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女大 '존재의 이유' 찾아라(상)] 여대 선호도·취업률↓…남녀공학 바꿀까?
[ 김봉구 기자 ] 여자대학의 위기론이 현실화됐다. 인풋(선호도)과 아웃풋(취업률)이 동반 하락하며 적색경보를 울렸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도 하위권에 몰렸다. 여기에 최근 덕성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면서 여대의 효용성 논란에 불을 댕겼다.
이달 초 취임한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사진)은 “성차별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여성만의 교육기관이 과거처럼 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남녀공학으로의 변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경쟁력 약화에 남녀공학 '반전카드' 만지작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1990년대 상명여대가 상명대로 전환했고 성심여대는 가톨릭대에 흡수 통합됐다.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로, 부산여대가 신라대로 각각 바뀌며 남녀공학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성신여대도 지난 2010년 교명을 ‘성신대’로 바꾸는 논의를 진행했다. 남녀공학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 해프닝으로 끝났다. 서울의 한 여대 관계자는 “여대들이 내부적으로 한 번씩은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해 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남녀공학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여대들의 최대 고민은 경쟁력 약화에 있다. 덕성여대의 경우 작년 8월 말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하위 15%)에 지정됐다. 이번에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는 직접적 배경이 됐다.
덕성여대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다. 당시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된 4년제 여대는 덕성여대 한 곳. 하지만 원래 명단에는 서울 소재 2개 여대가 더 있었다. 이들 여대는 교육부가 조건으로 제시한 정원 추가감축 요구를 수용해 최종 발표 명단에서 빠졌을 뿐이었다.
‘조건부 유예’를 감안하지 않은 순수한 평가 결과로는 3개 여대가 하위 15%에 들었다. 지금도 여대 숫자는 많지 않다. 전국 200여개 4년제대 가운데 여대는 이화·숙명·성신·서울·동덕·덕성·광주여대 7곳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서울의 여대 6곳 중 절반이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이다.
◆ 취업률 낮고 선호도 떨어지고… '진퇴양난'
당장 대학평가의 주요 지표인 취업률이 공통 취약점이다. 평가에서 나쁜 성적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청년 실업난 심화로 취업률 낮은 여대의 입지가 좁아지는 게 더 심각한 고민거리다.
작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졸업생 취업률 통계에 따르면 △숙명여대 48.3% △이화여대 47.5% △성신여대 46.7% △서울여대 46.3% △덕성여대 45.5% △동덕여대 42.5% 등 서울 소재 여대의 취업률은 모두 40%대였다. 전국 4년제대 평균(58.6%)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때문에 여대 총장들은 올 1월 황우여 교육부 장관(사회부총리)과의 간담회에서 대학평가 시 “여대가 취업률 지표에서 불리하다”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입시에서 수험생들의 여대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당초 여대의 설립 취지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 되레 여대의 존재 이유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종우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양재고 교사)은 “진학 상담을 해보면 부모가 여대에 보내려 해도 학생들이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여대들이 보수적인 운영을 했다. 사회적 수요가 있는 학과를 새로 만드는 등의 움직임이 느렸다”고 꼬집었다.
◆ "여대 위기라기보단 여성의 위기" 관망세도
남녀공학 전환이란 화두가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는 덕성여대도 눈에 보이는 진전이 없다. 이원복 총장은 구성원 동의를 남녀공학 전환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었다. 100년 가까운 여대로서의 역사나 동문 반응을 감안하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른 여대들도 관망세다. 현재로선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학부에선 계속 여대 정체성을 지켜갈 것”이라며 “대학원 과정에 남학생을 받자는 교수들의 건의가 종종 있었지만 정식 논의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김명주 서울여대 기획정보처장도 “여대냐, 남녀공학이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여학생들이 남녀공학보다 여대를 졸업한 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힘줘 말했다.
여대의 위기로 단순화해 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종숙 숙명여대 취업경력개발원장은 “취업 문제만 해도 여대와 남녀공학 여학생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큰 틀에서 여성과 남성의 문제로 봐야 한다. 여대의 문제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 15일 [위기의 女大 '존재의 이유' 찾아라(하)] 기사로 이어집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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