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마당]현대차 '촉탁계약직' 없애야
지난 1월31일 현대자동차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스물다섯 살 청년이다. 2013년 2월 현대차 울산공장에 입사해 23개월간 일하면서 16번 근로계약서를 썼다.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회사 이야기를 듣고 연차도 안 쓰면서 일했지만 돌아온 건 해고 통지였다.

2012년 4월 군 전역을 한 뒤 대구에 있는 기업에서 일하다 2013년 2월 현대차 울산공장 촉탁계약직에 지원해 합격했다. 현대차는 연수 과정에서 "청소와 일을 열심히 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안전교육을 받고 각 공장에 배치됐지만 처음에 회사 인사팀에서 들은 얘기와 현실은 달랐다. 정규직 1년차와 업무가 같다고 들었지만 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힘든 일을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일했던 자리는 회사가 불법파견으로 문제가 되자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신규 채용을 하면서 발생한 공백이었다.
정규직끼리는 '로테이션'도 했다. 하나의 작업이 지겨우니 자리를 바꿔서 일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8~9시간을 한자리에 박혀 일을 해야만 했다. 휴식시간 10분과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쉴 시간이 없었다.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봐야 했고, 쉬는 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작업할 때도 문제였다. 우리가 실수하면 "잘릴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규직이 실수하면 회사에서 함부로 못했다. 부럽기도 했지만 잘리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일했다.
사내하청업체 신입사원도 연차를 쓰는데 우리는 몇 개월씩 일했지만 연차 쓰면 불이익을 준다고 해서 쓸 수가 없었다. 정규직이 연차 써서 안 나오면 그 자리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조모가 돌아가셨다고 해도 쓰지 못하게 했다. 거의 매달 계약서를 썼다. 공장이 쉬는 날에도 우리는 계약서를 쓰러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서 문자를 일괄로 보내 오늘 아니면 못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정말 심하게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를 못 쓰거나 일하다 허리나 손을 다쳐도 산재를 못 냈다는 점이다. 다치면 산재를 신청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아프면서도 일을 해야 된다는 게 참 안타까웠다. 하지만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허리를 부여잡으면서 일하던 두 명은 결국 잘렸다. 정규직은 약간 몸살기만 있어도 연차를 쓰거나 쉬고 싶을 때 쉬었지만 우리는 눈치가 보여 아파도 쉬지 못했다.
수많은 차별을 받으며, 어떤 경우에는 하루짜리 알바 수준도 못한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일할 때도 같은 반 정규직 형님들이 "앞일은 모르니까 열심히 일하라"고 했다. 최근 파업 때도 수시로 촉탁직을 신규 채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해고 통보를 받고 희망고문이 깨지고 나니 정규직 1년차와 우리는 정말 다른 노동자라는 걸 알게 됐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내가 현대차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가 촉탁계약직을 상대로 쪼개기 계약을 하면서 정규직이 될 수 있다며 희망고문을 하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촉탁계약직이라는 고용 형태가 사라져야 한다.
<박점환 | 전 현대차 촉탁직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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