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공중급유기

64일 22시간 19분 5초. 유인기 최장 체공(滯空)기록이다. 1958년 12월 이 기록을 세운 기종은 세스나 172 스카이호크. 북한이 지난 4월 자체 개발했다고 선전한 비행체의 실체인 세스나 172의 체공 능력은 약 5시간. 그런데 어떻게 이런 기록이 나왔을까. 공중급유기를 통해 연료를 받고 음식물은 초저공 비행하며 달리는 트럭에서 건네받아 대기록을 세웠다.
공중급유기는 한국과도 관련이 많다. 실전에서 사용된 최초 사례가 한국전쟁부터다. 1951년 느닷없이 등장한 중공군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에서 발진한 미 공군 F-84 전폭기들은 B-29 폭격기를 개조한 공중급유기에서 연료를 공급받은 덕분에 신의주 상공까지 날아와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최초의 공중급유가 선보인 시기는 1923년 6월. 미 육군 항공대 소속의 DH-4B 2인승 복엽기 두 대가 서커스 수준의 묘기를 펼치며 연료를 주고받았다.
미국이 한국전에서 공중급유를 강행한 이유는 경제성 때문. 제트전폭기인 F-84의 가격은 77만달러로 2차대전의 주력기인 P-51D 무스탕(5만 달러)의 15배가 넘어 대량 보유가 어려워지고 전폭기 한 대가 맡아야 할 임무가 늘어났다. 전투기 보유를 사실상 늘려주는 공중급유기의 이점은 이후에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포클랜드 전쟁(1982년)에서 아르헨티나 공군은 상대적으로 고성능인 프랑스제 미라주Ⅲ나 이스라엘제 대거를 활용하지 못한 채 한 등급 아래인 미국제 A-4 스카이호크와 프랑스제 쉬페르 에탕다르에 매달렸다. 공중급유가 가능한 기종이었기 때문이다.
공중급유에는 위험도 적지 않다. 시속 800㎞로 비행하며 급유하는 데는 숙달된 기량이 요구된다. 1966년 대서양 상공에서 미 공군 B-52 폭격기가 추락하며 수소폭탄 네발을 떨어뜨리는 사고를 일으킨 '팔로메어 수폭사건'도 공중급유 과정에서 일어났다. 숙원사업인 공중급유기 도입에 성공한 한국 공군의 안정적 운영을 바란다.
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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