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도·맥그리거에 밀렸다?..알고보면 더 재밌는 라울러vs맥도널드
[몬스터짐] UFC 웰터급 챔피언 로비 라울러(33·미국)와 웰터급 공식랭킹 2위 로리 맥도널드(25·캐나다)가 오는 7월 12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189' 코메인이벤트에서 맞붙는다.
눈여겨볼 점은 지옥의 체급으로 불리는 웰터급 타이틀전이 코메인이벤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메인이벤트는 헤비급이나 라이트헤비급, 아니면 미들급 타이틀매치일까. 셋 다 아니다. 메인이벤트는 웰터급보다 가벼운 체급인 페더급 타이틀전이다. 대게 중량급 타이틀전이 경량급 타이틀전보다 늦게 열리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의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부터 웰터급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만한 일이다.
UFC는 알도-맥그리거戰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지금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지난 3월에는 5개국 10개 도시를 거치는 '월드투어'를 진행시켰다. 라울러-맥도널드는 알도-맥그리거를 띄우기 위한 들러리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지난달 24일 주최측은 심혈을 기울인 'UFC 189' 홍보영상을 공개했다. 디테일하게 말한다면 알도-맥그리거戰 프로모션 영상이었다. 세계의 관심 역시 웰터급보단 페더급 타이틀전에 쏠려있다. UFC가 얼마나 맥그리거를 밀어주고 있는지, 대중들이 얼마만큼 맥그리거를 눈여겨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UFC 189'가 열리는 7월 첫째 주는 'UFC 파이트 위크' 주간으로 UFC 팬 엑스포를 비롯해 레슬링·주짓수·킥복싱 등 아마추어 대회, UFC짐 피트니스 챌린지 등 다양한 이벤트가 줄지어 열린다. 특급 주짓떼로 호저 그레이시가 주짓수 시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회를 약 5일 정도 남긴 시점부터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임베디드(Embedded)' 영상 시리즈는 평소보다 2배 많은 10편이 제작된다. UFC가 확실히 무게를 실은 모습이다. 라울러-맥도널드의 모습보다 알도-맥그리거가 훨씬 더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UFC 웰터급은 왜 죽음의 체급으로 불릴까?

웰터급의 한계체중은 171파운드(77.56kg)로, 라이트급(156파운드/70.76kg)과 더불어 성인 남성의 평균체중과 비슷하다. UFC 로스터 역시 두 체급이 가장 많다. 여성부 스트로급 30명, 플라이급 37명, 여성부 밴텀급 26명, 밴텀급 58명, 페더급 70명, 라이트급 102명, 웰터급 111명, 미들급 62명, 라이트헤비급 33명, 헤비급 35명이다.
웰터급 파이터가 타 체급에 비해 월등히 많았고, 뚜렷한 약점이 없는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해있기에 과거부터 웰터급은 지옥의 체급으로 불렸다. 국내 아시아 웰터급 파이터는 손꼽을 만큼 적다. 아시아인의 평균 체구가 작아 밴텀급․페더급․라이트급에 비해 경쟁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웰터급 공식랭킹 7위 김동현의 활약은 매우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2000년대 초반, 웰터급을 호령했던 인물은 맷 휴즈-션 셔크-맷 세라였다. 그들은 대다수의 도전자들을 모두 잠재우며 삼각 구도를 이어갔다. 2007년, 그들의 바통을 이어받은 건 조르주 생피에르를 필두로 한 4대 천왕 존 피치, 조쉬 코스첵, 티아고 알베스. 이 중 단연 으뜸은 생피에르다. 그는 B.J. 펜까지 제압하며 체급 내를 장악했고, 이후 9차 방어까지 성공하며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200년대 후반, 생피에르는 극강의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그 밑에 있는 피치, 코스첵, 알베스 역시 너무 강했다. 기존 베테랑은 물론 신성들은 '산 넘어 산'이란 말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정상에 오를 엄두조차 나지 않는 그야말로 피라미드성 지옥의 체급이 완성된 것. 생피에르는 2007년 챔피언에 오른 뒤 2013년까지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고 상승궤도를 그려나갔다.
2013년 연말 UFC 웰터급의 한 획을 그을만한 중대발표가 진행됐다. 꾸준히 은퇴를 암시했던 생피에르가 타이틀을 내려놓고 UFC 무대를 떠나있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끝내 데이나 화이트 대표도 설득하지 못했다.
당시 생피에르는 "오랫동안 경기를 치러왔다. UFC에서 22경기를 소화했다. 그 중 15경기가 타이틀전이었다. 높은 수준의 경기를 꽤 오랜 기간 치렀다. 압박도 강했고, 비난도 거셌다. 잠시 떠나있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UFC는 비즈니스고 한 사람을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계속 최강자를 가려야 한다. 다른 파이터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생피에르는 언제 옥타곤으로 돌아올 것인지 약속하지 않았다. 그는 "언젠가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문제는 얼마나 오래 걸릴지 나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정신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타이틀을 내려놓는 이유다.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복귀시기를 정하지 않는 이유도 밝혔다. "시기를 정하면, 난 즉시 그 시기에 맞추게 될 것이고 다시 압박을 느낄 것이다. 복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만 생각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사정은 밝히지 않았으나 챔피언으로 짊어져야할 책임과 의무의 무게가 너무 버거웠다는 고충은 계속해서 토로해왔다.
6년 동안 지속된 생피에르 시대가 저무는 순간이었다. 언제 복귀할지도 알 수 없고, 확실히 돌아온다고 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는 현재 확실한 동기부여가 없고, 불법 약물문제가 척결되지 않는 한 복귀하지 않을 생각이다.
생피에르가 떠나기 전부터 웰터급은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피치는 퇴출됐고, 코스첵은 5연패 중이다. 심각한 목·무릎 부상에서 돌아온 알베스는 지난달 카를로스 콘딧에게 패했다.
2014년, 새로운 웰터급 시대 막 오르다

2014년 UFC 웰터급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생피에르가 내놓은 챔피언 벨트를 놓고 2014년 3월 조니 헨드릭스와 로비 라울러가 한판승부를 벌였다. 생피에르戰에서 논란 속 아쉬운 판정패를 맛본 헨드릭스는 라울러를 5라운드 종료 3대 0 판정으로 꺾고 새로운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헨드릭스는 2014년 연말 제이크 엘렌버거, 맷 브라운에게 2연승을 거두고 타이틀 도전권을 재차 획득한 라울러에게 5라운드 종료 1대 2 판정패하며 벨트를 빼앗겼다. 하지만 경기 후 대다수의 전문가, 격투팬들은 헨드릭스의 손을 들어줬다.
예상을 뒤엎은 결과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헨드릭스의 4‧5라운드 경기운영이었다. 그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라울러의 발만 잡고 늘어졌다. 라울러의 거센 저항에 별다른 반응도 하지 않았다. 엄청난 감량고를 겪은 헨드릭스는 컨디션 악화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화이트 대표는 타이틀전이 석연찮은 판정으로 끝나자, 라울러-헨드릭스의 3차전을 즉각 추진했다. 당초 화이트 대표는 헨드릭스-라울러가 2차전을 펼치기 전, 맥도널드가 자국인 캐나다에서 열리는 UFC 대회에서 타이틀전을 치른다고 밝혔다. 화이트 대표의 변덕(?)으로 맥도널드만 맥 빠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챔피언 라울러가 7월까지 휴식을 취하길 원했고, 브라운의 상대였던 스티븐 톰슨이 부상을 입자 주최측은 헨드릭스-브라운의 대결을 추진했다. 지난 3월 헨드릭스는 브라운을 꺾고 확실하게 타이틀 도전권을 획득했다.
당시 주최측은 맥도널드의 상대를 헥터 롬바드로 선정했으나 롬바드의 불법약물 복용사실이 드러나 경기진행이 불가피해졌다. 헨드릭스-브라운戰이 펼쳐지기 전 상황으로, 화이트 대표는 맥도널드에게 재차 타이틀 도전권을 부여했다. 돌고 돈 맥도널드는 결국 제자리를 찾아갔다.
라울러와 맥도널드는 2013년 11월 'UFC 167'에서 맞붙은 바 있다. 1·3라운드에서 우위를 점한 라울러가 3라운드 종료 2대 1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경기 후 스탠딩 선언이 빨랐다는 말들이 많았다. 3라운드에서 맥도널드가 라울러를 눌러놓았는데, 이때 심판이 타 경기에 비해 스탠딩을 빨리 선언한 느낌이 든 것. 이후 라울러는 매서운 펀치로 맥도널드를 뒤로 넘어뜨리게 했고, 상위포지션에서 파운딩을 날리며 포인트를 쌓았다.
아쉽게 패한 맥도널드는 이후 데미안 마이아, 타이론 우들리, 타렉 사피딘을 연달아 꺾으면서 단점을 보완해나갔다. 그는 라울러에게 당한 1차전의 아픔을 그대로 갚아줄 심산이다. 어느 때보다 승리에 목말라고 있고, 상대를 벼르고 있다. 맥도널드는 피라스 자하비가 이끄는 트라이스타 짐 소속이다. 생피에르의 훈련파트너로, 그가 챔피언에 오른다면 생피에르의 강함을 다시 한 번 느낄 것 같다.
김동현, 지옥의 체급 챔피언에 오를 수 있을까?

지금까지 김동현이 UFC에서 보여준 성적은 매우 뛰어나다. UFC 전적은 11승 3패 1무효로 톱컨텐더 외 대항마들에겐 결코 패하지 않았다. 그는 끈적끈적한 그래플러의 대명사로 강력한 레슬링 실력으로 상대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미국 스포츠 전문 웹진 블리처리포트는 김동현을 웰터급 톱5 그래플러로 꼽기도 했다. 명실상부 아시아 웰터급 최강자다.
7년간 UFC에서 활동하면서 김동현은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는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 옥타곤에서 한 차례도 패하지 않고 5연승을 달리던 그는 2011년 7월 타이틀 문턱에서 4위 카를로스 콘딧의 플라잉 니킥에 무릎을 꿇었고, 지난해 8월 4연승의 김동현은 3위 우들리에게 KO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무엇보다 김동현에게 타격이 필요했고, 누구보다 그 사실을 인지한 김동현은 태국에 위치한 타이거 무에타이에서 전지훈련하며 단점을 보완해나갔다. 서서히 김동현은 과거 일본 단체에서 이름을 날렸던 '스턴건(전기충격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끈적한 그래플러에 묵직한 펀치를 탑재한 것이다. 화력을 갖춘 그래플러로 자리매김한다면 분명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다.
복슬러(복싱+레슬링)가 대세였던 UFC 상위권이 시간이 흐를수록 무짓떼로(무에타이+주짓수)로 변하고 있는 점 역시 김동현에게 좋은 점으로 작용한다. 김동현은 대표적인 무짓떼로 중 한 명으로, 막강한 그래플링에 타이거 무에타이에서 배워온 묵직한 스트라이킹까지 장착했다. UFC 헤비급 챔피언 파브리시오 베우둠, 미들급 파이터 호나우도 자카레,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 등이 상위권에 군림해있는 무짓떼로다.
슈팅이 강한 공격수에게 감아차기가 있다면, 골키퍼는 더욱 혼란을 겪을 것이다. 한국나이로 35세인 김동현이 다시 한 번 타이틀에 도전하기 위해선, 결정적일 때 파워를 겸비한 감아차기를 야신사각지대에 꽂아 넣을 수 있어야 한다. 한편 김동현의 다음 경기는 오는 11월 28일 한국에서 열리는 UFC 대회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사진 : UFC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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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학 기자 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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