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힌 CCTV 정보공개 받으려니.."수백만원 내라"
[한겨레] 경찰 "모자이크 비용 청구인 부담"
공개대상 돼도 대부분 청구 포기
"공공기관이 비용 분담하게 해야"
유아무개(44)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한 경찰관과 시비가 붙었다. 경찰은 그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지만, 현장에 있던 방범용 폐회로텔레비전(CCTV)에는 경찰관이 먼저 유씨의 가슴을 밀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유씨는 '수사 중 비공개'인 이 영상을 얻으려고 행정소송까지 냈다. 검찰이 유씨에게 무혐의 처분한 뒤인 지난 3월3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영등포경찰서는 제3자를 제외한 유씨가 찍힌 폐회로텔레비전 한 시간 분량을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그럼에도 유씨는 영상을 얻지 못했다. 비싼 비용 때문이었다. 영등포경찰서는 "화면에 등장하는 행인 등 제3자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비용(약 300만~600만원)은 청구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모자이크 작업을 대행하는 업체가 산정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정보공개법은 "정보 공개 및 우송 등에 드는 비용은 실비의 범위에서 청구인이 부담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폐회로텔레비전의 모자이크 처리 작업은 초당 30프레임 영상의 프레임마다 모자이크 효과를 입히는 과정을 거치게 돼 있어 비용이 크다. 방송사 등에서 쓰는 '실시간 편집 프로그램'을 쓰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대행업체들은 이처럼 값비싼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폐회로텔레비전 유지·보수 관련 업무를 하는 김치수 서울정보통신 대표는 "1분짜리 영상 작업이 적어도 2~3시간이 걸린다. 정말 필요한 부분만 추려 오면 좋겠지만, 청구인들이 제3자가 가려지지 않은 영상을 미리 볼 수 없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정보공개 업무 담당자는 "영상이 공개 대상이 돼도 청구인이 부담할 비용을 알려주면 대부분 청구를 포기한다"고 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강성국 간사는 "정부가 합리적인 정보공개가 이뤄지도록 시스템 개선에 힘쓰고, 공공기관이 영상정보에 대한 비용을 분담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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