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싱가포르가 주는 의외의 교훈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2015. 7. 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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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오랫동안 계속된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 나는 싱가포르라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얻은 몇 가지 교훈을 생각한다. 싱가포르의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부총리에게 자국이 이뤄낸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나는 그가 경제에 대해 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현재 미국과 일본·홍콩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사회적 조화를 언급했다.

내버려두면 편견 가진 사회로 이어져

샨무가라트남 부총리는 "우리는 뜻하지 않게 이룬 국가다"라고 말했다. 1965년에 말레이시아연방으로부터 연방자격을 박탈당한 습지대였던 싱가포르는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무수히 많은 종교·문화·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든 지역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싱가포르의 특별한 점은 경제보다 사회정책"이라며 "싱가포르는 사람들의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바탕으로 이익을 창출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모든 지역에 민족적 다양성을 고려해 관리했다. 싱가포르인의 80%는 국민들의 호평을 받는 공공주택에서 거주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곳에 인종쿼터정책을 실시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싱가포르를 '보모 국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도 1950년대와 1960년대 학교에서는 인종차별을 폐지하고 이웃을 다양한 인종과 통합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1980년대 들어서면서 거의 사라졌고 미국은 인종적으로 분리돼 갔다. 미네소타대의 연구 결과 보스턴의 백인 인구 43.5%는 백인 비율이 최소 90%인 지역에 살며 평균소득이 빈곤수준보다 4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적으로 거주지역이 분리되면서 보안, 기본적인 보건복지, 그리고 특히 교육에 있어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싱가포르는 이 같은 결과에 놀라지 않는다. 샨무가라트남 부총리는 "싱가포르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사회를 자연스럽게 내버려둔다면 다양하고 통합된 공동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면 사람들은 서로 믿지 못하고 편견을 가진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슬림 인구의 절반이 소득 하위 10%에 해당하는 지역에 살고 있는 영국을 예로 들었다. 부총리는 이것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고 지적하며 "사람들은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매우 특이한 경우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다. 반독재에 가까운 시스템에서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야당이 심각한 제재를 받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서방 민주주의 국가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싱가포르가 다양성을 가진 사회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며 미국이 여기서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 다양성 고려한 관리법 고민을

"우리는 단순히 시장이나 사회가 자연스럽게 사회적 조화를 이루거나 평등한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측해서는 안 된다"고 샨무가라트남 부총리는 말했다.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정부는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이는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메커니즘과 프로그램에 대한 것"이라고 그는 전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벌어진 흑인교회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해 인종차별주의의 상징인 남부연합기 퇴출 등을 논하기에만 급급한 미국에서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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