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에이젝스 형곤 "옥주현·김준수가 다진 길, 아이돌 이미지 빼고파" [인터뷰]
레미제라블 에이젝스 형곤 인터뷰 |
[티브이데일리 이현영 기자] 그룹 에이젝스 속 강렬한 랩과 댄스로 시선을 사로잡던 형곤이 아이돌 수식어를 내려놓고 뮤지컬 배우 김형곤(28)으로 '레미제라블' 무대에 서고 있다. 김형곤은 프레스콜에서 선배 배우 정찬우가 "김형곤은 1차부터 최종까지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됐다. 저런 친구들이 와서 뮤지컬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극찬하자 겸손의 눈빛을 보내면서도 신인 뮤지컬배우로서의 결의를 강하게 드러냈다.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김형곤은 최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나루아트센터 분장실에서 티브이데일리와 만나 작품에 임하는 소감과 뮤지컬 배우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김형곤은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연출 김재한)에서 불우한 현실에 맞서 싸우는 혁명가이자 사랑을 지키려는 로맨티스트 마리우스 역을 맡았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재탄생시킨 창작 작품. 1795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감옥살이를 한 후 가석방돼 마들렌 시장이 된 장발장과 진정한 자유를 위해 반기를 들고 시민혁명을 일으킨 군중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형곤은 지난해 11월 '국화꽃 향기'(연출 이성모)에서 한 여자를 순정적으로 사랑하는 승우 역을 맡아 처음 뮤지컬에 도전했다. '국화꽃 향기'의 승우와 이번 '레미제라블'의 마리우스는 작품, 캐릭터 모두 다른 분위기를 준다는 점에서 그가 작품 선택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기준이 됐다.
그는 "'국화꽃 향기'는 제가 중학교 때 영화로 봤던 멜로물의 대표작이었죠. 박해일 선배님이 맡았던 승우 역할에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하고 싶었고 덕분에 뮤지컬배우로서 시작을 할 수 있었어요. 무대에 서다보니 중독이 되는 것 같아요. 연기하고 다른 배우들과 맞춰가는 자체가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김형곤은 마리우스 캐릭터가 굉장히 복합적이라는 것에 동감했다. 엘리트, 민중 편에 서는 귀족 출신 혁명가, 사랑을 중시하는 로맨티스트 등을 표현하는 것에 부담감도 있을 터. 이에 대해 그는 "잘 생긴데다 귀족에서 탈피해 열린 사고를 가진 혁명가고, 군중을 이끄는 에너지까지 보여드리느라 과부하 걸리겠어요. 그래도 모든 면을 보이도록 노력할 거예요"라고 시원스레 웃었다.
이번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김형곤은 직접 오디션에 참가했다. 아이돌 에이젝스 멤버라는 것을 말하지 않은 채 오롯이 김형곤으로 도전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제가 가진 실력과 역량이 어느 정도 될까'라는 도전 심리가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캐스팅된 것도 좋았지만 제가 노력해서 얻은 성과물이라 더 기뻤어요. 이번 계기로 뭔가를 기다리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직접 찾아가자는 마음을 더 가지게 됐죠"라고 미소지었다.
이런 노력은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가졌던 뮤지컬 관계자들, 배우들의 마음을 열게 해준 계기가 됐다. 김형곤은 "처음 왔을 때는 사실 눈치가 보였어요. 다들 제가 캐스팅돼서 온 것처럼 보였나봐요. 그래서 제가 '그룹 래퍼 출신이지만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부족해도 예쁘게 봐주세요'라고 먼저 이야기를 했어요. 정찬우 선배님도, 다른 배우들도 그때 제가 예뻐보였다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제가 가진 에너지가 엄청 셌다구요"라고 설명했다.
김형곤은 이번 무대를 서면서 가진 고민도 털어놨다. 작품 초반은 장발장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오프닝 무대 등장 이후 1시간 정도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마리우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제가 엔딩을 장식한다는 부담감이 있죠. 앞에서 선배님들이 잘 해놓으신 감정선을 이어가야 하죠. 마무리를 잘 해야하는데 걱정이에요. 아직까지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 노래에 집중하지 못해 아쉬워요. 울면서 노래한 경험이 없으니 힘들더라고요. 노래와 연기 배분을 잘 해야 할 것 같아요"라며 "제가 댄스 가수 출신이고 남성적이고 강렬한 모습을 많이 보였잖아요. 그래서인지 흥분할 때 춤같은 제스처가 나온대요. 그런 말을 들으면 속상하죠"라고 다급해진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을 묻자 그는 "'국화꽃 향기' 때는 지고지순하고 희생적인 사랑을 하는 멋있는 연하남을 맡았고 이번에도 총체적인 킹카 마리우스 역할이잖아요. 이제까지 좋은 역할만을 맡아 이보다 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겁이 나기도 해요. 하지만 다음 작품에는 액션에 관심이 많으니 남성적이고 영웅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뮤지컬 무대를 사랑하기 시작한 신인배우 김형곤은 진정성있는 뮤지컬 배우가 되기를 소망했다. 잘한다는 평보다 눈길이 가는 배우라는 이야기가 듣고 싶다고.
"바다 선배님, 옥주현 선배님, 김준수 선배님 등 많은 배우 분들이 앞서 길을 다져 놓으셔서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 대한 생각이 좋아졌어요. 저도 아이돌 이미지를 빼고 싶어요. 그리고 나이가 많이 들수록 연기, 뮤지컬, 가수 등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티브이데일리 이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DSP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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