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세월 흐르는 광주 양림동 양갈래길 '힐링 산책'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100년 더 된 전통한옥과 서양건축물이 공존…4시간의 여유가 주는 남다른 '힐링']

전남 광주 남구 양림동은 100년 세월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근대 역사의 보물창고다. 100년 전이면 일제 강점기(1910∼1945)지만 이 마을에는 의외로 일제 잔재보다 서양 선교사 흔적이 더 많다.
2015년을 시작하는 1월, 1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양림동 골목길로 훌쩍 떠나보는 것도 새해 첫 출발로는 괜찮은 선택이다.
양림동이 있는 광주 남구는 '2017년 올해의 도시'로 선정돼 앞으로 3년간 대대적인 변신을 노린다. 양림동은 특히 한국 특유의 감성인 '정(情)'을 느낄 수 있는 '영국 에든버러시'를 꿈꾼다. 2017년까지 매년 달라지는 양림동의 모습과 매년 각오를 새로 다지는 나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
양림동은 100년 전 광주 최초로 서양 근대 문물을 받아들인 통로다. 1911년 건립한 수피아홀과 1920년대 지은 윈스보로우홀이 있는 수피아여학교를 비롯해 근대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다. 양림동 골목길 투어를 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곳에 100년의 역사와 흔적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우일선이라는 이름으로 귀화한 윌슨 선교사 자택과 19세기 초에 지은 전통 한옥들이 공존하는 매력이 남다르다.
◇100년 전통 한옥이 즐비한 옛길을 따라 걷다

광주 도심에서 양림동으로 들어온다면 이곳 투어는 광주천 서쪽의 양파정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양파정은 조선말 광주의 큰 부자인 정낙교가 1914년에 지은 팔작골 기와지붕 누정이다.
여기서 민속길을 따라 내려오면 최승효 가옥과 이장우 가옥 등 전통가옥들이 즐비하다. 이장우 가옥은 1899년 정병호가 지은 상류가옥인데 집 정면에 펼쳐진 무등산 봉우리의 풍광이 한 폭의 그림이다. 최승효 가옥은 독립운동가 최상현이 1920년에 건축한 한옥으로 집 뒷쪽 양림산 바위틈에 나는 물로 정원을 가꾼 것이 특징이다. 이 집에서는 다락을 꼭 보자. 최상현이 이곳에 독립 운동가들을 숨겨줬다고 한다.
양림동에는 이밖에도 고광표 가옥, 최승남 가옥 등이 민속길을 따라 몰려있고, 광주 최부자집(옛 최명구가옥)도 양파정 북쪽에 위치해 있다.
◇ 광주 근현대사를 엿보는 건축물 투어

민속길 주변에 한옥들이 즐비하다면 다른 갈래길인 서양길에는 말 그대로 서양식 근대건축물들이 들어서 대조를 이룬다. 사실 말이 서양길이지 이곳의 건축물들은 전통 한옥과 비슷한 시기에 조성됐다.
그중 호남신학대학에 있는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1920년대 미국인 선교사 우일선이 지은 벽돌집으로 광주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이다. 현재는 기도실로 쓰고 있다.
네덜란드식 벽돌쌓기로 건축된 지하1층~지상2층의 수피아홀은 1908년 우일선 감독 하에 지어진 여학교로 현재도 교실로 사용하고 있다. 1919년 3.1 만세운동 당시 일시 폐교 됐다가 1929년 광주학생 독립운동으로 무기 휴교됐다. 그러다 1937년 또 다시 일제 황국 신민화 거부로 폐교되는 수난이 파란만장하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에서 수피아여중·고교로 가는 길목에 있는 호랑가시나무도 이곳 명물이다.
1924년 건축돼 예배실과 학교로 쓰였던 커티스 메모리얼홀(배유지기념 예배당)과 1927년 건축한 윈스보로우홀(수피아여자중학교), 1935~37년에 지어진 적벽돌건물 수피아 옛강당(현재 무용실로 이용) 등도 꼭 봐야할 명소다.
특히 선교사로 활동하다 순교한 오웬 의사(목사)를 기념해 1914년에 지은 오웬기념각은 1919년 3·1만세운동을 고취하는 설교가 이뤄진 곳으로 유명하다. 2012년 방송된 드라마 '각시탈'도 이곳을 주 촬영장소로 삼았다.
내친 김에 중국 3대 음악가로 추앙받는 정율성(본명 정부은)의 가옥과 광주 3·1만세운동 태동지, 전쟁고아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설립한 충현원,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로 시작하는 시를 쓴 김현승 시비, 선교사묘원, 양림미술관 등도 들려보자. 4시간 정도면 이 동네를 다 둘러볼 수 있는데, 다 보고 나면 어느새 힐링이 돼 새해를 다시 시작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광주광역시 양림동 여행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양림동도 예외는 아니다. 광주광역시 남구청에 미리 문의하면 문화해설사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탐방을 할 수 있다. 이장우 가옥과 오웬기념각은 이렇게 사전 연락을 하면 일부 개방도 해준다(일요일·공휴일 제외).
▶오전 6시20분 용산역을 출발하는 KTX-산천을 타면 오전 9시23분 광주역에 도착한다. 여기서 택시를 타고 15분(5800원 거리)을 가면 양림동 양파정에 닿는다. 느긋하게 4~5시간 양림동 투어를 하고 오후 3시45분 광주역을 출발하는 KTX를 타면 오후 6시50분 용산역에 내릴 수 있다.
김유경 기자 yune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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