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한가폭 확대, 개미투자자에겐 '위험 따로 수익 따로'
[머니투데이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변동성이 점점 커지는 금융경제 격변기에 잠시 숨고르며 슬기로운 방향을 모색합니다.
[[숨고르기]일반투자자는 기대수익 보단 위험 증가 우려 커]
15일 시행되는 주식가격제한폭 확대를 앞두고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큽니다. 변동폭의 확대는 곧 위험의 확대와 같기 때문입니다. 위험이 커진 만큼 기대수익이 커진다고 말할 수는 있으나 커진 위험을 활용하여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일반투자자에게 주어질지 의문입니다.
일반투자자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에게도 위험이 증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투자자산 평가액이 크게 급등락할 뿐만 아니라 시장충격으로 자산가격이 급변하는 상황은 펀드매니저나 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부담스럽기에 그들도 마냥 환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번 변동폭 확대를 수익확대의 기회로 환영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습니다.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시스템 트레이더들이나 초단타 전문 스캘퍼들에게는 위험의 증가가 곧 수익기회의 증가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미투자자들에겐 커지는 위험에 상응하는 기대수익 증대 효과가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많은 시장플레이어들이 반기지 않는 가격제한폭 확대를 단행해야만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금융당국은 가격제한폭 확대가 주식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가격제한폭 ±30% 확대는 기존의 가격대별 정액제한 제도가 1995년4월부터 ±6% 정율제한제도로 변경된 이후, 96년11월 ±8%, 98년3월 ±12%, 98년12월 ±15%의 변경 과정을 거친이래 꾸준한 확대조치의 연장선상에서 단행됐습니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에 따른 주가조작을 방지하고 가격의 시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변동폭 확대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영국과 미국처럼 가격제한폭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한폭 ±12%기간과 ±15%기간의 일일변동성이 코스피의 경우는 2.65%에서 2.27%로, 코스닥의 경우엔 4.59%에서 4.32%로 축소되어 시장전체 지표상으로는 시장 효율성 내지 안정화에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시장 전체의 안정화가 이루어지는 바탕에는 개별 거래자의 활발한 시장참여가 필수적입니다. 개별참여자의 거래가 활발하면 할수록 시장전체의 분산효과가 커지면서 효율성과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시장의 규제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거래는 활기를 잃기 마련입니다. 결국 정책당국은 시장규제요소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시장규제축소가 시장효율성이라는 표면적 목표를 추구하면서 거래의 활성화라는 실질적 효과를 달성하게 되는 셈이지요.
따라서 상하한가 제한폭의 지속적인 확대는 정책당국 입장에서 거래 활성화 즉, 거래량 증대를 위한 유효정책 중의 하나가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장전체의 효율성을 위하여 개별참여자의 위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유동성 부족을 해소해야 할 만큼의 거래 활성화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의 활성화, 거래량의 증대를 꾀하는 것은 개별 시장참여자를 위하기 보다는 시장운영자를 위한 부분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증권회사나 정부를 위한 조치가 되는 것이지요.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증권거래세가 금년에는 작년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한 4조원대에 이를 전망입니다. 더불어 지난 1분기 증권회사의 순이익이 9천760억 원으로 6년 만에 최대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같은 증시활황에 가격제한폭 확대라는 거래활성화 조치까지 더해진다면 시장안정화라는 정책효과 달성과 더불어 정부의 세수증대와 증권회사 이익증가라는 실질적 효과를 거두게 될 것입니다. 결국 변동성 확대라는 개별투자자의 위험을 담보로 정부와 증권회사는 거래세와 거래수수료 같은 수입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일반투자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위험에 대한 보상수익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르지만 시장운영자의 경우 규칙만 바꾸게 되면 안정적인 수익이 생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해 일반투자자들은 증가된 위험을 고스란히 떠 안으면서도 기대수익 증대 효과는 누리지 못하는 억울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leebyungc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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