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춘으로 남은 배우, 리버 피닉스의 '허공에의 질주(Running On Empty)'

문준하 2015. 2. 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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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PD와 임감독의 음악속의 영화, 영화속의 음악]③

[스타뉴스 문준하 KBS 드라마국 PD]

리버 피닉스 /사진=네이버영화

고 리버 피닉스(1970-1993)는 23세 꽃다운 나이에 요절한 미국 배우다. 60년대 미국에서 히피로 젊은 시절을 보내고 가정을 꾸린 리버의 부모는 자식들의 이름으로 자연의 은혜로움을 따서 지어주었다고 한다. River(강), Rain(비), Leaf(나뭇잎), Summer(여름). (리프 피닉스는 얼마 전 '그녀(Her)'라는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호아킨 피닉스의 원래 이름이다.) 이런 아름다운 이름 짓기와는 반대로 리버는 부모를 따라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남미를 떠돌면서 부랑아 같은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그의 유년기 때문이었을까, 리버 피닉스는 이 영화에서 반전운동을 하다 FBI의 지명수배를 받고 도피중인 부모를 둔 18세의 청춘 대니 역을 온몸으로 소화하여 연기해냈다. 이 영화를 촬영할 당시 리버 피닉스의 나이도 18살이었다.

18세. 예민하고 섬세하고 자그만 바람 한줄기에도 흔들리는 인생의 시절. 6개월마다 온 미국을 떠다니며 다른 이름으로 갈아타면서 방랑자처럼 살아온 대니에게 첫사랑과 미래의 기회가 같이 다가온다.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의 딸을 사랑하게 되었고, 선생님은 버클리 음대의 특별전형을 추천한다. 청춘은 선택해야한다. 가족과 머무는 것과 (물론 도피생활이지만) 자신의 미래를 펼칠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를...

베토벤 '비창' 연주하는 대니 -'허공에의 질주' 영화중

음악영화에서 배우가 악기를 직접 다룰 때 감독은 행복해진다. 출연 배우가 악기를 다루지 못할 경우 감독은 악기 연주 장면 촬영시 대역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대역을 사용하여 손의 클로즈업과 배우의 바스트 샷을 잘라 촬영하고 편집시 연결하기 마련이다. 감독은 고민에 빠진다. 대역은 누굴 써야할 지, 대역으로 촬영할 부분과 배우로 촬영할 부분은 어떻게 나눠야 효과적일지, 대역의 손가락이 주인공의 손가락과 닮았는지... 등등의 시시콜콜하게 보이지만 극의 완성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디테일을 구현하고자 감독은 밤잠을 못자면서 연구 했을 것이다. 이 영화의 감독 시드니 루멧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리버 피닉스는 직접 피아노를 쳤다. 그 덕에 시드니 루멧은 음악과 영상이 어우러지는 명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대니(리버 피닉스 분)가 음악에 재능이 있고 버클리 음대에 추천해줄 선생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대니의 어머니는 고민에 빠진다. FBI 수배중인 두 부부는 아이를 대학에 보내게 되면 눈 감을 때까지 다시는 볼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학교 음악실에서 둘은 별 말 없이 피아노를 같이 연주한다. 그 장면에서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어머니는 아들을 떠나보낼 결심을 한다. 음악이 영화의 표현을 완성시켜주는 그런 많지 않은 감동적인 장면인 것이다. 다른 어떤 예술장르가 이별을 앞둔 모자의 아프고 애달픈 마음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하여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많은 예술 장르들은 각각의 표현 수단으로 (음악은 소리로... 소설은 글로... 그림은 색채와 화법으로) 수용자에게 다가간다. 영화는 영상과 음악이라는 표현 수단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그 둘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장면은 생각 보다 많지 않다. 영상이 압도하는 장면에 음악은 영상을 도와주는 역할에 머물고, 뮤지컬 영화의 주인공의 노래처럼 음악이 앞서는 장면에서는 영상은 그저 음악의 배경이 되기 쉽다. 이 영화에서 모자의 피아노 연주 장면은 두 배우가 대역 없이 직접 연주하여 완성되었고, 특별한 가공 없이 관객에게 전달되어 영상과 음악이라는 영화의 도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성취를 이뤄냈다.

Running on Empty (Main theme) - Tony Mottola

고민하던 아버지는 한달음에 대니를 보낸다. 가서 꿈을 찾으라고… 대니는 하염없이 울기 시작한다. 지구상의 많은 생명들은 아프면서 성장하고 성장하면 언젠가는 둥지를 떠나게 되어 있다. 인간도 많이 다르지 않다. 곧 졸업, 입학 시즌이 다가온다. 둥지를 떠나 새 인생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 한 편 보여주고 싶다. 리버 피닉스가 연기한 절실한 18세 청춘이 자신들의 모습이고 지금 이 순간이 인생의 가장 뜨거운 시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준하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현 KBS 드라마국 PD.KBS 드라마스페셜 단막 프로듀서.2014년 웹드라마 '간서치 열전' 프로듀싱.twitter : @bowie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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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하 KBS 드라마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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