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백악관 '성중립 화장실' 설치..이유는?

"동성애자에 화장실 자유를"

미국 백악관에 '성 중립 화장실' (Gender Neutral Restroom)이 설치됐다. 이 화장실은 성적 소수자인 LGBT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에게 화장실 자유 선택권을 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가 기존의 남자와 여자로 구분돼 있는 화장실을 사용할 때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포용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정치 철학에 따라 성적 소수자의 인권 신장 차원에서 성 중립 화장실을 백악관에 설치토록 했다고 제프 틸러 백악관 대변인이 8일 (현지 시간) 밝혔다.

성 중립 화장실 앞에서는 남자와 여자 및 장애인 표지 그림이 나란히 붙어 있다. 이 화장실은 오바마 대통령의 비서와 참모가 다수 근무하는 '아이젠하워 이그제큐티브 오피스' 빌딩에 설치됐다. 이 화장실은 성별 구분없이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고 틸러 대변인이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발레리 재럿 백악관 선임 고문은 이날 LGBT 이슈를 다루는 전문지인 '애드보키트' 잡지 기고문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 정부가 역사상 가장 많은 LGBT 미국인을 연방 정부에 채용했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복지 혜택, 화장실 이용, 행사 초대 등에서 LGBT 미국인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국내 정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백악관에 앞서 캘리포니아주 로스 엔젤레스 인근의 웨스트 할리우드 시가 성 중립 화장실 설치 의무화법을 올해 1월 제정했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이 지난해 말 성 중립 화장실을 설치했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보수파와 공화당의 당세가 강한 애리조나, 텍사스, 플로리다, 켄터키 주 등은 성전환자의 공중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가 이날 보도했다. 성 범죄자 등으로부터 일반 시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같은 법 제정을 추진하는 의원들의 주장이다. 이들 주의 법안은 생물학적으로 구분되는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LGBT 청소년의 성적 지향, 성 정체성을 회복시킨다는 목적으로 행해지는 각종 정신의학적 치료 행위가 청소년 삶에 해악을 끼친다며 중단을 촉구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렛 백악관 선임고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개조' (conversion) 또는 '회복'(reparative) 요법이라 불리는 이 치료법이 "청소년들의 삶에 잠재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학적 증거를 보면 이런 치료는 의학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특히나 청소년에게 행해질 때는 부수적 악영향까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치료 행위를 금지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백악관 부속 건물인 '아이젠하워 이그제큐티브 오피스' 빌딩에 설치된 ' 성 중립 화장실' 의 모습. 사진=AP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