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소, 힘들었지만 평생 최고의 선택
황상환(51)씨는 30년 넘게 곤충에 빠져 살았다. 10·20대 때는 동네 앞·뒷산을 오가며 곤충을 들여다보고 채집했다. 30대가 돼서는 새로 발견한 곤충들을 촬영하고, 도감(圖鑑)을 비롯한 전문 서적들을 읽기 시작했다. 또 전주의 집 주변을 벗어나 전국을 다니며 곤충을 관찰했다. 그가 집중적으로 찾아다닌 건 '하늘소'다. 그리고 최근 그간 모은 사진과 연구 내용을 담아 책 '한국의 하늘소'(자연과 생태·552쪽)를 냈다. 한반도의 하늘소 340종 가운데 250여종을 담았다.

황씨는 곤충학자가 아니다. 전시·이벤트 업체를 운영한다. 대학에도 다닌 적 없다. 그는 스스로 '하늘소에 미친 사람'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하늘소만 연구한 건 아니다. "나비를 먼저 알게 됐어요. 공부하다 보니 국내에 크게 250종가량 있는데 대부분 생태가 상세히 밝혀져 있더라고요. 하지만 하늘소에 대한 정보는 적었어요. 1987년 출간된 '한반도 하늘소와 갑충지' 등은 상당히 참고가 됐지만요." 하늘소는 종(種)마다 주로 먹는 식물이 다르다. 그래서 하늘소가 다양한 숲은 건강하고 여러 식물이 산다는 증거라고 한다.
그는 보름에 한 번꼴로 집을 나서 전국을 돌았다. 제주도·가거도·거문도·흑산도 등 30곳 넘는 섬들, 전주에서 가까운 편인 운장산과 지리산은 물론 강원과 영남의 명산(名山)들도 찾아갔다. 낮에는 사진기와 포충망을, 밤에는 거기에다 발전기와 조명등까지 들고 다니며 관찰하고 채집했다.
"일단 떠났다 하면 3박4일까지 다녀요. 애벌레가 자라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벌레들이 사는 나무 속을 주로 들여다보고, 성충이 알을 낳고 활동하는 겨울부터 봄까지는 나무 겉과 주변을 살피죠." 국내뿐 아니라 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중국·몽골·일본 등 해외로도 관찰하러 다녀오곤 했다.
이렇게 채집한 표본이 1만개가 넘는다. 그 모두를 국립생물자원관에 기증했다. 그동안 곤충 전시회도 30번 넘게 열었다. 곤충전은 직접 기획하기도 하고, 의뢰를 받아서 해주기도 한다. 그는 "곤충전에 노하우가 생긴 덕인지 요청이 꽤 들어온다"며 "지난겨울에는 국립생태원에서 '살아 있는 벌도 전시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 도운 적이 있다"고 했다.
이번에 책을 낸 것은 주변의 '강권' 덕이다. "채집하러 함께 다니는 애호가들이 10명쯤 계셔요. 그분들이 '아마 하늘소는 너만큼 아는 사람 없을 거다. 혼자만 알다가 죽으면 그것도 죄다. 아는 만큼은 전해줘야 다음 사람이 더 연구를 할 것 아니냐'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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