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앉아 근무하는 직장인 노리는 치질

박태해 2015. 4. 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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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에 종사하는 김모(45)씨는 회사에서 하루 12시간 가까이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 흔하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회식이 있어 기름진 고기와 술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런 생활을 10년 가까이 하다보니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다음날이면 배변 후 피가 보이는 증상이 생겼다. 놀라서 병원을 찾은 김씨는 치질(치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 중에는 김씨처럼 치질로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루종일 앉아 있으면 엉덩이와 항문 주변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돼 치질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스트레스와 육류, 알코올의 잦은 섭취도 치질 증상을 악화시킨다. 육류는 변비를 유발해 치질 원인이 되며, 알코올은 분해성분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장을 자극해 설사를 일으켜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앉아서 오래 일하는 직장인을 위협하는 항문 질환을 살펴봤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이 경계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항문질환이다. 오래 앉아서 생활하다 보면 혈액순환이 안 돼 치질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스트레스와 육류 섭취, 과다한 음주도 항문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배변 후 피나고 항문 탈출하면 치핵

치질은 항문질환 전체를 말한다. 하지만 치핵이 3대 항문질환(치핵, 치루, 치열) 중 70%를 차지한다. 그래서 보통 치질이라고 하면 치핵을 의미한다. 치핵은 평상시 변과 가스가 새지 않도록 항문을 막아주고, 변이 나올 때는 충격을 흡수해주는 치핵조직(항문조직)이 배변 시 밖으로 빠져나오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고, 배변 시 출혈이나 항문이 밖으로 빠져나올 정도로 증상이 심해지면 수술이 필요하다. 40~50대에 많이 발병하며 여성과 남성 비율은 비슷하다. 치질의 주요 증상은 항문조직이 밀려나는 탈출과 배변 시 출혈이다.

치질이라고 무조건 수술해야 하는 건 아니다. 70~80%는 약물·식이 요법 등을 통해 수술을 하지 않아도 좋아진다. 하지만 항문조직이 빠져나와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치핵은 수술이 필요하다. 치핵수술 후 아프다는 속설 탓에 수술을 꺼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치핵조직을 모두 잘라내 항문피부가 손상되는 예전 수술방법 때문이다. 최근엔 치핵조직을 최소한으로 절제하고 항문피부를 보존하는 수술방법인 '점막하 절제술'을 많이 해 수술 후 1~2일이면 퇴원할 수 있으며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열 나고 항문 주위서 고름 나오면 치루

치루는 치핵 다음으로 잘 생기는 항문질환으로 남성환자 비율이 여성에 비해 5~6배 정도 높다. 재발 위험성이 높고 치료가 까다롭다. 치루는 부드러운 배변을 도와주는 윤활액이 분비되는 항문 샘이 균에 감염돼 곪아서 생기는 병이다. 항문 주위가 곪은 상태를 항문주위 농양이라 하며, 고름이 터지면 치루가 된다. 항문주위 농양은 급성기이고 치루는 만성기 상태인 셈이다.

치루 초기에는 감기처럼 열이 나고 몸살 기운에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증상을 보인다. 그러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항문 주위가 벌겋게 부어 오르면서 곪기 시작한다. 증세가 심할 경우 앉아 있는 건 물론이고 걸을 수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 항문 주위에 구멍이 뚫리면서 고름이 배출된다.

치핵은 수술 후 거의 재발이 없는 반면 치루는 수술 후 재발률이 20~30%로 높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드물게는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양병원 양형규 의료원장은 "치루수술 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후유증이다. 치루수술은 괄약근 손상이 동반되기 쉬운데 이 경우 변실금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손상을 최소화하는 수술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괄약근 손상을 최소화한 최소시톤법이나 분리시톤법, MRI를 촬영해 염증 부위를 정확히 찾아 제거하는 MRI 네비게이션 시톤법이나 3D 항문초음파 시톤법 등 다양한 수술법이 있다"고 소개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항문질환 예방해야

직장인이 항문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업무시간 중간에 스트레칭을 하면서 장시간 앉아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에 과도한 압력이 발생하고 혈액순환을 방해해 치질에 걸길 위험성이 커진다. 둘째 올바른 배변습관과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 화장실에 3분 이상 앉아 있는 건 치질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최악의 습관이다. 항문 압력이 커져 치질조직이 아래로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인스턴트식품을 줄이고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면 변비를 예방해 항문건강에 도움이 된다. 배변 후 항문을 청결히 하면 치루 및 항문 가려움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배변 후 남은 찌꺼기는 항문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비데를 사용하거나 좌욕으로 항문을 청결히 관리하는 게 좋다. 좌욕은 3분 이내로 짧게 한다.

양 원장은 "항문은 입 만큼 소중한 기관으로 한 번 망가지면 되돌리기 어렵지만 무관심이나 부끄러움 때문에 항문질환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항문에 출혈이 있거나 배변습관 변화가 느껴진다면 1% 정도는 대장암의 증상일 수 있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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