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플랫폼]'셀카→SNS'·'예능의 블랙박스' 의미는?
[머니투데이 남웅 문화평론가] [편집자주] '비평의 플랫폼'은 공연, 전시, 출판, 미디어에 대한 리뷰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이슈를 문화비평의 시각으로 의미를 분석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비평가들의 깊이 있는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비평의 플랫폼'은 격월간 문화비평웹진 '플랫폼'(platform.ifac.or.kr)에도 게재됩니다.
[<2> 원형감옥 '파놉티콘'…시선의 역추적, 타인을 '삭제'하는 '외설적 관찰'의 위험]

'관찰'은 단어 그대로 눈과 결부된 행위이다. 관찰하는 눈, '관점'은 (관찰하는) 주체를 상정한다. 세계를 읽어냄으로써 불완전한 자아는 삼라만상을 이해하고 생존기술을 체득하며 세계 안에 질서를 구획, 안정적인 주체의 위치를 점유한다. 그런 점에서 관찰은 대상뿐 아니라 보는 주체의 요구와 욕망까지 파악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관찰은 대상과 주체 외에도 관찰하는 행위를 인지하는 '제3의 눈'을 필요로 한다. 사르트르의 열쇠구멍은 시선을 응시하는 또 다른 눈을 명명한다. 타자를 관찰하는 나의 모습은 누군가의 응시 대상이 된다. 그는 나를 보는 제3의 존재이거나 타자의 시선처럼 스스로 거리를 두고 응시하는 나 자신일 수 있다. 보는 주체이자 보이는 대상으로서 나는 양가적이다. 시선은 '권력'으로 다시 읽힌다. 하지만 시선의 경제는 역동적이고 비고정적이다.
사회질서유지를 명목으로 수행하는 수직적 관찰은 위험관리와 안전을 목적으로 위로부터의 감시와 도청을 용인한다. 매체와 시스템의 진화는 실체와 인식의 간극을 좁히고 집요하게 대상을 추적하는 데 이바지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관찰이 압제적인 것만은 아니다.
GPS와 생체측정 프로그램이 탑재된 초국가기업의 스마트 제품들은 나노분자 단위의 '편의'를 제공한다. 이동경로와 맥박 수, 혈압 등 준 전문적 건강관리부터 소비패턴에 맞춰 상품들을 제공하는 스마트 생태계는 당신의 삶을 관리한다. 오늘의 대타자는 주체를 수치화하는 권력 장치이자, 동시에 문명의 편리를 보장하는 서비스 제공자이다.
변주하는 시선의 권력은 관찰대상으로 하여금 종속적인 위상을 적극적으로 향유케 한다. 셀카를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관심을 유도하는 행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예능에 들어온 블랙박스와 CCTV가 일상을 관찰하는 방송채널로 전유되는 현상은 관찰의 의미효과를 확장한다. (관찰)대상의 적극적인 위치수용은 관찰의 '예능화', '쇼윈도 라이프'를 확산시킨다.
피관찰자들은 자신을 겨누는 시선의 구조를 역추적하기도 한다. 이들은 보급된 최신 광학기구와 정보검색매체들을 동원하여 파놉티콘의 실체를 추적하고 해체한다. 모니터링과 옴부즈만, 음모론에 이르기까지 아래로부터 주도되는 관찰은, 제도권력의 무능력한 위험관리와 감시의 일상화 속에서 각자도생의 기술로서 생존전략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열거한 관찰의 경제는 일방적이고 고정되기보다는 상호적이며 변주하는 게임의 룰에 가깝다. 하지만 그 효과는 현실로 나타난다. 관찰하는 눈은 체제이자 명료하게 언표화된 세계, 과거를 지배하는 오늘을 그려낸다. 가치관과 정체성, 도덕으로 부르고 그 외의 것들을 없는 것, 있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취급된다.
현재 기억되는 과거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상의 다른 이름이다. 관점 바깥에 여과되지 않은 잔여물은 '타자', '소수자'로 취급되어 관용의 대상이 되거나 인식조차 되지 않기도 한다. 이들에 대한 시선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것이나 태도의 상이함은 관찰의 폭력으로 수렴된다. (비)의도적으로 망각해 없는 존재 취급하는 것이 그 하나라면, 철저히 망각하기 위해 과잉된 관찰을 수행하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가령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백에 지배담론은 피해자를 겨냥하여 당신의 처신잘못으로 낙인찍거나 이들을 입막음함으로써 2차 가해를 재생산한다. 반동성애를 외치는 이들은 성소수자를 변태성욕자로 명명하며 자신의 변태성을 십분 발휘한다.
이른바 '외설적 관찰'은 관찰자의 도덕적 명분이나 사회적 입지를 명목으로 타인을 상징적으로 삭제하고 오물 취급하는데 과잉된 능동성을 보인다. 물론 언어의 상징적 체제에 망각되고 오독된 존재가 일방적으로 타자로만 남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집단적인 목소리는 착취자의 언어를 빌리거나 전유함으로써 주체와 타자를 선 긋는 권력 자체에 물음을 던지고 세계를 거스르는 울림을 낼 수 있다.
사르트르가 열쇠구멍의 시선을 언급한 수십 년 후, 라캉 또한 응시를 역설했다. 나를 응시하는 사물의 시선, 타자의 응시로부터 그는 응시를 인식하는 주체의 시선으로 '복귀'한다. 나의 관점과 거리를 두고 나의 유한성, 나의 한계를 가늠할 수 있는 성찰은 결론적으로 관찰의 윤리로 나아간다. 응시를 인식하는 주체는 볼 수 없는 것, 보지 않았던 것을 보려는 주체, 환대의 주체이다. 타자의 존재로부터 도래할 사후적 주체이기도 하다. 타인의 목소리, 이웃의 얼굴, 내면의 울림을 관찰할 수 있는 시선은 '시선의 연대'를 이끌어낸다.

남웅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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