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자연과 사람의 교감' 안셀 아담스 사진전
“안셀 아담스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그의 사진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안셀 아담스(Ansel Adams, 1902~1984)의 며느리 진 아담스는 안셀의 사진이 지닌 ‘마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안셀 아담스가 생전에 남긴 “모든 사진에는 항상 두 사람이 존재한다. 사진가 그리고 감상자”라는 말이 ‘수사’에 그치지 않은 까닭이다.
진 아담스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안셀 아담스 사진전’ 기자 간담회에서 “안셀 아담스는 움직이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며 “적막함에서 오는 마법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안셀 아담스의 손녀 사라 아담스는 “이번 전시가 자연의 의미를 재창조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후세에도 많은 것을 시사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Yosemite National Park, California,1946. |
‘딸에게 준 선물-안셀 아담스 사진전’은 지난 20일 시작해 10월19일까지 열린다. 안셀 아담스가 직접 인화한 오리지널 빈티지 프린트 등 작품 72점이 공개된다. 그는 당시 유행한 ‘그림 같은 사진’, 회화주의 거부하고 원초적인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기록한 사진을 추구했다.
사진의 노출과 현상을 조절하는 기술인 ‘존 시스템’을 개발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안셀은 한장의 사진을 현상하기 위해 보통 이틀 동안 암실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의 사진을 단순 복사해 전시하기 힘든 이유다.
Surf Sequence 4, San Mateo County Coast, California, 1940. | 디투씨 제공 |
“필름은 악보이고, 사진은 연주이다.” 안셀은 야생과 환경 보호를 위해 활동한 환경운동가이자 풍경 사진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어릴 시절 피아노 연주에 재능을 보였다.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찍었던 것도 음악적 감성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안셀 아담스는 서부 개척시대에 태어났다. 당시 원주민들은 고향에서 쫓겨났다. 그 자리에 철도와 도로가 들어서면서 자연은 점차 파괴됐다. 안셀 아담스는 청소년 시절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방문하면서 자연과 카메라에 매료됐다. 1919년 요세미티 자연환경보호단체 ‘시에라 클럽(Sierra Club)’에 가입했다. 그는 감시원으로 활동하며 자연을 렌즈에 담았다.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은 요세미티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그랜드 캐니언의 리조트 건설 계획도 취소됐다.
안셀 아담스는 ‘사람은 어느 한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자신의 일에 반영될 수 있도록 그곳의 성격과 정신을 흡수해야 한다’고 믿었다. 70년 가까이 요세미티와 관계를 맺은 안셀 아담스이다. 그를 상징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요세미티에서 찍은 것이다.
Eagle Peak and Middle Brother, Winter, Yosemite National Park, California, c. 1968. | 디투씨 제공 |
안셀 아담스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러시아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 등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안셀 아담스가 캘리포니아 론 파인에서 찍은 ‘시에라 네바다의 겨울 일출’을 자신의 아치형 거실에 걸어뒀다. 199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스티브 잡스의 인터뷰 기사에서 “그의 방에서 사치라고는 오로지 안셀 아담스의 사진뿐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 안셀 아담스에게 사진을 배우고 그와 작품 세계를 공유한 사진가 알렌 로스, 밥 콜브레너, 테드 올랜드의 작품 154점도 함께 볼 수 있다. 안셀 아담스를 기록한 도서, 아들이 소장하고 있던 모자와 피아노 등도 전시된다. 안셀 아담스의 활동 무대였던 요세미티를 재현한 ‘힐링의 방’, 추모 영상이 상영되는 ‘다큐멘터리 영상방’, ‘인화 체험방’ 등도 선보인다.
Siesta Lake, Moon and Half Dome, Yosemite National Park, California, 1960. | 디투씨 제공 |
안셀 아담스의 며느리 진 아담스와 손녀 사라 아담스가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안셀 아담스 사진전>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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