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치졸한 변절자 이정재, 욕받이 자청한 이유(인터뷰①)





[뉴스엔 글 조연경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나라 팔아먹은 놈이요? 하필 광복 70주년에 이런 연기를 보여드리게 될 줄은 저도 몰랐네요. 하하"
배신자, 변절자, 친일파. 역대급 악역으로 역대급 연기를 펼쳤지만 스스로를 숨겨야 했다.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 덩어리인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제작 케이퍼필름)의 염석진 이정재. 일찍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취재진이 이정재 본인과 홍보사 측을 통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친일파라는 말은 언급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다", "스포일러는 자제해 주심이.."였다. 나름의 반전 속 관객들의 재미를 위해 한 마음 한 뜻이 됐던 시간들. 그는 '암살'이 어느정도 흥행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오로지 '두 얼굴의 임시정부 요원'으로만 설명됐다.
하지만 800만 명이 '암살'을 관람한 현재 이정재가 결과적으로 '나쁜 놈'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는 온 힘을 쏟아부은 연기력으로 호평받고 있는 동시에 희대의 악인으로 욕받이 아닌 욕받이가 됐다. "이 정도로 야비하고 치졸한 캐릭터인 줄 몰랐다"는 말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나는 어땠겠냐"며 장난스런 한숨을 내쉬었던 이정재. 어쩔 수 없이 뒤따르는 걱정과 고민 속에서도 늘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이정재는 완벽한 친일파로 거듭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솔직히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는 캐릭터 일 줄 알았어요. 최동훈 감독님께서 '암살' 시나리오를 건네 주실 때 아무런 설명 없이 '정재 씨는 염석진이니까 염석진을 봐 줬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초반에는 너무 멋진 독립군이잖아요? 김구 선생님까지 등장하고. 그래서 '이야~ 내년이면 광복 70주년이라는데 이런 역할을 맡다니 진짜 좋다'며 멋모르고 혼자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어요. 근데 갑자기 배신을 때리네? '이거 뭔가 이상하다' 싶었죠."
배신을 하고 또 하다 못해 모든 이들을 적으로 돌리고 심지어 관객들까지 분통 터지게 만든 인물. 영화 관계자들이 모인 언론배급 시사회가 아닌 일반 관객들 틈바구니에서 영화를 다시 한 번 봤던 기자는 "저 나쁜놈", "아주 잡아 죽여야 돼"라는 살벌한 발언들을 상영 도중 실시간으로 듣기도 했다. 염석진은 분명 밉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염석진을 연기한 이정재에게는 아주 흡족한 반응이 아닐 수 없다.
극중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재산 증식을 위해 일본과 손잡은 사업가 강인구(이경영)보다 독립군으로 활동을 하다가 목숨을 구걸하며 변절한 염석진은 친일파 중에서도 더 나쁜 친일파로 느껴지기 충분하다. 아무리 연기를 하는 배우라도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 이정재는 "살면서 이런 악역을 또 맡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암살' 염석진을 손에 움켜 쥔 이유를 밝혔다.
"시나리오를 다 읽었을 때 그 여운이 굉장히 세게 남았어요. 그리고 '염석진이 그 때를 살았던 우리의 얼굴이구나' 싶었죠.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한 인물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기억해야 할 우리의 모습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아주 조금의 연민도 들었더 것도 사실이에요. 살기 위해 치졸한 방법을 택한 염석진은 어쩌면 시대가 낳은 비극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물론 애초부터 염석진의 모든 것을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이정재는 염석진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찾고자 노력했고, 독립군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버리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면, 염석진은 그와 반대로 죽음을 가장 두려워 하는 인물로 설정했다.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지독한 악인이지만 제 목숨 앞아서는 한 없이 나약해지는 남자. 밀정에 무슨 구구절절한 사연이 필요하겠냐만은 이러한 밑그림은 이정재가 염석진을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정 인물을 모티브로 삼지는 않았지만 당시 밀정이 어떤 식으로 얼마를 받으며 지속적인 행위를 했는지 해당 사례들을 많이 찾아 봤어요. 친일파들은 어느 정도까지 친일 행각을 했는지에 대한 자료도 남아 있었고. 무엇보다 감독님이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게 만들어 주셨죠.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고 많은 생각을 공유했던 것 같아요. 혹독했지만 배우로서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②에서 계속)
조연경 j_rose1123@ / 이재하 jud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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