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찰스 왕세자 국정개입 정황 담긴 '흑거미 메모' 10년만에 공개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대법원의 판결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찰스(66) 왕세자가 정부에 보낸 27장의 손편지가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흑거미 메모(Black spider memos)'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일부 부처 장관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에는 다소 개인적인 로비가 담겨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편지들에서 찰스 왕세자는 대형 슈퍼마켓의 횡포를 단속할 자리에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앉혀달라고 요구하거나 군용 헬기 대체를 요구하는 등 수차례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요구를 했다.
영국 왕실에 존재하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영국 정부는 찰스 왕세자의 편지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흑거미 메모'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 10년의 소송 기간 총 40만 파운드(약 7억 원)를 썼다. 소송 당사자는 가디언 소속 롭 에반스 기자로, 대법원은 10년 만에 에반스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지난 2012년 도미닉 그리브 검찰총장은 "편지가 공개되면 찰스 왕세자의 향후 왕권 승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만약 찰스 왕세자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면, 나중에 왕위에 오른다 해도 쉽게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찰스 왕세자의 편지에 대한 정부 측 인사들의 답장도 공개되면서 또다른 비판을 받고 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왕세자의 의견을 언제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특히 농업 문제에 관해선 더욱 그렇다"고 답장했다. 찰스 클라크 교육부 장관은 학교 급식의 영양 문제에 대해 지적한 찰스 왕세자의 편지에 "왕실의 겸손하고 충실한 종이 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답장하기도 했다.
또 찰스 왕세자는 그간 정치인들과 사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찰스 왕세자가 2010년부터 정부 부처 장관 및 야당 당수 등과 가진 미팅이 총 87번에 달하고, 올해 들어서도 캐머런 총리와 스코틀랜드독립당(SNP) 니콜라스 스터전 당수 등과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찰스 왕세자의 행보로 볼 때, 그가 왕위에 오르게 되면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찰스 왕세자는 지난해에도 왕위에 오르면 "진심어린 개입"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찰스 왕세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밀 보장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디언 편집국장 앨런 루스브릿저는 "우리가 소송으로 싸운 것은 왕실의 행보가 성역 없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무엇이 맞고 틀리냐의 문제를 떠나서, 정부가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감추기 위해 세금을 낭비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 김지수 기자] so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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