엄리에 남아있는 돌염전이 바로 우리의 진짜 전통 천일염을 생산하던 곳이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이 주로 먹었던 진짜 전통 소금은 바닷가 모래에서 채취한 진한 소금물을 진흙 가마로 끓여서 만든 자염(끓인 소금)이었다. 오늘날 서해안의 염전은 대부분 1907년 일본인이 주안과 동래에 처음 설치했던 대만식 염전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정부가 식용 소금을 관리한 것은 1996년부터였다. 천일염을 다시 물에 녹여서 불순물을 제거해 '꽃소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재제염)이 최초의 합법적 식용 소금이 됐다. 천일염을 식용으로 인정한 것은 2008년부터였다. 특수 거름막(채)으로 불순물을 걸러낸 소금물로 만든 정제염도 식용 소금이 됐다. 재제염(꽃소금)과 정제염이 화학적으로 처리한 '가공소금'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은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식염은 대부분 깨끗하고 위생적인 재제염과 정제염이다.
천일염이 재제염이나 정제염보다 덜 짜게 느껴진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천일염에 수분을 비롯한 불순물이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덜 짠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려면 더 많은 양을 넣어야 한다. 짠맛을 내는 것은 소금이 아니라 염화나트륨의 양이기 때문이다. 불순물이 많은 '저염소금'과 소금을 적게 넣은 '저염식'은 전혀 다른 것이다.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주장도 어설프다. 본래 미네랄은 '광물'을 뜻하지만, 식품과학이나 영양학에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무기물' 영양소도 미네랄이라고 부른다. 나트륨(소듐)·칼륨(포타슘)·칼슘·마그네슘과 염소·인·요오드(아이오다인)가 모두 미네랄이다. 구리·아연·실리콘도 미네랄이고, 망간(망가니즈)·코발트·크롬(크로뮴)·바나듐 등의 중금속도 미네랄이다. 미네랄의 종류는 20여 종에 이른다. 꼭 필요한 영양소이지만 너무 많이 먹을 필요도 없다.나트륨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네랄은 우유·육류·생선·해조류 등의 식품을 통해 쉽게 섭취할 수 있다. 굳이 소금에 불순물로 들어있는 미네랄까지 찾아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 미네랄이라고 모두 좋은 것도 아니다. 천일염에 들어있는 마그네슘의 쓴맛이 음식을 망쳐버린다. 천일염을 습기가 많은 곳에서 숙성시키는 것도 불순물로 남아있는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 성분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습도가 높아야 하는 천일염의 숙성 과정이 반드시 위생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염전의 소금물과 천일염에 호염성 세균이 들어있다는 것은 농촌진흥청 연구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생산 직후 세균이 들어 있더라도 1년 이상 숙성시키고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천일염이 1년 이상 숙성된 것도 아니고, 수분을 완전히 제거시킨 것도 아니다.
천일염은 천연소금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많이 먹어도 된다는 주장도 섣부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섭취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은 불순물이 포함된 소금의 양이 아니라 짠맛을 내는 나트륨 이온의 양이다. 저염식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 소금 때문에 국과 찌개를 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어설프다. 소금 섭취가 부족해도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천일염을 만병통치약으로 신비화시키고, 전통 음식을 폄하하는 것은 정상적인 식품과학의 역할이 아니다. 국가적 사업이라고 이해관계 충돌에 대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천일염을 위생적으로 생산·유통·소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진짜 식품과학이 해야 할 일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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