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제로 다크 서티-빈 라덴 체포에 뿌려진 '헬리콥터 머니'

2015. 2. 17. 17: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잇달아 인질을 참혹하게 살해하면서 서방세계와의 갈등이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 IS는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가 전신이다. 이들은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한 이후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로 새롭게 출발했고, 지난해 6월 '이슬람국가'(IS)를 선포했다. 지금은 IS와 알 카에다가 근본주의 노선을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빈 라덴만 제거하면 끝날 것으로 봤던 서방세계의 오판이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는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오사마 빈 라덴 추적 작전을 그린 영화다. 요원인 '마야'(제시카 차스테인 분)는 10년이 넘도록 빈 라덴의 행방을 쫓는다. 빈 라덴은 알 카에다의 지도자로 미국 뉴욕의 쌍둥이 빌딩을 무너뜨린 9·11 테러를 지휘했다. 알 카에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수차례 살해 위협에 시달린 끝에 마야는 빈 라덴의 최측근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가 빈 라덴과 같이 머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미국은 빈 라덴 체포작전인 '넵튠 스피어' 작전에 나선다. 빈 라덴이 머문 곳은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동굴에서 은신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빈 라덴은 3층짜리 고가 주택에서 알 카에다를 지휘했다. 빈 라덴의 코드명은 '제로니모'였다.

미군은 빈 라덴을 잡기 위해 특수 제작된 헬리콥터를 투입한다.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가진 헬리콥터로 블랙호크보다 공격력은 떨어지지만 회피 기능은 매우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인질을 구출하거나 범죄자를 잡기 위한 작전에 흔히 투입되는 게 헬리콥터다. 경제에서도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헬리콥터를 투입하기도 한다.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다. 헬리콥터 머니란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서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통화를 시중에 공급하는 행태를 말한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정부가 헬기에서 돈을 뿌린다"고 비아냥댔던 것에서 유래됐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중앙은행이 모두 매입한다. 정부는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각종 공공사업을 벌여 시중에 돈을 내보낸다. 1929년 대공황 당시 케인즈가 내놨던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정책이 이론적 근거가 된다.

금융위기의 여진이 한창이던 2011년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외계인 침공 위협'을 예로 들며 불황 타개책을 제시했다. 외계인이 지구를 공격하려고 하면 이를 막아내기 위해 재정지출을 해 군사력을 보강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유효수요가 창출돼 불황이 끝난다는 것이다.

헬리콥터 머니는 케인즈의 유효수요 이론과 함께 통화주의도 배경이 됐다. 금리를 낮추면 민간이 많은 돈을 빌릴 것이고 이 돈으로 투자를 늘리면 불황을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인플레이션으로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소비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봤다.

미국은 빈 라덴을 잡는 데도 '헬리콥터에서 돈 뿌리기' 전략을 썼다.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미국이 10년 동안 쓴 돈만 430조원이다.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10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속에서도 CIA는 알 카에다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돈을 쓴다. 빈 라덴을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쿠웨이트에 거주하는 빈 라덴 어머니 전화번호였다. CIA는 이 정보를 얻기 위해 람보르기니 한 대를 정보원에게 제시한다. 미국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만한 돈"을 적에게 뿌려 배신하게 하는 전략을 썼다. 돈이 사상마저도 흔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신념으로 똘똘 뭉친 알 카에다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다. 이른바 돈을 쓰고도 경기를 살리지 못하는 '유동성의 함정'에 빠진 셈이다.

영화 제목인 '제로 다크 서티'는 자정에서 30분이 지난 시간을 지칭하는 군사용어다. 타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에 침투한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실제 미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이 빈 라덴의 은신처를 급습한 시간도 이때였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주간경향 공식 SNS 계정 [ 페이스북] [ 트위터]

모바일 주간경향[ 모바일웹][ 경향 뉴스진]

- ⓒ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