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기자들은 왜 박근혜에게 질문하지 못하나?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2015. 8. 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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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싫어하고, 익숙하지 않고, 자신감이 없기 때문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운영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노동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지금까지 네 차례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한 번도 질문을 받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기자들은 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질문하지 못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뉴스 전체듣기]

▶ 담화 발표 어떻게 봤나?

= 자세히 봤다면 최소한 세 가지 이상의 이상한 점일 느꼈을 것이다.

▶ 그게 뭐냐?

= 첫 번째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장소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이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기자들이 대거 참석해서 대통령의 담화 발표 장면을 지켜봤다는 점이고 또 한 가지는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이 아무도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게 왜 이상하냐? 6일 대국민 담화 발표는 25분간 대통령이 혼자서 국민들을 향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럴 거면 번거롭게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에서 발표할 것이 아니라 관저나 집무실에서 발표하는 게 맞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운영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또 기자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기자들은 청와대 직원이거나 공무원이 아니다. 그런데 아무런 질문도 없을 담화 발표에 기자들이 왜 대거 참석했어야 했을까? 결국은 들러리를 선데 불과하다. 대통령 담화 발표에 모양새를 갖춰주는 역할만 했다는 얘기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일종의 '병풍치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노트북을 지참하지 않고 참석했다는 것도 취재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와 마찬가지다. 전쟁에 나가는 병사가 총을 들고 가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기자들은 사전에 대통령이 발표할 담화문 전문을 받았다. 그래서 노트북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실 담화문 발표장에 참석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TV중계를 보면 될 터인데 노트북도 없이 기자회견장에 앉아서 자리만 채우고 있는 기자들이 어색해 보였고 한편으로는 참 안 돼 보였다.

▶ 기자들이 왜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는 거냐?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운영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질문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문제는 조금 복잡한 부분이 있다. 기자들이 처음부터 질문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에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하니까 기자단에서는 질문을 하겠다고 요청했다. 청와대 기자단이 신문, 방송, 지방지, 인터넷, 외신 등으로 나눠져 있으니까 처음에는 신문과 방송 두 기자단만 하는 것으로 했다가 다른 기자단에서 반발하면서 질문예정자들이 많아지니까 청와대가 난색을 표했고 기자단에서도 질문자 수를 조정하지 못하면서 질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고 한다.

그렇지만 앞에서 언급한 부분은 기자들 내부의 문제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청와대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이후 네 차례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는데 한 번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청와대는 담화는 질문을 받지 않는 형식이고 메시지 분산을 막기 위해서 질문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한다.

▶ 결국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는 얘기냐?

6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4번째 대국민담화를 TV로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 그렇다. 박 대통령의 6일 대국민담화는 그동안 익숙해진 대로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담화를 발표한 뒤 (이것도 취임이후 처음으로) 춘추관 기자실에 들러 약 1시간10분에 걸쳐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눴다고 소개한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으면서 기자실을 방문해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게 소통일까? 기자들이 아무런 질문도 없이 담화 발표 자리를 빛내준데 대한 보답차원일까? 그게 정말 궁금하다. 기자실을 찾아 1시간 넘게 인사할 시간이 있었다면 질문을 받았어야 했다.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건 기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국민들이 궁금한 부분을 외면하는 건 소통이 아니라 일방향의 설명, 설득, 지시, 강요, 압박 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현안이 좀 많은가? 국정원의 불법 해킹 의혹과 여기에 연루된 임 과장의 의문의 사망, 그리고 36명이 사망한 메르스 사태의 근본책임 문제와 사과, 아직도 시작도 못하고 있는 세월호 진상조사 문제, 그리고 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며 한일정상회담을 거부하고 있는데 동생 박근령씨의 망언에 가까운 친일 발언 문제 등 궁금한 부분이 차고 넘친다.

여기에 롯데그룹 사태로 촉발된 재벌개혁의 문제, 기업인 사면 문제, 그리고 국회의원 정수 조정 등등 기자들이 질문할 내용이 너무나도 많다. 그런데 달랑 질문 두 개만 받겠다고 했다가 기자단에서 조정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질문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어 버렸다.

▶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질의응답을 하지 않았나?

지난 2014년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운영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두 차례의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답변을 했지만 사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4년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사전에 준비된 질문지가 SNS에서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사전 준비된 질문과 답변을 읽는 이른바 '짜고 치는 질의응답'을 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지난 2015년 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구상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청와대 제공)
올해 2015년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질문자도 늘이고 사전에 질문지를 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기자단이 질문할 기자와 질문순서를 사전에 정했고 질문내용도 조정했기 때문에 이 역시 청와대가 사전에 철저히 준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2014년 기자회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기자들은 안다.

특히 문제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거나 유체이탈식으로 슬그머니 빠져나갈 경우 보충 질문을 해야 하지만 청와대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기자들은 본업이 질문을 하는 것이다. [Why뉴스]처럼 항상 왜라고 묻는 게 기자들의 본업인 것이다. 아무리 물으려 해도 질문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니 어떻게 질문을 할 수 있겠느냐 만은 그렇다면 기자들이 들러리로 담화 발표장에 우르르 몰려가는 장면은 연출하지 말았어야 했다.

▶ 박 대통령은 왜 질문을 꺼리는 것이냐?

= 첫 번째는 질문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질문이라는 게 귀찮은 일이지 않느냐?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8년 동안 집권하는 장면을 보면서 자랐고 한 때는 퍼스트레이디 역할도 했다. 당시에는 대통령의 말이 법이었다. 질문이라는 건 용납이 안 되는 시기였다.

그러니 당연히 질문은 귀찮고 싫은 일인 것이다. 신년기자회견 때 한 기자가 장관들의 대면보고가 적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니까 장관들을 돌아보면서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장관들이야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 대면 보고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취지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장관들의 대면보고를 받는 것도 불필요하다고 느끼는데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걸 좋아할 리 없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운영 대국민 담화발표를 마친 뒤 참석자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두 번째는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는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인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을 받는 건 훈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단련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처음부터 거물 정치인으로 등장하다보니 그랬는지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나 스타일이 쌍방향보다는 일방통행식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언론과의 질의응답을 어색해 하는 것 같다"면서 "네 번의 담화 중 기자들의 질문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는 건 소통의 문제가 제기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올 1월 신년기자회견과 관련해서 "1년에 겨우 한 번 모든 현안에 대해 몰아서 얘기하고 1년 동안 아무런 대화도 없는 이런 대통령은 민주국가에서 보기 어렵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었다.

전여옥 전 의원은 "박근혜 의원의 서재는 날 감동시키지 못했다. 서재라고 부르기도 좀 그랬다", "인문학적인 콘텐츠는 부족했다. 신문기사를 보고 분석하는 능력이나 해석하는 깊이 같은 것은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박근혜는 늘 짧게 답한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오만의 극치' 그런데 이런 단언은 간단명료하지만 그 이상이 없다", "어찌 보면 말 배우는 어린아이들이 흔히 쓰는 '베이비 토크'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고 평가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돌발적인 질문이 나오면 당황하거나 질문에 맞지 않는 답변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지난 2012년 대선과정에서 있었던 후보 간 2차 토론에서 사회자가 복지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물으니까 "'지하경제를 활성화'해서 매년 27조 5년간 135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지하경제 활성화'로 잘못 답변한 것이다. 그런데 '지하경제 활성화'는 처음 발언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고, 한때 SNS에서는 '박근혜 번역기'라는 말까지 나돌았던 적이 있다.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질문을 받지 않아도 국정을 수행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를 매주 조사하는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의 1위는 압도적으로 소통부족이다.

▶ 다른 나라의 대통령들도 질문을 받지 않거나 꺼리나?

= 그럴 리가 있겠나?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재임 12년 동안 881번의 기자회견을 했다. 일 년에 72.66회, 한 달에 6.05회니까 1주일에 한 번 이상 기자회견을 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재임 3년이 채 안 되는 동안 65회를 해서 일 년에 22.89회, 한 달에 1.91회 꼴이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193회, 조지 W.부시 대통령(아들 부시)은 재임 8년간 210회였다.

오바마 현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 후 지난해 말까지 121회, 일 년에 20.75회, 한 달에 1.73회를 했다.

그런데 이것도 부족하다고 미국 언론들이 비판한다. 미국의 대통령 기자회견은 철저하게 현장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사전에 질문자를 정하거나 질문지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 기자들의 질문도 신랄하다.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기자들은 "르윈스키의 옷에 묻은 액체는 대통령 것입니까?"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게는 "이라크 전쟁의 진짜 이유는 뭡니까? 석유입니까? 이스라엘입니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우리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50년간 백악관을 출입했던 헬렌 토머스 기자는 "대통령에 관한 한 기자들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 기자회견은 국민을 대신해서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추궁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자들이 특히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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