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70억분의 1' 굳히기 목전에서 무너진 벨라스케즈
링의 완성형이 표도르였다면 옥타곤의 완성형은 케인 벨라스케즈다. 총 전적 13승 1패. 베테랑도 아니고 연승 기록이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세계에서 이 남자를 이길 자는 없다. 상식을 초과하는 행보를 걸어오더니 결국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과거 표도르가 약 10년간 세계 헤비급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케인의 시대가 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 내용은 파브리시오 베우둠이라는 파이터와 맞서기 전의 얘기다. 케인은 14일 멕시코에서 열린 'UFC 188'에서 베우둠에게 패하며 헤비급 타이틀을 잃었다. 밀리다가 서브미션을 허용했기에 완패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미 두 번이나 타이틀을 잃은 만큼 더 이상 절대적인 최강자로 부르기도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케인은 여전히 세계적인 강자이며 앞으로도 얼마든지 정상을 탈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인 점은 분명하다. 또 그가 UFC에서 걸어온 압도적인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정도로 전설급이다.
케인은 고작 2전을 치른 다음 UFC의 러브콜을 받아 입성한 특이한 사례였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가 얼마나 소문난 '괴물'이었는지 알 수 있다. 케인의 종합격투기 데뷔전은 2006년 10월이었고 2차전은 그 해 12월 이었다. 2달 간격으로 제시 푸작크와 제레미아 콘스탄트를 1라운드 TKO로 격파하며 승승장구했다. NCAA 올아메리칸 출신의 정상급 레슬러 케인은 그렇게 종합격투기에 순조롭게 적응해갔다.
그러나 케인의 3차전은 그로부터 16개월 뒤인 2008년 4월에 치러지게 된다. 큰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케인의 동기부여가 떨어져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다만 상대가 케인과의 대전을 피해 경기가 무산된 것이 3차례나 있었기 때문이다. AKA(아메리칸 킥복싱 아카데미) 코치진에 따르면 심지어 상대가 계체량 당일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결국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우리 체육관에 괴물이 있으니 보러 오라"는 AKA 측의 제안을 듣고 케인의 체육관을 찾아갔다. 당시 케인은 3명의 스파링 파트너를 곤죽으로 만들어놓고는 지치지도 않았는지 샌드백을 마구 두들겨 댔으며 그 자리에서 화이트 대표는 "저런 친구가 왜 아직 UFC에 안 온 거야?"라며 당장 그를 영입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케인은 세계 최강자들이 집결하는 UFC에서 7명의 상대를 꺾었다. 공격적인 레슬링과 쉴 새 없이 퍼붓는 파운딩, 균형감각 앞에 거구들이 픽픽 고꾸라졌다. 그때까지 KO로 끝내지 못했던 상대는 칙 콩고 한 명 뿐이었다. 수백방의 파운딩을 허용했던 콩고는 케인에게 KO되지 않은 것이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 케인을 상대로 3라운드 종료 공을 들은 유일한 파이터라는 점을 들어 재대결을 요구했을 정도다.
격투 마니아들은 케인이 UFC에서 3연승 사냥에 2009년부터 그를 주목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알려진 시기는 2010년 2월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를 KO로 꺾으면서부터다. 당시 케인은 킥복싱 움직임으로 노게이라를 괴롭혔고 절묘한 훅 콤비네이션으로 강철턱 노게이라를 옥타곤에 눕혔다. 노게이라는 케인에게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았다.
이후 챔피언이었던 브록 레스너와의 경기는 더 충격적이었다. 2차 방어전에 성공하며 상승가도를 달리던 '괴수' 레스너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며 챔피언벨트를 뺏어낸 것이다. 레스너의 화물차 태클도 케인에게는 통하지 않았으며, 체력을 쓸데없이 소모하지 않으면서도 침착하게 레스너의 안면을 파괴시키는 케인의 모습은 격투팬들에게 큰 전율을 안겨줬다.
흥미로운 것은 체급을 불문하고 여러 파이터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잘근잘근 씹어대는' 독설가 차엘 소넨마저도 케인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소넨은 케인이 챔피언이 되기 전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세상에 알려진 최강의 사내와 파이터들이 알고 있는 최고의 파이터는 다르다. 나는 진짜 헤비급 최강이 누군지 알고 있고, 그 이름은 케인 벨라스케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케인은 UFC 최강의 문제아마저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될성부른 떡잎이었고, 실제로 UFC 무패의 헤비급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달며 그 사실을 입증했다.
그러나 케인의 상승세는 함께 UFC 헤비급 새대교체를 주도했던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 앞에서 꺾이고 말았다. 2011년 말 케인은 1차 방어전에서 1라운드 1분 4초 만에 산토스의 대포알 펀치에 무너졌다. 케인 입장에선 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패했던 만큼 허무함이 클 수밖에 없었다.
실수는 거기까지였다. 재기전에서 안토니오 실바의 얼굴을 피범벅으로 만들며 다시 타이틀에 도전한 케인은 산토스에게 제대로 복수하며 벨트 탈환에 성공했다. 케인은 1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5라운드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쉴 새 없이 압박하며 산토스가 무언가를 할 틈을 주지 않았다. 결과는 판정승이었지만, 25분간을 압도한 만큼 이보다 완벽한 설욕은 없었다.
심기일전한 산토스는 이후 다시 케인에게 도전했지만 더 처참한 패배를 당해야만 했다. 2차전과 마찬가지로 시종일관 압도당하다가 5라운드에 TKO로 패했다. 산토스가 그 경기에서 남긴 것은 패배도 있지만, '케인에게 다시 도전해도 안 된다'는 인식을 세계 격투팬들에게 심어줬다는 것이 컸다.
그러나 영원한 강자는 없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케인은 3차 방어전이자 통합 타이틀전에서 베우둠이라는 파이터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케인의 전력은 물론 상승세가 워낙 좋았던 만큼 이 결과를 예상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제 케인은 타이틀 탈환을 위해 또다시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상대전적 2승 1패의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 3위인 스티페 미오치치와 4위 안드레이 알롭스키, 트래비스 브라운, 마크 헌트 등과 살얼음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패하긴 했지만 케인이 타이틀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진 : UFC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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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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