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폐기해야 할 '불량고기' 설 밥상 오를 수도

구혜영·박은하 기자 2015. 2.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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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수입 쇠고기 주의보.. 유통기한 6개월 지난 것도
식약처는 유통조회시스템서 '기한 항목' 삭제해 은폐 의혹
무사안일 행정이 먹거리 위협

최근 2년간 유통기한이 지난 수입 쇠고기 85만명분이 시중에 유통·판매돼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불량 수입 쇠고기 170t 정도가 유통됐고, 일부는 이미 소비자들에게 판매된 것이 확실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이 16일 밝힌 불량 수입 쇠고기의 유통기한 경과기간은 짧게는 만료 당일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다. 유통기한이 지난 수입 쇠고기가 이번 설 명절 밥상에 버젓이 오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무사안일한 정부와 업체, 미약한 법 제도가 '심각한'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2년간 유통기한이 지난 냉장 수입육이 냉동육으로 둔갑해 대량 유통된 것으로 확인돼 먹거리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관이 물류센터에서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검사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유통기한 어디 갔지?식품의약품안전처의 냉장 쇠고기 수입이력정보 조회 시스템 화면. 2014년 10월 화면(왼쪽)에는 수입이력정보에 '유통기한' 항목이 있지만 2015년 1월 화면(오른쪽)에는 빠져 있다.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수입육 유통기한은 '엿장수 맘'

인 의원이 이날 공개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근 2년치 '수입 냉장 쇠고기 냉동 전환' 자료는 '수입 쇠고기 주의보'나 마찬가지였다.

이 자료를 유통이력 관리 시스템으로 조회한 결과 2013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유통기한을 넘긴 뒤 냉동육으로 전환된 수입 냉장 쇠고기는 모두 286건이었다. 전체 7935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지만 육류가 주요 식품임을 감안하면 무시 못할 수치다. 실제 국내 수입업체 ㄱ사가 수입한 쇠고기의 경우 유통기한이 2013년 7월28일까지였지만 냉동 전환일은 2014년 2월11일이었다. 유통기한이 5개월 지난 상태에서 냉동육으로 만든 셈이다. ㄴ사, ㄷ사 등도 유통기한이 4~5개월 지난 쇠고기를 냉동, 유통시켰다. 심지어 유통기한이 6개월 지난 경우도 있었다. 업체별 건수는 ㄴ사가 72건으로 가장 많았고, ㄹ사 49건, ㅁ사 40건, ㅂ사 16건, ㄱ사 13건 등의 순이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만료 당일이나 1~2일 전 등) 상태에서 냉동육으로 전환된 냉장 쇠고기도 203건, 9만㎏이었다. 전문가들은 냉장육에서 냉동육으로 전환하는 데 보통 1~2일이 소요된다고 했다. 세부적으로는 당일 전환 37건, 하루 전 전환 62건, 이틀 전 전환 104건이다.

냉장 쇠고기의 냉동 전환을 승인하는 주체는 식약처다. 수입 돼지고기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냉동 전환된 298건(119만7181㎏)의 냉장육 중 절반에 가까운 138건(50만8531㎏)이 유통기한에 임박해 냉동육으로 전환됐다. 냉동육이 다시 냉장 판매될 수 있다는 점도 예상되는 문제점이다.

인 의원은 "현행 제도상 이미 냉동 전환된 제품을 냉장육으로 판매할 수 없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냉장육이 '얼리고 남은 고기인지' '얼렸다 녹인 고기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통상 냉동육의 유통기한은 냉동으로 전환된 뒤 1년이다.

정부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 의원 측이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식약처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냉장육 실태를 따져 묻자 검역본부 관계자는 "영업장에 확인해보니 (유통기한 지난 냉장육을) 영업장에서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무사안일 정부, 솜방망이 처벌

식품 안전과 국민 건강권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상황이지만 정작 정부는 무사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31조 2항)은 유통업자가 유통기한이 지난 냉장 쇠고기를 폐기할 경우 식약처와 관할 자치단체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 측은 인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폐기된 냉장육 현황'에서 "관할 관청이 폐기 현황을 별도로 보고받지 않았고 영업자 스스로 폐기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야권과 언론이 유통기한이 지난 불량 쇠고기 문제를 파고들자 식약처는 최근 '수입 쇠고기 유통이력 관리 시스템'상에 있던 냉장 쇠고기 유통기한 항목을 삭제했다. 관리 부실을 감추기 위해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인 의원 측은 "계속되는 문의에 식약처 측은 '알아보겠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답이 없다"고 전했다.

시행규칙을 어겨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영업자가 보존 및 유통기한 기준을 위반하면 첫 위반인 경우 영업정지 7일에 그친다. 2차, 3차 위반에도 각각 15일, 1개월의 행정처분에 불과하다.

감사원은 2012년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수입 쇠고기 유통이력 관리 시스템 운영을 부실하게 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당시 감사원은 검역검사본부의 수입 쇠고기 유통이력 관리 시스템에 대한 감사 결과 "신고 대상 영업자의 거래내역이 부정확하게 신고됐는데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혜영·박은하 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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