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 전골로 새봄의 활력을
흑염소 요리는 예로부터 몸에 이로워 약이 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말 그대로 약식동원(藥食同源)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평소에 자주 먹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흑염소 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이 드물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육류의 전부는 아니다. 새봄에 활력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흑염소 고기에 도전해볼까
무등산서 풀어 키운 흑염소
서울에서 순댓국 전문점을 운영했던 신동수 씨는 가끔 광주에 갈 때면 친구 집에 들러 밥을 먹었다. 무등산 남쪽 자락 화순군 수만리라는 곳이었다. 신씨의 친구는 그곳에서 흑염소 목장과 흑염소 식당을 운영했다. 한 번은 친구가 순댓국 대신 흑염소 식당을 해볼 것을 권유했다.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신씨는 '그러마' 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랬는데 서울에 올라온 그는 왠지 자꾸만 흑염소에 마음이 끌렸다. 특이한 메뉴는 취급하지 말라는 게 외식업계의 불문율이었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었다. 결국 신씨는 몇 달 전에 사고(?)를 쳤다. 잘 나가던 순댓국집을 정리하고 친구와 친구 모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흑염소 식당을 차렸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친구 따라 흑염소 식당을 차린 것이다. 과거에 레스토랑, 순댓국집 등 식당을 운영하며 직접 조리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금방 조리법을 배웠다. 여기에 자신의 창의성을 더해 일부 메뉴를 추가로 개발하기도 했다.
흑염소 원육은 무등산에 있는 친구의 목장에서 공급받는다. 무등산 산록에서 방목해 기른 흑염소는 인공수정을 하지 않고 자연교배로 개체를 번식시킨다. 다 자란 흑염소 암컷은 일 년에 두 번 정도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풀어놓고 키워 운동량이 많아 지방이 적고 근육이 발달했다. 흑염소는 본래 고기에 기름기가 적고 단백질, 칼슘, 철분 등이 많으며 소화가 잘 돼 예로부터 여성 보양식 재료로 인식됐다. 특히 임산부의 산후회복에 좋다고 한다. 흑염소는 3년 이상 길러야 약용으로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이 집에서도 3년 넘은 흑염소를 쓴다. (단, 로스는 6개월 미만) 메뉴로는 전골, 수육, 로스, 갈비전골, 탕이 있다.

전골은 소고기 맛과 비슷, 기름기 없고 담백해
여러 메뉴 가운데 고객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이 전골이다. 아무래도 염소 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여럿이 먹기에 좋기 때문일 것이다. 전골은 규격에 따라 소(160g 2만8000원), 중(320g 5만4000원), 대(480g 8만4000원) 세 가지가 있다.
미리 만든 육수에 흑염소 고기를 넣고 여러 가지 양념과 깻잎, 토란대를 충분히 넣어 끓인다. 머위가 나오는 여름철에는 토란대 대신 머윗대를 쓴다. 육수는 흑염소의 뼈와 고기를 12시간 고아 받아낸다. 여기에 몇 가지 한약재와 양념을 함께 넣어 잡내를 없애주고 얼큰하면서 개운한 맛을 강조했다.
흑염소 전골은 외양이 얼핏 소고기 전골이나 육개장과 비슷하다. 레인지에서 전골이 끓으면 팽이버섯, 부추, 미나리 등 채소를 육수에 익혀서 먼저 건져먹는다. 가급적 샤브샤브처럼 살짝 데쳐 먹는 게 좋다. 이어서 채소를 고기와 함께 초고추장 소스에 찍어 먹는다. 새콤 달콤 매콤한 소스와 고기 맛이 잘 어울린다. 고기 맛에 집중하고 싶다면 굳이 소스를 찍지 않아도 된다.
흑염소가 워낙 기름기가 없지만 그 중에서도 배받이살 등 기름기가 있는 부위는 수육으로 쓰고 다리 살 등 기름기가 적은 부위로 전골을 만든다. 그런 연유로 고기가 담백하면서 느끼하지 않다. 푹 익은 고기는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히 씹히는 느낌이 난다. 마치 소고기국밥에 들어있는 사태살 같은 식감이다. 아린 맛이 나지 않고 부드러운 토란대가 고기 맛을 받쳐준다. 함께 들어간 갈빗대는 그리 육량이 많지 않지만 '갈비 뜯는 기분'을 낼 수 있다.

바늘에 실 가듯 전골에 '삼지구엽주'
서비스로 흑염소 천엽 한 접시와 삼지구엽초로 담근 술 한 병을 내온다. 삼지구엽초는 수많은 암컷들을 거느렸던 숫양의 비결이 삼지구엽초에 있음을 알고 자신도 회춘했다는 양치기 노인의 전설이 전해질 정도로 강정 효과가 좋다는 한방 약재다. 수육을 안주 삼아 몇 잔 마시면 뒷맛이 깔끔하다. 전골의 양이 부족할 경우 160g(小)에 첫 주문보다 2000원 저렴한 2만6000원에 추가 주문이 가능하다.
마지막에는 남은 국물에 볶음밥(3000원)을 만들어 먹는다. 김 가루, 미나리, 참깨, 썬 김치, 참기름이 들어간다. 볶음밥은 고소하면서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흑염소 마니아로서 본격적으로 흑염소 고기를 즐기고자 한다면 수육(3만원, 5만8000원, 8만6000원)- 전골 - 볶음밥 순으로 먹는 것이 좋다. 식사메뉴로는 평일 15:00까지 점심특선으로 내놓은 염소탕(9000원)이 있다. 원가 관계 때문에 염소탕에는 호주산을 함께 쓰고 있다.
10명 이상의 대가족 모임이나 단체로 회식할 경우에는 '염소 한 마리'가 경제적이다. 미리 예약하면 흑염소 한 마리를 통째로 삶아서 수육과 전골 등 흑염소 요리를 푸짐하게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염소 한 마리'는 따로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고 시세를 반영한 시가를 받고 있다. 연중무휴로 영업하며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1시간 동안은 준비시간이다.
<;수만리 염소탕>; 서울시 강남구 역삼로 2길 13 02-501-3404
기고= 글, 사진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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