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샌토는 왜 세계 최대 농약회사를 노리나

2015. 7. 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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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글로벌 경제]

신젠타 인수 제안 삼고초려…주주들 설득 나서

세금 줄이기·제초제 시장 지배력 높이기 등 해석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몬샌토의 휴 그랜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세계 최대 농약제조업체인 신젠타의 주주들을 만나기 위해 유럽 출장을 갔다. 그랜트는 유럽에서 몬샌토의 신젠타 인수 제안을 신젠타의 주요 주주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몬샌토는 지난 4월 신젠타에 당시 주가에 43%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449스위스프랑(약 467달러)을 주겠다며 약 450억달러에 이르는 신젠타 인수안을 제시했지만, 신젠타 경영진은 자사 가치를 너무 적게 평가했다며 당시 제안을 거절했다. 또한 몬샌토와 신젠타가 합병할 경우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규제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밝혔다.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몬샌토와 세계 최대 농약제조업체이며 세계 3위 종자회사인 신젠타가 합병하면, 종자와 농약 분야에서 모두 세계 최대 회사가 탄생할 것이기 때문에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몬샌토는 지난달 다시 한번 인수 제안을 하면서, 두 회사가 합병하면 신젠타 종자 분야 사업의 일부를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반독점 규제를 피할 수 있다며 반독점 규제 때문에 합병이 성사되지 못하면 20억달러를 신젠타에 주겠다고 제안했다. 신젠타는 몬샌토의 제안을 또다시 거절했다. 그러자 몬샌토는 이번달 경영진 대신 주주들을 설득하는 삼고초려까지 한 것이다. 투자회사 등 신젠타 주주들 중에는 신젠타 경영진이 주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고 불만을 나타낸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신젠타 주식을 보유한 영국의 '헨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라는 회사는 최근 "몬샌토의 인수안은 신뢰할 만하고 심각하게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신젠타 경영진에게 보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몬샌토가 신젠타 인수에 강한 집념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나온 해석은 몬샌토가 이른바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를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었다. 몬샌토가 신젠타 인수 뒤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본사를 미국보다 법인세가 싼 영국으로 이전하려 한다는 해석이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몬샌토의 그랜트 최고경영자가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합병된 회사 이름을 새로 짓겠다"고 밝힌 점 등을 들며 세금 바꿔치기를 할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몬샌토가 제초제를 다양화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것이 더 근본적인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몬샌토는 유전자변형생물(GMO) 종자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유명한데, 유전자변형생물 종자와 짝을 이루는 제품이 라운드업이라는 제초제다. 몬샌토는 라운드업에 내성을 가지도록 개발한 종자인 라운드업 레디를 주요 상품으로 팔고 있다. 라운드업을 뿌리면 잡초는 죽지만 라운드업 레디 종자에서 나온 작물은 죽지 않는다. 즉, 라운드업 제초제는 몬샌토의 유전자변형 작물 판매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라운드업에 내성을 지닌 잡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초 라운드업의 주요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몬샌토가 제초제 분야에서 라운드업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시장분석기관인 번스틴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제레미 레데니우스는 "농민들은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을 지닌 잡초를 죽이기 위해 대체 제초제를 찾을 것이고 비싸더라도 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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