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각각 어울리는 우리 술 있죠"
보쌈에는 이강주, 문어숙회엔 인삼주, 두부전엔 소곡주가 잘 어울린다. 봄철엔 도화주·두견주, 가을엔 국화주·구기자주가 제맛이다. 프랑스·일본에선 요리별로 어울리는 와인·사케가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는 아직 한데 엮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윤숙자(67)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의 걱정이다. "음식과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죠. 이 둘을 접목시켜야 한식의 세계화도 한결 빨라질 겁니다."
14~15일 이틀간 서울 운현궁에서 열린 '2015 전통주와 전통 음식의 만남' 축제는 한식을 전통주와 함께 세계화하기 위해 윤 소장이 8년 전 시작한 행사다. 그는 배화여대 전통조리학과 교수, 전국조리학과 교수협의회장을 지냈다.
행사에선 조선시대의 왕들이 즐겼던 우리 술과 음식이 재현됐다. 팔도 명문가의 내림음식 기능 보유자들이 반가(班家)의 전통 음식과 술을 선보였다. 식품 명인들이 내놓은 전통주를 시음하고, 직접 전통주를 빚는 이벤트도 열렸다. "16세기 '수운잡방', 17세기 '요록', 18세기 '증보산림경제' 등 문헌을 보면 내용의 절반이 음식, 나머지 절반은 술에 대한 것입니다. 조상들은 술과 음식을 함께 즐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죠." 전통음식연구소는 와인의 소믈리에 격인 전통주 주향사(酒香師)도 선발하고 있다.
윤 소장은 각 음식에 어울리는 전통주를 찾는 것도 한식 표준화의 하나라고 말한다. 조리법과 더불어 어울리는 술도 표준화되어야 한식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매년 7~8차례 해외에 나가 한식당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한식 표준화 교육을 하고 있다. 외국의 유명인과 셰프에게도 한식을 가르쳐왔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전속 요리사인 샘 카스, 아베 신조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 역시 그에게서 김장 담그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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