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산수국
문태준 시인 2015. 6. 27. 03:00
산수국
흐벅지게 핀 산수국 오져서
차마 아주 떠나지는 못하고
가담가담 오시어 가만히 들여다보는
여우비 갈맷빛 이파리마다 조롱조롱
매달려 가슴 졸이는 물방울
나에게도 산수국처럼 탐스러웠던
시절 있었지 물방울처럼 매달렸던
사랑 있었지 오지고 오졌던 시절
한 삶이 아름다웠지
한 삶이 눈물겨웠지
―허형만(1945~ )
요즘 산에 산수국 핀다. 핀 것 보니 참 예쁘다. 핀 것 보니 마음에 흡족하고 흐뭇하다. 꽃의 색이 변하는 것 지켜보노라면 계절이 차츰 바뀌어 지나갈 것이다. 물을 좋아하는 산수국에게 비가 오셨나 보다. 물방울이 마치 작은 열매들처럼 조랑조랑 매달렸나 보다. 시인은 산수국 핀 것 보고 사랑의 시절을 회상한다. 마음이 몹시 끌렸던 한 시절을 떠올린다. 애처로웠고 눈물 또한 있었을 한 시절. 그러나 그 옛 시절은 산수국처럼 사랑스러웠고 오달졌었다고 말한다.
산수국 핀 것 보면 눈부신 빛 같고, 하나의 숲 같고, 둥근 탄력 같고, 구르는 바퀴 같고, 멀리 던지는 원반 같다. 비록 오늘 하루가 한바탕의 웃음이며 한바탕의 눈물일지라도 우리도 산수국처럼 탐스럽게 피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선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사전 투‧개표소에 카메라 40여개 설치’ 유튜버, 집행유예
- 김정은, 중국 국경절 시진핑에 축전 “새 시대 요구에 맞게 관계 강화”
- S. Korea, Japan’s stock markets plummet while China surges
- Discover Korean culture with Mickey Mouse at Deoksugung Palace
- 北, 美 전략폭격기 국군의 날 전개에 “상응 행동 취할 것” 위협
- 흉기로 찌른 후 ‘씩’ 웃던 박대성…지인도 ‘위험인물’로
- 소프트뱅크, 오픈AI에 5억 달러 투자
- 9월 수출 올해 최대 기록... 올해 역대 최대 수출 기록 쓸듯
- “매년 10%씩 늘어난 세금”... 1억 연봉 받으면 통장에 찍히는 돈은?
- 美 에픽게임스, 삼성·구글에 반독점 소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