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리뷰]싹 바꿨지만 원전 존중.. 유니버설발레단 '그램 머피의 지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이 13일 오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세계 초연한 '그램 머피의 지젤'은 2막에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클래식 발레의 고전인 '지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전이 된 '지젤'의 백미로 푸른 달빛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처녀귀신 '윌리'들의 '총총거리는' 군무는 더욱 강력해졌다.
1막은 원작처럼 농민과 귀족으로 신분을 나누는 대신 같은 가치를 지닌 다른 두 세계로 나눴다.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그램 머피는 지젤이 사는 곳을 현실적이고 자연과 가깝고 소박한 세계로 설정했다. 개량 한복 같은 의상을 입고 타악이 바탕이 된 국악 같은 선율에 맞춘 몸짓들은 '동양적 세계관'이 느껴진다.이같이 한국에서 세계 초연한다는 점을 비롯해 '그램 머피의 지젤'은 '지젤'을 자신 만의 색깔로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원전을 오마주하고자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귀족 '알브레히트'를 만나 사랑을 하다가 배신을 당한다는 기본 줄거리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음악, 안무, 세트, 의상 등은 모두 새롭게 탈바꿈했다.◇프리퀄로 강화된 지젤 부모 이야기
1841년 초연한 뒤 변화를 거듭한 '지젤'에서 이번에 이야기적으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프리퀄(전사)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윌리의 여왕인 '미르타'가 지젤의 아버지 '울탄'을 사랑했으나 지젤의 '어머니' 베르테를 사랑한 그가 이를 거절한다는 이야기다. 미르타는 쓰라린 배신감에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났다.
2막에서 미르타와 윌리들 사이에서 알브레히트의 목숨을 결정적으로 구하는 것도 베르테다. 클래식 '지젤'에서는 지젤이 구한다.
지젤의 원류를 찾아 나선 건 좋은 아이디어였으나 이로 인해 지젤의 비중이 다소 약해졌다. 본래 지젤이 좀 더 파격적으로 그려질 것으로 알려졌는데 순수하고 서정성 짙은 지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알브레히트 캐릭터는 좀 더 담백해져 소년스러움을 띤다.
◇현대무용 같은 고난도 안무
안무는 한눈에 봐도 고난도다. 클래식 '지젤'이 낭만적인 동작들로 구성된 것에 반해 본래 심장이 약한 지젤이 추기에 벅찰 정도로 숨 가쁘고 재빠른 동작들이 많다. 본래 마임으로 설정됐던 동작들도 모두 춤으로 이어진 만큼 호흡이 끊기지 않는 유려함도 자랑한다.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1막 2번, 2막 2번의 파드되(2인무)가 특히 인상적인데 지젤이 알브레히트의 몸에 의지해 발을 떼고 공중에서 기술을 선보이는 장면이 많아 두 역을 맡은 주역 무용수에게 상당한 체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파드되가 거듭되면서 점점 애틋해지는 감정선을 잘 표현한 지젤 역의 황혜민, 알브레히트 역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싹 바뀐 음악·의상·무대
머피와 영화 '마오의 라스트 댄서' 음악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고든이 새로 만든 음악은 현대적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클래시컬하다. 1막에서 국악 풍의 느낌이 드는 지젤 세계의 음악과 현악 선율이 도드라지는 알브레히트 세계의 음악이 서로 맞서면서 조화를 이루는 부분도 귀에 남는다.전체적으로 고난도의 안무지만 숨가쁘게 보이지 않을 만큼 멜로디와 리듬의 긴장 조율을 적절히 했다.
지젤 세계의 개량 한복 같은 의상과 달리 알브레히트 세계의 의상은 '스타워즈'나 '스타트랙'에 등장할 법한 의상이어서 대조를 이룬다. 무대는 1막 중 얼음 동굴에서 마치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같은 배경으로 넘어갈 때가 가장 인상적이다. 2막의 무대 한 가운데 우뚝 선 고목은 팀 버튼의 영화같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긴다.◇총평
클래식 발레보다 판타지가 가미됐다. 지젤이 막판 사라질 때 와이어를 타고 날아간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감정선이 살아났다. 지젤이 프리퀼로 인해 동기 부여가 된 셈이다.
하지만 클래식 '지젤'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추상적일 법하다. 특히 베르테가 지젤에게 주고 다시 지젤이 알브레히트가 준 크리스탈은 마치 생명의 상징처럼 사용되는데, 뭘 의미하는지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다.재해석 자체는 항상 부담이다. 공연 내내 무용수, 관객 모두 원전이 되는 클래식의 아우라와 싸워야 된다. 장면마다 클래식 '지젤'이 겹쳐지는 '그램 머피의 지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클래식 '지젤'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느껴졌다.이날 세계 초연이라는 부담으로 인해 황혜민은 막판에 한 차례 넘어지는 실수를 했다. 여린 체구로 내내 숨가쁜 안무를 소화한 노력은 그래도 헛되지 않았다.유니버설발레단 '그램 머피의 지젤' 17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지젤·알브레히트 역 황혜민·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강미선·이동탁, 김나은·강민우. 지휘 미하일 그라노프스키, 협연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만~10만원. 02- 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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