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자주 本心 드러내.. 변명 대신 과거사 속죄해야"
22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1) 전 일본 총리는 수행원 없이 인터뷰 장소에 왔다. 꼿꼿하고 정정했다. 그는 1995년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그것만 해내도 내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총리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퇴임 직후 일본 언론에 '수면제를 먹은 적도 있다'고 했는데, 무라야마 담화를 준비할 때도 잠이 안 왔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그는 "아니, 다른 큰 사건 때문에 못 잔 적은 있어도 무라야마 담화 때문에 못 잔 적은 없다"고 했다. '일본이 사죄해야 한다'는 생각이 고민할 필요가 없을 만큼 뚜렷했다는 뜻이었다. 그는 재임 중(1994년 6월~1996년 1월) 한신대지진·사린가스 살포사건·전일본항공 여객기 납치사건 같은 초대형 난국을 잇달아 넘겼다. 당시 일본은 장기 불황에 접어들고 있었다.

―일본 국내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역사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이웃 한국과 호혜 관계를 만드는 것은 일본에도 한국에도 중요하다. 총리 취임 후 아시아 각국을 돌아보니, 일본에 대한 불신이 강했다. 일본이 신뢰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식민지' '침략'이라는 표현이었다. 연립여당인 자민당의 보수층 중에 유럽도 식민지를 가졌는데 왜 일본이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느냐며 반대하는 이가 많았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의 잘못은 전쟁에 진 것뿐'이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본의 현실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그 무렵 전후 50년을 맞아 역사를 반성하자는 국회 표결에 불참했는데.
"자주 본인의 본심이 나타난다."
―무라야마 담화의 의미는.
"일본의 기본적인 방침이다. 무라야마 담화를 토대로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나왔다. 이후 문화 교류를 비롯해 한·일 관계가 새롭게 열렸다. 1999년 한국에 갔을 때 기자들과 월드컵 얘기가 나왔는데 '한국 선수들은 일본한테만은 질 수 없다고 생각해 연습한다'고 해서 '연습하는 건 좋은데 미운 마음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2008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와세다대학에서 연설하며 '일본이 평화국가 건설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평가했다. 그 얘기를 듣고 '중·일 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는구나' 생각했다. 무라야마 담화를 토대로, 역사나 외교가 문제를 빚지 않았다. 한·중·일이 서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지냈다. 그러다 아베 정권이 들어서서 '무라야마 담화를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나오니까 (한국·중국에서 일본을 향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는 논란이 생겼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언제 어떻게 알았나.
"전부터 알았지만 1990년쯤 한국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을 때 관심을 가졌다. 처음 알았을 때 '아, 이건 좋지 않다.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끝났기 때문에 배상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줄 수 없다면 국민이 (성금을 걷어) 속죄하자는 뜻에서 총리 재임 중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었다. 정부도 (법적인 배상은 못 해도, 피해자들의) 보건이나 의료에는 돈을 내고자 했다. 그와 함께 총리도 사죄 편지를 썼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되레 한국의) 오해와 저항을 샀다."
―이후 위안부 문제가 다시 불거졌는데.
"아베 정권이 '고노 담화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해서 문제를 일으켰다. 어째서 그런 일을 하는 거냐고 말하고 싶다. 일본군이 작전상 위안소가 필요해서 민간업자에게 위탁했다. 군이 필요해서 만들었으니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속죄하는 게 좋다. 당연한 일이다. 고노 담화는 솔직하게 받아들여 해결하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 문제를 놓고 정상회담을 못하고 있다. 정상회담 없이 한·일관계 회복이 가능할까.
"어렵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의 국민적인 관심사라 어린이도 관심을 갖는다. 어떻게든 풀지 않으면 (양국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결과가 나빴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사망하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문제를 풀어야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동년배다. 위로의 말씀을 해주신다면.
"전쟁 자체도 나쁘지만, 인간으로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확실히 푸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 일의 교훈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한 얘기지만 속죄를 제대로 해야 한다."
―요즘 일본 일부에 전쟁을 미화하는 흐름이 있다. 학도병 출신인데, 몸소 겪어본 전쟁이란 어떤 것이었나.
"전쟁? 겪지 않는 편이 좋다. 국가 전체가 군대화되어, 어린아이들부터 군인처럼 살았다. 그 시절에 대해 '그리운 추억' 운운하는 이는 반성하라."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 본지 단독 인터뷰는 오늘 오전에 방송되는 TV조선 뉴스7, 뉴스9, 뉴스특보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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