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로학자 한남대에 '동국통감' 희귀본 기증

이종섭 기자 2015. 3. 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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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원로 학자가 자신이 소장한 '동국통감(東國通鑑)'의 일본 판본을 대전 한남대에 기증 한다. 동국통감은 조선 전기 편찬된 우리 역사서로 일본 판본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처음이다.

한남대는 고노시 다카미츠(神野志隆光)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로부터 17세기 일본에서 간행한 판목으로 찍어낸 동국통감 56권 전체를 기증 받는다고 5일 밝혔다. 동국통감은 단군조선에서부터 고려 말까지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기술한 책으로 조선 전기 왕명에 의해 관에서 편찬한 대표적 역사서다. 우리가 단기(단군 기원)를 쓸 때 기원전 2333년을 출발점으로 삼는 근거가 바로 이 책에 나온다. 이 책은 1458년 세조 때 편찬을 시작해 성종 때인 1458년 완성된 것으로, 모두 56권 28책으로 이뤄진 활자본이다.

고노시 교수가 소장한 판본은 임진왜란 때 일본에 약탈됐던 동국통감을 바탕으로 당시 일본 미토번(현재 이바라키현)에서 판목을 만들어 조선으로 가져온 뒤 찍어낸 것이다. 이 일본판 동국통감의 판목은 지난해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돼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남대가 고노시 다카미츠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로부터 기증 받는 동국통감 |한남대 제공

하지만 국내에는 동국통감의 일본 판본이 없으며, 일본에서도 7개 대학에 소장돼 있지만 56권 전체가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문 희귀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기증은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평소 고노시 교수와 친분을 맺어 온 배정열 문과대학장의 주선으로 이뤄지게 됐다. 고노시 교수는 "귀중한 역사서가 한국에서 더 많은 연구자들에게 읽히고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통감을 연구해 온 백승호 한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동국통감은 단군조선에서부터 역사를 기술하고 있어 정작 조선시대에는 유학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역사서"라며 "이 책을 일본 사람들이 가져다 우리 역사를 알기 위해 활용하고 직접 만들어서 봤던 것으로, 약탈됐던 역사서가 일본 책판으로 형태를 바꿔 국내로 돌아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노시 다카미츠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한남대는 9일 오후 총장실에서 기증식을 가진 뒤 이를 기념하는 학술대회도 연다. 학술대회에서는 고노시 교수가 '하나의 한자세계로서 동아시아'라는 주제의 발표를 하고, 국내 연구자인 백승호 교수와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의 동국통감에 관한 발표가 이어진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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