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결산 방담]사후세계를 경험한뒤 명장이 된 감독은?

박정욱 2015. 7. 20. 06: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서울]2015 KBO리그는 반환점을 돌아 ‘별들의 잔치’ 올스타전까지 전반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앞을 가로 막기도 했지만 그 역경을 이겨냈고, 변함없는 팬들의 야구사랑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즌 초반 ‘승리 자판기’라는 별명을 안았던 kt가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빠르게 전력 안정화를 꾀해 10개 구단 체제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잡은 것도 전반기의 큰 수확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제 짧은 올스타전 휴식기를 끝내고 21일부터 다시 후반기 경쟁 체제로 돌입합니다. 전반기와 올스타전을 차분히 뒤돌아보면서 다시 뜨거워질 레이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전반기에 못다 한 재미있는 일화, 뒷얘기 등을 풀어보면서 후반기를 기대해 보시죠.
나눔 올스타의 1이닝 감독을 맡은 김응룡 전 감독이 1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KBO리그 올스타전’ 드림 올스타와 경기 1회초 2사후 양현종을 상대로 좌월 솔로 홈런을 터트린 나바로의 타구를 비디오 합의 판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 / 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공로패 받은 받은 김응룡 감독, 이제 감독은 굿바이?
먼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장’ 김응룡 전 감독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전설적인 우승청부사인 김 감독은 18일 올스타전에서 후배 감독들이 뜻을 모아 마련한 공로패를 받았는데요. 그는 “오늘부터 하지 마라고 준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죠. 현장을 떠난다는 생각에 못내 서운했던 듯합니다. 무뚝뚝한 그답게 반어적인 표현을 썼지만, 조금 아쉬움은 남은 듯했습니다. 김 감독을 위해 따로 자리를 마련해야겠다는 현장 후배 지도자들의 목소리는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나왔는데요. NC 김경문 감독이 4명의 사령탑에게 먼저 제의를 했고 그들은 흔쾌히 찬성의사를 밝혔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개막전 미디어데이에서 진행됐어요. 이때 한화 김성근 감독도 적극 찬성했고 10개 구단 감독들은 사비를 털어 트로피를 제작하기로 뜻을 모았죠. 트로피는 순금 50돈과 은이 들어갔고 재료값만 1000만원 이상 들었다네요. 총무를 맡은 넥센 염경엽 감독은 “김응룡 감독님은 한국야구의 역사다. 아직 정정하시기에 은퇴식이 아니다.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은 공로패”라고 말했습니다. 공로패를 받은 김 감독은 ‘올스타전에서 입은 유니폼이 여전히 잘 어울린다’는 반응에 기분좋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죠. 치열한 야구의 세계에서 정열을 바쳐온 그는 어쩔 수 없는 평생 승부사입니다. 그 다음 무대가 기다려집니다.
[스포츠서울]두산 유희관(왼쪽)이 1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2015 KB0 올스타 프라이데이 행사에서 V를 그려보이고 있다. / 수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류중일 ‘유희관이 그렇게 대단한 선수야?’
두산 좌완투수 유희관은 이번 2015 올스타전에 드림올스타 감독 추천선수로 뽑혀 첫 출전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그것도 팬-선수 인기투표 1위인 SK 김광현이 부상으로 빠지는 바람에 드림올스타 선발투수로 뛰는 영광을 누렸죠. 그런데 유희관은 올스타전에 뛰고 싶다는 강력한 열망 표현에도 불구하고 드림 올스타 사령탑인 삼성 류중일 감독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어요. 유희관은 올스타 팬투표에서 김광현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었는데 감독 추천선수로라도 뛰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올스타전에 나가면 재미있는 이벤트와 세리모니도 준비해놨다고 너스레를 떨었죠. 하지만 그 얘기를 들은 류 감독의 반응은 싸늘했어요. 이벤트부터 생각하는 선수치고 제대로 뛰는 선수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죠.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올스타전이 이벤트성이 강하지만 승부사 류중일 감독은 진지한 모드로 승패를 생각하며 선수단 구성을 고민했어요. 선발은 한 두 명 밖에 필요없고 불펜투수가 많을수록 경기운영에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는데요. 더군다나 볼이 빠른 선수를 선호하는 류 감독의 눈에 유희관이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죠. 그런데 유희관은 다승 부문에서 줄곧 선두권을 달리며 감독추천선수로 뽑히더니 김광현이 부상으로 뛰지 못하면서 선발로 출전해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우수투수가 됐습니다. 유희관은 올시즌 한 번도 삼성전에 등판한 적이 없어요. 프로야구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모든 선수에 대해서 잘 알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이 직접 본 선수에 대한 인식이 크게 작용하는 거죠. 유희관의 투구를 본 류중일 감독의 평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해 지네요.
한화 김성근 감독이 올스타전이 열린 18일 수원구장에서 3루 코치를 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가면서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현실이 된 ‘야신’의 예언
한화 김성근 감독의 예언이 현실이 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kt도 무서운 전력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어요. kt 조범현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과 팀을 만들어가는 노하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 감독이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는데요. 당시 kt가 ‘승리자판기’라는 오명을 듣던 터라 김 감독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kt는 적극적인 트레이드와 외국인선수 교체로 분위기 반전을 꾀한 뒤 6월부터 보란듯 반등을 시작했는데요. 당초 ‘100패를 당할 것’이라던 주위의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반기에만 28승(58패)을 거두며 승률 4할 꿈을 향해 진격하고 있습니다. 김 감독은 “조 감독의 최대 강점은 투수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조 감독의 특성을 보면, 원하는대로 팀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승률 4할을 넘어 시즌 60승도 바라볼 수 있다”고 예견했습니다. 후반기를 시작하는 kt가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지 지켜보는 것도 올시즌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네요.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초대된 각 팀 선수 및 감독들이 18일 수원구장에 도열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욕 먹고 정신 차린 kt 프런트?
제10구단 kt는 4월만 해도 1할대 승률 언저리에서 헤맸습니다. 그런 추세라면 역대 최저 승률 경신도 시간문제로 보였죠. 그런데 4월말 LG와의 트레이드로 돌파구를 마련하더니 5월초엔 팀의 미래나 다름 없는 우완 2년차 투수 박세웅을 내주는 것을 포함한 롯데와의 대형트레이드로 팀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6월엔 NC와 포수 용덕한을 내주고 홍성용 등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고요. 외국인선수도 투수 필 어원을 내보내고 야수 댄 블랙을 데려오는 승부수를 뒀죠. 트레이드와 외국인선수 영입 행보를 보면 타구단의 어떤 프런트보다도 공격적이고 승부사 기질을 띤 운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부터 시즌 초반까지 kt 프런트의 모습은 공격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고 kt의 기업규모에는 턱 없이 부족하고 빈약한 투자로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kt 프런트가 변신하게 된 계기는 이성열 트레이드가 기폭제가 됐어요. 당시 넥센은 최하위팀인 kt에 이성열을 보내는 트레이드를 먼저 제안했는데요. 뛸 자리가 없는 이성열의 선수인생과 선수층이 얇은 kt를 위한 배려였는데 kt 프런트 고위층은 단칼에 거절했었죠. 이후 넥센은 한화에 이성열을 내주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는데 당시 kt 조범현 감독은 물론 사장까지 이성열을 놓친 걸 두고두고 아쉬워했었죠. 무능한 행정능력 때문에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고요. 이후 kt는 뒤늦게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며 뭐가 잘못됐는지를 비로소 귀담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프런트의 능력이 하루아침에 향상될 리는 없는거죠. 그 보다는 그 때의 실기 이후 조범현 감독의 운신의 폭이 훨씬 커지며 굵직굵직한 대형트레이드를 단행할 수 있게 됐죠. kt는 이제 첫 발을 내딛는 팀입니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 훨씬 많죠. 경기는 감독과 선수들이 풀어나가지만 그 토대와 골격을 만드는 것은 프런트의 몫입니다. 과연 앞으로 kt 프런트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 지네요.
나눔 올스타의 김성근(오른쪽부터네번째) 코치가 1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15 KBO리그 올스타전’을 앞두고 단체 촬영을 하면서 김기태 감독 혼자 화이팅을 외치자 농담을 걸며 주위의 폭소를 터트리고 있다. / 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엘롯기? 아니, ‘헬(엘)로키티’!
올시즌 10개구단 체제로 새로 출범하면서 경기수가 팀당 144경기, 총 720경기(지난해 팀장 128경기, 총 576경기)로 늘어났죠. 그래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상 첫 ‘800만 관중 시대’를 기대했었죠. 내부적으로는 780만명 안팎을 예상하면서 ‘플러스 요인’을 바랐던 거죠. 메르스 사태 등으로 이 같은 기대는 사실상 힘들어졌지만요. 흥행 얘기가 나오면 ‘빅마켓’ 구단인 LG와 롯데 KIA를 빼놓을 수 없죠. 세 팀은 ‘엘롯기 동맹’이라는 별칭의 한 묶음으로도 불리고 있는데요, KBO나 다른 구단 관계자들도 시즌 초에 “엘롯기가 어떤 성적으로 거두느냐에 따라 관중 숫자가 좌우될 것”이란 말을 했었죠. 그런데 세 팀은 그런 기대와는 달리 하위권에 머물러있어 관계자들과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죠. LG는 좀체 반등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잘 버티던 KIA도 5할 승률에서 뒤처지기 시작했어요. 롯데도 힘겨운 모습이고요. ‘엘롯기’가 7~9위의 하위권에 계속 머물자, 사실상 최하위(10위)가 확정적인 kt와 함께 ‘엘로키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었죠. 유명한 캐릭터 ‘헬로키티’의 변형인데요. LG(엘), 롯데(로), KIA(키), kt(티) 등 네 팀을 모은 합성어입니다. 네 팀이 하위권에 계속 맴돌자 오는 11월 일본과 대만에서 열리는 ‘프리미어 12’에 참가할 국가대표팀도 이 네 팀 선수 위주로 구성하면,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고요. KIA 양현종 윤석민, 롯데 송승준, LG 봉중근 우규민 류제국, kt 장시환 등으로 마운드를 꾸리고 LG 박용택 이진영 이병규, 롯데 강민호 손아섭 최준석, KIA 김주찬 이범호 신종길, kt 김상현 이대형 하준호 장성우 등으로 야수를 모으면 결코 ‘국대급’ 팀이 된다는 거죠. 여기에 5강 탈락 한 팀의 선수를 더 합치면 훌륭한 멤버 구성을 갖출 수 있다는 논리죠. 5강 탈락팀으로 대표팀을 구성하면 소집과 훈련 일정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순간 머리가 끄덕여지지 않나요.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조금은 씁쓸하기도 합니다.
[스포츠서울]NC 원종현(오른쪽)이 지난 3월 11일 KT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마산구장을 찾아 양승관 수석코치와 악수를 하고 있다. / 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넥센 염경엽 감독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사후세계를 경험한 감독, 이승에서 명장의 길을 가다
연예인처럼 무대 위에 오르는 사람들은 신기가 들렸다고도 많이 얘기하는데요. 이는 많은 관중과 카메라 앞에 서는 야구인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전술전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모 감독은 현역 은퇴후 구단 프런트 시절 죽다가 살아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신기가 들리며 작전야구의 귀재가 된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그 감독은 당시 힘든 해외출장을 마치고 텅빈 사우나에서 홀로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혔는데요. 다행히 곧바로 발견되어 응급실에 실려가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생사가 갈릴뻔한 큰 일이었습니다. 특히 목욕탕에서 쓰러지면 결과가 안좋은 경우가 많잖아요. 그것도 혼자서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그 감독은 사후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네요. 그의 말을 옮기자면 “안개가 자욱한 길을 따라 계속해서 걸어갔다. 어떤 아이가 ‘아저씨, 아저씨, 그쪽으로 가지 마세요’라고 외치는데 그냥 계속 걸어가게 되더라. 그렇게 이승과 저승의 경계와도 같은 황천 길을 가는데, 아는 사람의 급박한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다시 눈을 뜨며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입니다. 같이 프런트로 일하던 동료의 목소리가 그를 다시 깨운거죠. 그는 몇 년 후에 또한번 죽다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그만큼 신기가 더 강해졌나 봅니다. 지금은 리그를 대표하는 사령탑으로 인정받고 있으니까요. 그 감독이 누구인지 아시겠습니까.

체육2팀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