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장 "진실을 믿지 않는 건 자유지만.."

김광수 2015. 3. 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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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일 중령, 5년 만에 첫 인터뷰

"생존자들, 전우들 몫까지 열심히 살아달라"

"북한의 어뢰공격, 의심의 여지 없어

발표 불신하는 일부 인사들은 용기 없는 것

천안함 장병-가족들에게 상처주지 말아야"

서해 바다에서 북한 어뢰에 피격된 천안함의 함장 최원일(해사 45기) 중령이 사건 5년 만에 입을 열었다. 하지만 2010년 3월 26일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함정에 46명의 부하들을 수장시켰다는 죄책감은 여전했다. 그는 "하늘에 있는 전우들은 모든 고통을 내려놓고 편안히 함장과 만날 날을 기다려달라"며 "나머지 57명의 전우들은 하늘에 있는 동료들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 바다를 지키고 사회에 나가 열심히 살아달라"고 함장으로서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현재 해군 작전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종합전술훈련 대대장의 직책을 맡고 있는 그는 천안함 피격사건 5주기를 맞아 서면 인터뷰를 조건으로 22일 언론 취재에 처음 응했다.

2010년 당시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26일 서해상에서 침몰한 초계함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평택=김주성기자 poem@hk.co.kr

_천안함 침몰 당시 북한의 공격이라고 생각했나.

"당연하다. 우리 배가 있던 곳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코앞에 둔 최전방 해역이었다.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을 두 동강 낼 수 있는 무기는 어뢰밖에 없다."

_북한의 어뢰공격이라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아직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든 역량을 집중해 과학적으로 검증했고 천만다행으로 어뢰 추진체를 발견했다. 조사결과를 못 믿는다는 것은 정부와 군에 대해 맹목적으로 불신하는 일부 인사들이 진실을 왜곡해 선동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닐까."

_그래도 논란은 여전하다.

"진실을 숨기면 바로 언론과 인터넷에 제보가 되는 세상이다. 정부와 합동조사단이 진실을 숨겼다면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감출 수 있었을까. 전역 장병을 포함해 천안함 장병 중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말하는 장병은 단 한 명도 없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말이다.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한 적들은 웃고 있을 것이다."

_피격 후 승조원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침몰하는 배에 끝까지 남을 것을 고집했는데, 왜 그랬나.

"당시 함미(배 뒷부분)가 보이지 않았고, 함수(배 앞부분)를 수색한 결과 46명을 못 찾은 상태였다. 함장은 끝까지 배와, 배에 남아있을지 모를 부하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하들의 만류로 이함했다(배를 떠났다)."

_천안함 46용사와 생존 장병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년간 지휘하면서 유난히 단합이 잘되고 용맹스럽고 믿음직했던 사랑스런 부하들이다. 46명은 하늘나라로 떠나고 57명은 슬픔과 상처를 안고 지낸다. 함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눈을 뜨나 감으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최 중령은 천안함 사건 이후 일선부대에 배치되지 못했다. 해군 기록물 관리단 연구위원, 교육사 기준교리처장 등 후방지원부대에서 근무했다. 군 일각에서는 상징성 차원에서라도 서해 최전선에 다시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있었지만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을 또다시 현장에 보낼 수 없다는 반대가 심했다. 사건 이후 매년 진급 대상에서도 제외돼 온 그는 마지막으로 "믿고 안 믿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적어도 천안함 장병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mailto:rollings@hk.co.kr)

당시 민군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 발표에서 공개한 결정적 증거물①. 사진은 공동조사단 윤준성 과학수사 분과장이 증거물로 제시한 어뢰파편에 표기된 한글(왼쪽). 군이 보유하고 있던 북 어뢰(오른쪽)의 표기와 일치한다. 류효진 기자

당시 민군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 발표에서 공개한 결정적 증거물②. 류효진 기자.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 당시 수거된 어뢰추진체.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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