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소니, 아이폰 없이도..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길드로잉
웹툰 <유럽에서의 100일>(레진코믹스)이란 작품 속에서 일러스트레이터인 여주인공은 100일간의 유럽 배낭여행 동안 사진기 대신 종이와 펜을 들었다. 행인들 사이에서 편하게 그림을 그릴 때가 그녀에게는 온전한 휴식 시간으로 다가온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부터일까? 카페의 조용한 풍경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을, 책상 위에 내 손이 탄 물건들을 수첩 위 작은 세계에 옮겨 그려보고 싶어진다.

길드로잉을 시작하는 초심자들은 초라하게 느껴지는 그림 실력 때문에 쉽사리 펜을 놓곤 한다. ‘전공이 아니라서’ ‘정식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라는 생각은 새로운 도전을 머뭇거리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독특한 표현력과 사물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사람들을 유혹하듯 능숙해 보이지만, 누구나 많이 그릴수록 드로잉 실력은 늘고, 자신만의 그림체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조금 삐뚤빼뚤한 초보자의 그림도 엉성하다는 이야기 뒤엔 색다른 표현이라는 찬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른다면 가장 먼저 도시 풍경부터 그려보도록 하자. 길드로잉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도시 풍경은 건물이나 전봇대, 울타리 등 직선 그림이 많아 편하다. 내가 사는 동네의 풍경 역시 나만을 위한 피사체가 된다. 길드로잉은 본래 편하게 그리는 그림이지만, 좀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초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면 아래의 길드로잉 팁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떻게 그리지?’ 라고 고민하는 초심자들이라면 선이 서툴더라도 ‘구도잡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스케치북 위에 대상이 들어갈 자리를 먼저 잡아보자. 평행선으로 구도를 잡으면 그림에 안정감이 느껴지고, 곡선이나 대각선이 교차하는 구도는 시선을 끌어당기면서 연속되는 느낌을 준다. 한편, 나무 등 자연물의 경우는 삼각형 구도가 유용하다.
두 번째, 그림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그림의 주인공을 정해보자. 그것은 사람이나 사물이 될 수도 있고, 눈에 띄는 사물이 없다면 강조하고 싶은 한두 가지 색깔 자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림 배치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전체적인 색감과 형태를 먼저 파악해본다. 전체를 차지하는 부분을 먼저 자리잡고, 그림 속 주인공의 세부묘사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세 번째, 두세 가지 색깔 고르기
모든 색을 정확하게 표현하기보단, 적절하게 어울리는 색깔 2~3가지를 골라 집중해서 그리는 편이 쉽다. 여백은 더 심플하고 세련된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표현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여백도 하나의 색깔로서 역할을 한다.

초보 작가들을 위한 재료들
드로잉을 위한 재료엔 무엇이 있을까? ‘하얀 종이와 연필만 있다면 뭐든지 그릴 수 있어’는 초보자들에게 아직은 벅찬 얘기다. 밑그림을 그리는 데 쓰이는 재료는 연필부터 볼펜, 수성펜 등 다양하게 있고 종이 역시 노트, 학생용 스케치북, 크라프트지(색깔 있는 스케치북) 등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흔히 쓰이는 드로잉 재료를 난이도 별로 정리해보자면, ‘샤프펜슬>볼펜>연필>수성펜>색연필>목탄>콩테>크레용’ 순서이다. 필기구로 쓰는 샤프펜슬은 얇고 부러지기 쉬워 그림을 그리기 적합한 재료가 아니다. 추상화가 아닌 이상 개성 있는 표현이 어렵기 때문. 반면 어릴 때 주로 사용했던 크레용은 초보자들에게 가장 쉬운 재료다(아이들이 많이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심이 굵고, 부드러워 표현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콩테콩테는 마치 분필처럼 선이 굵고, 표현되는 질감 역시 흥미로운 결과를 가져온다. 때문에 초보자들에게도 환영받는 재료 중 하나로 꼽힌다. 콩테 종류는 사각, 연필형 콩테 두 가지로, 휴대성이 중요한 길드로잉엔 연필형(사각 콩테보다 세밀하게 그려지고 손에 묻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이 좀 더 적합하다.
수성펜모나미는 어떻게 국가대표 펜이 됐을까. 일단 싸고 부드럽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일반인들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이다. 특히 모나피 플러스펜은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재료다. 그리는 느낌이 좋고 펜촉이 종이에 닿을 때 번지는 효과를 줄 수 있다. 한 마디로 그리는 맛이 있다는 것. 물에 번지기 때문에 수묵화 느낌도 낼 수 있다.
수채색연필수채색연필은 색연필로 그린 효과와 수채물감으로 그린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다. 또한 연필심을 깎아서 물을 타면 물감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고. 팁이 있다면 일반종이보다 흡수력이 뛰어난 수채화지에 그리는 것이 좋으며, 그림의 일부에만 수채효과를 사용하는 것이 더 ‘그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워터브러쉬워터브러쉬는 붓 뒤에 물통이 달려 있어 물통을 누르면 붓 안에서 물이 나오는 도구다. 학창시절 백일장 사생대회을 나갈 때처럼 물통에 붓에, 거추장스러운 화구가방을 들고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워터브러쉬는 쿠레타케, 펜텔, 더원트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사이즈별로 나오는데, 자신에게 맞는 워터브러쉬를 찾아보자. 한 자리에 앉아 그려야 하는 길드로잉에는 워터브러쉬만큼 적절한 재료도 없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위 재료들은 그 자체만으로 좋은 그림이 나오지만, 여러 가지를 조합해가며 그리는 것 역시 매력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이다, 웅진지식하우스, 포토파크 참고 <끄적끄적 길드로잉>]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89호 (15.08.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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