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사상으로 풀이한 통일해법 연구서 펴낸 '이찬구 박사

정성수 2015. 4. 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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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남북 관계는 매우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최근 단군사상을 통해 한반도 통일 해법을 제시한 연구서 '통일철학과 단민주주의'(한누리미디어)를 펴낸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기획국장 이찬구 박사(59· 전 가톨릭대 외래교수)는 "그동안 고민해 오던 것을 책으로 옮겨보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찬구 박사가 "통일철학은 단군의 삼태극과 수미균평위 사상, 주역의 중정(中正)사상 등을 핵심적 가치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박사는 천부경(天符經)의 삼태극 사상으로 풀이할 때 남북 통일을 위해 반드시 과도정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과 북은 독일과 달리 6·25전쟁을 치르면서 극도의 대결구도로 돌변했기 때문에 '너'와 '나'를 뛰어넘는 제3의 대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천부경은 한민족의 시조인 단군이 81자(字)로 우주의 이치인 천(天)·지(地)·인(人) 삼극(三極)의 무한한 생(生)·장(長)·성(成)의 반복 경위를 설파하고 있다.

"부부는 상대적 관계이기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어요. 또 다른 생명체인 자식이 있으면 싸우지 않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이 박사는 현재의 남북은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삼태극 정신에 따라 제3의 대상을 인식할 때 싸움이 종식된다는 설명이다. 제3의 대상은 한민족의 후손과 미래를 생각하는 또 다른 정부이자 희망이 될 수도 있다. 한반도 통일은 다음세대의 행복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남북한 정부를 뛰어넘는 제3의 과도정부에 양국 정부가 점차적으로 권한을 위임해 통일국가를 이끌어가게 하자는 단계적 방법이다. 남북한이 먼저 신뢰를 쌓아 상호교류를 확대하고, 그 기초 위에서 제3의 '남북통일 과도정부'를 구성해 남북의 지지와 국제적 협력을 얻으면 어떤 물결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홍익통일국가'가 수립된다는 것이다.

"분단의 장기화는 통일을 가로막는 큰 장애 요인이지요. 통일이 지연되면 될수록 허송세월을 하는 것이고, 결국 우리 민족은 물론 동북아 평화에도 손해입니다."

서독이 통독 전 동독에 지원한 많은 물량을 생각하면 '퍼주기'란 말 자체도 과장된 표현이라고 그는 경계한다. 북한은 지금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를 약간 웃돌지만 3000달러만 넘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태극 문양이 들어간 '통일철학과 단민주주의' 책 표지.

"한국이 GDP 3000달러를 넘어선 뒤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며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중국 역시 GDP 3000달러에 다다랐을 때 베이징올림픽을 치르며 경제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GDP 3000달러만 넘어서면 상승곡선을 그리며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이 박사는 북한의 우수한 경제마인드를 상기시켰다. 옛 상업도시 개성 사람들이 서양보다 앞선 복식부기인 송도부기를 만들었을 정도로 회계에 밝았다는 것이다. 과거 월남한 세대들이 남한에서 시장 상권과 경제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경제는 누구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북한 경제도 중국처럼 3000달러가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가 지금 잘 산다는 자만심은 위험합니다. 통일이 늦으면 늦을수록 민족의 동질성은 멀어지고, 남과 북은 통일의 주도권 다툼으로 더욱 혼미할 수 있습니다."

이 박사는 민족 동질성의 공통분모를 단군이라고 파악하고, 단군을 통해 민족공동체 의식을 넓히며 상호 신뢰를 구축해 하루빨리 통일을 이끌어갈 과도정부가 구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檀)민주주의'란 그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다. 신용하 전 서울대 교수 등이 사용해오던 '단군 민족주의'라는 말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단군사상에 동학사상을 접목시켜 새로운 '민주주의'를 모색한 것이다.

"단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좀 낯설어 보이지만, 단(檀)에는 단군(檀君), 단국(檀國), 광명(光明)이라는 광의의 뜻이 들어 있고, 또 민주주의의 연원을 동학혁명에 두고 있기 때문에 고대문화와 한국사상의 새로운 이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박사는 총 291쪽으로 돼 있는 '통일철학…'에서 서양의 이분법적 사고가 남북 간, 남남 간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군의 삼태극이나 수미균평위(首尾均平位·머리와 꼬리의 균형 유지) 사상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지론을 편다. 또한 천부경의 분화와 통일 원리, 주역(周易)에 나타난 공공행복, 주역 중정지도(中正之道)와 간괘에 의한 상생통일 모색, 홍암 나철과 심산 김창숙의 민족적 종교관, 동학 상균론과 통일에의 접근, 근대 민족운동과 단민주주의 통일론 등 다양한 주제로 한반도 통일해법을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다. "통일은 한민족의 행복비타민"이라는 이 박사의 말이 유난히 절실하고 반갑게 느껴졌다.

글·사진=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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