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금태섭은 왜 반성문을 써야만 했을까?"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입력 2015. 8. 21. 10:14 수정 2015. 8. 21. 10: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금태섭 변호사가 쓴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는 책이 20일 공식 발간됐다. 이 책은 발간 이전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안철수 캠프의 불통문제와 박경철 원장의 비선논란, 지난 2012년 대선과정에서의 안철수 캠프 측의 잘못된 선택 등 그동안 소문이나 추측으로만 알려졌던 내용들이 당시 캠프 핵심관계자를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왜 지금 시기에 이런 책을 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금 변호사의 정치적 의도가 담긴 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금태섭은 왜 반성문을 써야만 했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 뉴스 전체듣기]

▶ 이 책이 금태섭 변호사의 반성문인가?

금태섭 변호사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금 변호사는 그렇게 주장한다.

금 변호사는 책 서문에서 "이 글은 내 공개적인 반성문이기도 하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지난 2년여를 돌아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 과정을 통해 한 시절을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고 싶었다"면서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이야기도 많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저지른 잘못도 냉정하게 바라보려고 했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만의 반성문만이 아니라 당시 안철수 캠프 전체의 반성문이라는 얘기다.

금 변호사에게 말은 반성문이지만 실제로는 안철수 의원이나 박경철 원장을 비판하는 것 아니냐? 라고 물었더니 "그렇게 일방적으로 비판한다고 해서 그 말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금 변호사는 "전체적으로 우리가 준비도 부족했고 역량도 부족했고 선거를 치르다보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는 건데 해결을 못했다"고 솔직히 평가를 하면서 "저도 선거과정에서 몰랐던 것도 아니고 준비가 충실치 못해서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바람에 결국 이렇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보면 금 변호사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라기보다는 당시 안철수 캠프의 잘못에 대한 고백과 반성이 주를 이루고 있고 후반에는 야당이 어떻게 해야 앞으로의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금 변호사 나름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반성문이 아니라 일종의 기록 같은 것으로 봐야 하나?

= 그렇게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책을 펴낸 출판사의 보도자료에는 '현대판 징비록'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징비록은 잘 아시는 대로 임진왜란 당시 좌의정이었던 서애 유성룡이 쓴 임진왜란 수기(手記)를 말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KBS 대하드라마로 방송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2012년에서 2014년까지 안철수 캠프 상황실장으로 활동하고 합당 이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을 지낸 금태섭 변호사가 대통령 선거 전의 한가운데서 직접 보고 겪고 느낀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까 '현대판 징비록'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출판사에서도 "현대 정치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던 사람의 비망록"이고 "실패담"이라고 밝히고 있다.

▶ 안철수 의원과 박경철 원장에 대한 비판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아닌가?

지난 2012년 9월 19일 오후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안철수(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책을 읽어보니 금 변호사의 말대로 당시를 철저하게 반성하자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솔직히 얘기하고 그걸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취지에 어울리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 변호사는 이 책이 바둑의 '복기'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복기(復棋)란 바둑에서,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 봄으로서 어디서 잘못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걸 말함)

금 변호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역시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잠을 줄여가며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을 대신해 공적인 일을 하겠다고 나서려면 그만한 준비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반성하면서 "대선이 끝나고 억울한 마음에 잠 못 이루는 수많은 밤을 보냈으면서도 결국 진심으로 실패의 원인이 스스로에게 있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것은 '되고 나서 무엇을 할 지'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핵심적인 부분이 안철수 의원의 결정적인 순간 잘못된 판단과 박경철 원장의 비선개입 논란에 맞춰져 있어서 당시의 내막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읽을 경우에는 안철수 의원과 박경철 원장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비쳐질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진심캠프의 소통 부재와 불투명한 메시지 생성과정, 비공식라인의 모임, 예를 들어 국회의원 100명 축소 같은 중요한 이슈가 공식라인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 등이다.

실제로 이미 많은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금태섭 변호사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이를 통한 야당의 개혁 등 혁신방안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당시 후보단일화 과정의 잘못된 선택이나 비선논란 등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금태섭 변호사의 뜻대로 통렬한 반성과 이를 통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제언이 힘을 발휘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 금 변호사의 주장대로 박경철 원장의 비선라인이 가동 된 거냐?

박경철 원장 (자료사진)
= 금 변호사는 분명하게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도 박 원장이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으면서도 안철수 후보와 자주 논의를 했다는 복수의 증언도 들었다.

그렇지만 당시 안철수 캠프에서 본부장으로 활동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의원은 "박경철 원장이 비선이라고 얘기한다면 당시 캠프 바깥에서 수백 수천 명이 조언을 했는데 그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면서 "박 원장이 (안철수 후보와)친분이 더 있으니까 연락을 하고 아이디어를 주고 그랬지만 캠프에서 채택할 거는 채택하고 안 되는 건 버리고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박 원장이 아이디어 100가지를 줬으면 그 중 10가지 밖에 채택이 안됐다"면서 "내가 거부한 것만도 얼마나 많은데…. 그걸 상황실장 입장에서 자신이 아는 것을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정치혁신위원으로 활동한 배제대 정연정 교수도 "안철수 의원은 그런 사람 아니다"면서 "기성 정치인 꾼처럼 그렇게 할 줄(비선라인을 꾸리고 활용하는) 알았다면 이미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까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안 캠프에서 공조직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은 다 비선이었다"면서 "다만 안 의원이 바깥에서 들은 얘기를 공조직에서 내놓고 투명하게 의논하지 않은 책임은 있겠으나 비선이라면 기성정당의 그것과는 질과 역사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 금태섭 변호사가 왜 이 책을 쓴 거냐?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거냐?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안철수 의원과 가까웠던 한 정치인은 "총선 출마용으로 본다"면서 "내년에 금 변호사 본인의 출마를 위해서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호창 의원도 "뜬금없다"면서 "안철수 캠프의 반성문을 쓸 거면 당시 본부장이나 후보와 논의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금태섭 변호사는 이 책이 자신의 정치행보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금 변호사에게 앞으로 정치일정에 맞춘 것 아니냐?라고 물었더니 "이 책을 지난해 11월부터 쓰기 시작했다"면서 "개인적인 걸 생각했다면 이 책이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를 고려했다면 책을 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좋았을 것"이라면서 "개인적으로 공천을 받는다거나 그런걸 생각했다면 책을 내지 않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금 변호사에게 정치적으로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른바 '반 안철수'를 선언하면 문재인 대표가 챙기기 어렵고 안철수 의원도 난처할 것이라는 얘기다.

안철수 의원의 서양호 정무특보도 "본인은 안철수 의원으로부터 홀로서기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똑똑한 바보' 같은 선택이 아닌가 싶다"면서 "문재인 의원 쪽도 가까이 하기에 부담스러울 거고 안 의원이 그래도 나를 비판한 사람이니까 나는 금태섭을 챙긴다. 이런 대인배의 풍모로 챙기지 않는 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금태섭 변호사와 안철수 의원이 공식적으로 결별하는 건가?

= 그걸 뭐라고 단정하기가 어렵지만 금 변호사는 부인도 시인도 않았다.

금태섭 변호사에게 '안의 남자'에서 벗어나는 거냐?라고 물었더니 "안의 남자라고 생각했던 적도 없다"면서 "안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밝힌 말의 취지와 걸어온 길에 공감했던 말하자면 '일로 뭉친 것'이었다"고 밝혔다.

금 변호사는 "많은 사람들이 주군을 배신하냐? 그렇게 얘기하지만 지도자나 주군을 정해놓고 그 분을 무조건 따라간다는 건 안 대표 생각도 그렇지 않은 것 같고 저희 진심캠프에 모인 사람들의 생각도 그런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금 변호사는 "안 의원에 대해 비판한다고 배신이라고 하는 거는 구태스러운 사고인 것 같다"면서 "그런 생각을 하면 계속 현상유지 밖에 안 되지 않겠나? 뭘 해도 의리를 지켜야 하니까, 그런데 야당이 의리 지키고 현상유지해서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본다"고 강조를 했다.

정연정 교수도 "그 부분(주군 배신이라는)은 금태섭 변호사의 말이 맞고 안 의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의리나 배신이라는 용어가 오히려 계파정치나 편 가르기의 구태라는 얘기다.

금 변호사는 "안 의원에 대해서도 향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차원에서 쓴 것이지 과거의 잘못을 따지자는 차원에서 쓴 건 아니다. 도움이 되시기 바란다"면서 "안 의원이 불편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길게 본다면 이렇게 날카로운 비판도 있고 하는 걸 잘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안철수 의원의 한 측근인사는 "안철수 의원이 가장 강하고 잘나갈 때 '아니오' 하고 비판하고 했으면 인정하겠지만 제일 어려울 때 저러는 거는 안 의원에게는 치명적인 것"이라면서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방식 면에서 썩 유쾌하거나 사람들에게 박수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 금태섭 변호사가 밝힌 야당이 이기는 방법은 뭐냐?

왼쪽부터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금태섭 변호사 (자료사진)
= 크게 네 가지인데 첫 번째는 '야당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은 지휘부에서 지시를 내리면 일사불란하게 이를 수행하는 것이지만 야당은 토론과 비판 정신을 바탕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의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곳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의제'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20대 위원장이 있는 청년위원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존 메이저 수상이나 토니 블레어 수상 그리고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0대에 당선이 됐는데 20대부터 꾸준히 정치경력을 쌓아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의 청년위원장은 40대나 50대가 맡아 출발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결단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말은 안철수 의원이나 문재인 대표에게 상당히 아픈 지적일 수도 있다. 금 변호사는 "영리한 충고를 따랐을 때 결과는 예외 없이 나빴다"거나 "가진 것을 다 잃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야당은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유불리만을 따지면서 가만히 앉아 있는 정치인에게 마음을 주는 국민은 없다면서 가난한 야당의 필승 법은 '결단'과 '실행'이라고 밝히고 있다.

금 변호사는 "몸조심은 부자가 하는 것"이라면서 "현재의 정치판에서 야당은 가난한 집단인데 가난한 사람이 몸조심을 하면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야당의 지도자가 현 정권을 꺾고 집권하려면 최소한 모든 것을 버릴 각오로 뛰어들어야 한다" 강조를 했다. 야당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들이 많았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