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生存者들 "패잔병 취급에 고통" "자살까지 생각"

양승식 기자 입력 2015. 3. 23. 03:04 수정 2015. 3. 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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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문안 왔던 높으신 분들이 우리한테 '너희들은 영웅이고, 고개 숙이지 말라'더라. 그런데 현실은 뭐냐. 우리나라는 영웅 대접이 최악이다. 살아남으면 죄인이 된다."

천안함 폭침 사건 5주기를 나흘 앞둔 22일 생존 용사들의 심경을 담은 설문 인터뷰가 공개됐다. 병사들은 자신들이 '살아남은 자' '죄인' '패잔병'으로 낙인 찍힌 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대부분이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한민국호국보훈협회가 천안함 생존 용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 및 대면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의 56%가 "살아나가는 게 어렵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는 답은 25%뿐이었다. 이들은 사건 5년 후에도 여전히 PTSD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시의 기억을 회피하며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고, 예민함을 보였으며, 기억력 저하와 정서적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생존 용사 A씨는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부모님·친구들을 생각해 못 죽었다"며 "그래서 마냥 웃고 즐거운 척하며 버텼지만 3월이 되면 숨기기 어려워지고,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똑같다"고 했다. B씨는 "아직도 사회 전반에 천안함은 '경계에 실패한 패잔병'이라는 인식이 만연하고, 그런 인식이 지도층과 고위층에서도 상당하다"며 "'보상 얼마나 받았어' '너희는 인사이동 신경 안 써도 되잖아'와 같이 무심코 던진 말에 당사자들은 화가 많이 난다"고 했다. 천안함 생존 용사들은 심각한 부상으로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3명을 제외하고는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호국보훈협회는 밝혔다. 한 생존 용사는 "천안함을 탈출할 때 상처라도 하나 만들고 나올 것 그랬다"며 "그만큼 힘들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정신적 치료를 받겠다는 병사가 50%였다. 반면 44%는 "형식적인 상부 보고를 위한 치료라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천안함 폭침 사건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치료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이렇게 내적으로 억누르던 정신적 후유증은 시간이 지나 증폭되기도 했다. 생존 용사 C씨는 "지금도 순간순간 '욱'하고, 잠을 자는 상황에도 악몽에 시달린다"며 "엘리베이터도 혼자 타지 못하고, 언제나 방에 불을 켜고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잔다"고 했다. C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면 기록이 남고, 이 때문에 취직이 안 될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생존 용사들은 매년 돌아오는 천안함 행사 때도 '천대'받았다. 한 생존 용사는 "매번 행사 때마다 유가족분들이 1순위인 건 당연한데, 우리는 항상 높은 분들에 밀려 2순위가 아닌 구석에 몰리는 신세였다"며 "매번 행사 때마다 들러리를 선다"고 했다. 그는 "유가족들을 만나면 '왜 우리 아들은 먼저 갔는데, 너는 살아 있느냐'라는 말이 들린다"고 했다.

호국보훈협회 임인수 회장은 "우리 사회는 그동안 천안함 생존 58 용사에 대해 무관심했고, 냉대의 시선을 보내왔다"며 "조국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전선으로 향했던 그들이 왜 이렇게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반문해 보고, 오히려 그 자리에 있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해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존 용사들은 이번 조사에서 "생존자 전원이 같은 함정에 다시 승조하여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호국보훈협회의 이번 조사에는 천안함 생존 용사 중 현역(32명)도 상당수 참여했다. 협회는 이번 조사의 참가 인원과 구체적 신상에 대해 "천안함 폭침 사건을 둘러싼 우리 사회 일부의 편협성과 군사적 비밀 유지를 위해 밝힐 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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